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진료 횟수는 최상인데.. 의사 수 OECD 최저 수준

입력 2020. 7. 22. 12:01 수정 2020. 7. 22.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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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000명 당 의사 2.39명 불과
콜롬비아, 폴란드에 이어 가장 적어
의대정원 4,000명 증원 실태 개선 기대
'OECD 보건통계 2020'로 본 각국의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 수.보건복지부 제공

우리나라 국민이 병원을 방문해 의사에게 진찰을 받는 횟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이고 병상 수,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 물적 보건의료자원 보유 수준도 뛰어나지만, 정작 의료인 수는 제자리 걸음을 거듭하며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향후 10년에 걸쳐 의대정원을 4,000명 증원하기로 하면서 의료인 부족 실태가 얼마나 개선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OECD 보건통계 2020’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OECD 보건통계는 회원국들의 보건의료 전반에 대한 통계를 분석한 것으로, 매년 갱신된다. 회원국의 보건수준을 동일한 기준에서 비교하기 때문에 국가별 수준을 한 눈에 알 수 있어 각국의 정책 기초자료로 널리 활용된다.

진찰횟수ㆍ의료인프라는 최상위권

보건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의사에게 외래진료를 받은 횟수는 연간 16.9회(이하 2018년 기준)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았다. 장수국가로 알려진 일본(12.6회)보다 많았고, 회원국 평균(연 6.8회)의 2.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입원기간도 최상위 수준이다. 입원환자 1인당 평균재원일수는 연간 19.1일로, 일본(27.8일)에 이어 두 번째로 길었다. OECD 평균(8.1일)보다는 2.5배에 달했다.

보건의료인프라도 정상급이다.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4개로 일본(13개)에 이어 두 번째며, OECD 평균(4.5개)보다 약 2.8배 많았다. MRI와 컴퓨터단층촬영기(CT 스캐너) 보유 대수도 인구 100만명 당 각각 30.1대, 38.6대로 OECD 평균(각 17대, 27.4대)을 크게 웃돈다.

국민들은 이런 인프라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부문 서비스나 재화에 소비된 국민 전체의 연간 지출 총액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7.6%로 OECD 평균(8.8%)에 비해 낮았다. 다만 국민 1인당 연간 의약품 판매액은 642.6달러로 OECD 평균(499.6달러)보다 높았다. 국민 1인당 의약품 판매액은 연간 의약품 판매액을 인구수로 나눈 것이다. 많은 진료 횟수와 다소 긴 입원기간의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의사ㆍ간호사 등 의료인력은 태부족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높아지는 소득수준 등의 영향으로 의료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정작 환자를 진찰할 의사 수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임상의사(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의사) 수는 한의사를 포함해 인구 1,000명당 2.39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콜롬비아(2.18명), 폴란드(2.38명)에 이어 세 번째로 적었다. 의료 인력 최상위권인 오스트리아(5.2명), 노르웨이(4.8명), 리투아니아(4.6명) 등에 비하면 크게 뒤쳐지고, OECD 평균(3.5명)에도 1명 이상의 격차가 난다. 간호인력도 인구 1,000명당 7.2명에 불과해 OECD 평균(8.9명)보다 1.7명 적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면서 특정 지역, 특정 분야의 의료진 부족 문제가 두드러졌지만, 전반적으로 국내 의료인력이 적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를 시작으로 의료인력 확보 방안을 마련한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이는 대목이다.

기대수명 최상위권, 건강상태 인식 ‘최악’

기대수명은 특정 연도에 태어난 아이가 앞으로 살 것으로 기대되는 연수를 의미한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82.7년이다. 2018년에 태어난 아이들이 평균적으로 그만큼 산다는 얘기다. 가장 긴 일본(84.2년)보다는 1.5년 짧으나, OECD 평균(80.7년)보다는 2년 길다. 의료기술 발달 등으로 10년 전인 2008년(79.6년)보다도 3.1년이 늘었다.

하지만 주관적 건강상태에 대해서는 극도로 부정적이었다. 15세 이상 인구 중 ‘본인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우리나라가 32.0%로 가장 적었다. 국민 10명 중 7명은 건강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다. 이는 일본(35.5%)보다도 낮았다. 호주(85.2%), 뉴질랜드(87.5%), 미국(87.9%), 캐나다(88.6%) 등 10명 중 9명 가까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나라들과 격차가 크고, OECD 평균(67.9%)에서도 거리가 있다. 역설적으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생각에 되레 건강을 더욱 챙겨 기대수명이 길어지는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망ㆍ흡연 등 각종 건강지표는 개선

실제 건강과 관련한 위험요인은 감소하는 등 개선되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다. 15세 이상 인구 중 매일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비율은 17.5%로 집계됐다. OECD 평균(17.0%)보다는 소폭 높지만, 10년 전인 2008년(26.3%)에 비하면 크게 개선됐다. 인구 1인당 주류소비량도 연간 8.5L로 OECD 평균(8.8L)에 못 미쳤고, 역시 10년 전(9.5L)보다 감소했다. 과체중 및 비만 비율은 34.3%로 일본(26.7%)에 이어 두 번째로 낮고 OECD 평균(60.3%)에 비해서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10년 전(30.1%)에 비해 증가하는 추세인데다 여성(27.4%)보다 남성(41.1%) 비만 인구가 많다는 점은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위험요인 감소로 사망률도 개선되는 추세다. OECD가 주요 질환별 사망률을 산출(연령표준화사망률)한 결과, 우리나라 국민은 2017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160.1명이 암으로 사망했다. 뇌혈관 등 순환기계 질환과 치매 사망자도 각각 142.1명과 11.3명을 기록했다. 모두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다만 고질적인 미세먼지ㆍ황사 여파로 호흡기계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인구 10만명당 79.8명에 달해 OECD 평균(68.6명)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2017년 자살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23.0명으로 OECD 회원국 중 리투아니아(24.4명) 다음이며 전체 평균(11.4명)의 2배다. 다만 2009년 33.8명에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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