홍콩 떠나려는 기관들 "도쿄 자연재해, 서울은 규제탓 안 간다"

전수진 2020. 7. 2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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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는 자연재해, 서울은 인재(人災) 때문에 어렵다.”

홍콩 거리에서 나부끼는 중국 오성홍기. EPA=연합뉴스


스티븐 허먼 미국의소리(VOA) 방송 기자는 서울ㆍ도쿄 근무 기간이 총 10년이 넘는 베테랑이다. 21일 미국 워싱턴에서 취재 중인 그에게 e메일로 둘을 비교해달라고 했더니 이런 답이 왔다. 최근 뉴욕타임스(NYT)가 일부 부서를 홍콩에서 서울로 이전하기로 한 결정이 홍콩 내 다른 기업과 언론사로 확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도 부정적이었다. 제2의 홍콩이 되기엔 서울ㆍ도쿄 모두 역부족이라는 진단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Q : 서울ㆍ도쿄가 홍콩을 대체할 수 없는 이유는.
A : 홍콩과 같이 금융ㆍ기업ㆍ언론계에서 아시아의 중심지 역할을 할 곳은 없다. 도쿄는 진정한 의미에서 ‘국제 도시’였던 적이 없다. 영어도 잘 통하지 않고 외국인 비율도 낮다. 일본인은 외국인을 단기 관광객으로선 쌍수 들고 환영하지만 장기 체류자로서는 환영하지 않는다. 서울은 최근까지 홍콩은커녕 도쿄 레벨도 되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서울의 인프라는 최고 수준이다. 그렇다고 서울이 자국의 재벌이 아닌 외국 기업에 매력적일까? 답은 ‘노(No)’다. 게다가 언제 도발할지 모르는 북한이 근거리에 있다는 것도 위험요소다.

서울에서 근무하던 시절의 스티븐 허먼. 서울외신기자협회장도 역임했다. [중앙포토]

Q : 서울과 도쿄를 비교한다면.
A : 서울은 문화적으로 최근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다. 두 도시 모두 영어 소통 수준은 낮지만 서울은 그래도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 악명 높은 택시기사를 제외하고. 하지만 서울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규제다. 서울이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규제를 완화할 수 있을까. 아니다. 서울의 경쟁자는 도쿄가 아닌 싱가포르ㆍ타이페이ㆍ방콕이다.

Q : 조언을 한다면.
A : 서울이 가진 문화의 매력을 극대화하라. 지금 사람들은 ‘쿨’한 매력의 도시에서 살고 싶어한다. 조금 불편이 있더라도 매력적이라면 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의 기회는 여기에 있다.

지난 1일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기사를 1면 주요 뉴스로 보도한 일본 유력 신문들. 연합뉴스


에반 람스타드 월스트리트저널(WSJ) 전 서울지국장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2006년, 그가 서울에 부임할 때 전임자로부터 “서울은 아시아의 클리블랜드”라는 말을 들었다. 미국에서 클리블랜드 주(州)는 ‘지루함’의 대명사다. 그는 “효율적이고 근면하지만 매력적이지는 않다는 의미였다”며 “하지만 내 근무기간 중 서울은 변했고, 이젠 세계가 서울에 열광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서울이 ‘포스트 홍콩’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그의 답은 “유감스럽지만 노(No)”였다.

Q : 서울은 왜 홍콩을 대체할 수 없나.
A : 서울의 강점은 문화와 지식 분야다. 홍콩처럼 금융 및 무역에서의 메리트는 덜하다. 외국인에게 더 폐쇄적인 사법제도 역시 마이너스다. 다국적 기업의 본부를 홍콩에서 서울로 이전시키는 건 솔직히 무리다. 하지만 서울은 최근 몇 년간 대중문화적으로 매력이 더해졌고, 이는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과 관광객 유치에 플러스다. 뉴욕타임스 역시 이전을 고민하면서 ‘서울은 (이슈가 많은) 북한과 가깝고 음식도 맛있고 월세는 더 싸잖아? 넷플릭스에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영어제목은 Hospital Playlist)을 봤는데 재미있더라고’라며 결정하지 않았을까. 서울 앞엔 새 기회가 놓여있다.

에반 람스타드가 월스트리트저널 서울 지국장 시절 한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Q : 기회를 잡기 위한 조언은.
A : 정부가 좀 더 유연해져야 한다. (정부를) 비판하거나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정치적 견해를 표출하는 건 막으면 안 된다. 제2의 홍콩이 되고 싶다면 중국 또는 북한 등 해외로부터의 비판에 대한 맷집을 키워야 한다. 서울은 그럴 준비가 되어 있는가.

Q : 일본 도쿄와 비교한다면.
A : 도쿄는 일단 규모가 더 크다는 게 장점이지만 일본엔 (영화) ‘기생충’도, BTS도, ‘사랑의 불시착’도 없다. 서울에 더 큰 기회가 있다고 본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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