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왜 이렇게까지 2차 가해를..괴이한 현상"

노정연 기자 2020. 7. 2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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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괴이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21일 오후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인터뷰에서 박 전 시장을 고소한 피해자를 일부 정치권에서 피해자가 아닌 ‘피해호소인’으로 부른 것과 관련해 “많은 사건들을 봐왔지만 피해자라는 명칭조차 사용하면 안 되는 듯한 이런 사회 분위기는 생전 처음 봤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15일 박원순 시장의 사망 및 성추행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피해호소인의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교수는 “경찰에 신고를 하는 즉시 사실 법적으로는 ‘피해자’가 된다. 그런 부분조차 인정을 안 해주면서, 피해 사실을 일종의 음모처럼 몰고 가는 태도는 매우 잘못”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경찰에 절도를 당했다고 신고를 하면 그때부터 절도 피해자가 되는 거고 사기를 당했다고 신고하면 사기 피해자가 되는데 성희롱이나 성추행으로 신고를 하면 왜 피해자가 안 되고 피해호소인이 돼야 하는 건지,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기 위해서는 특별히 자격요건이 필요한 건지 심지어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참 괴이한 현상들”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다수의 여성들, 특히 조직에서 근무하는 여성 근로자들은 다 비슷한 느낌을 아마 받았을 것이다”며 “이렇게까지 신고하는 게 어려우면 만약 내가 그런 피해 상황이, 경험을 대면하게 되면 그럼 도대체가 이게 신고를 해야 되는 일인지 하지 말아야 되는 일인지 고민까지 되는 이상한 상황이 전개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적법한 절차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서 입증의 과정을 거쳐야만 유무죄가 가려지는 아주 좋은 사법절차를 갖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를 피해자라고 부르는 것만으로 무엇이 이뤄지는 게 아닌데 왜 그렇게까지 민감하게 2차 피해, 2차 가해행위를 계속하고 있는지”라며 “굉장히 누적된 우리나라의 성범죄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의 단적인 사례가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덧붙였다.

“왜 4년 동안 가만있었느냐” “평소 매우 활달하게 근무를 했고 서울시장을 특히 존경하는 모습을 보였다” 등의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위계나 위력이 있는, 장기간 동안 근무를 함께해야 조직에서는 피해자가 쉽게 고발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상사가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가 생업을 포기할 각오가 아니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더군다나 주변에 굉장히 많은 일종의 방패 비슷한 많은 동료들이 있다. 그러다 보니까 피해자들은 그분들과 모두 싸워야 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시간이 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박원순 시장은)저도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분이고 엇갈린 반응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을 추모하는 것과는 별개로 피해를 당한 분의 피해도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경향신문 자료사진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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