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칼 꽂는 제자 가만 안둬"..추가 피해 터진 최숙현 청문회(종합)

이재상 기자,이균진 기자,이준성 기자 2020. 7. 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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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현父 "억울한 죽음 끝까지 밝혀달라"..동료들 "장윤정 꿈에 나오면 악몽"
여야, 문체부-대한체육회-경찰 질타.."이기흥 사퇴해야"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이균진 기자,이준성 기자 =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열린 청문회에서 가해자들의 폭행·폭언에 대한 추가 폭로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이 자리에서 공개된 최 선수가 생전에 적은 일기장과 경주시청 진술서 내용은 여야 의원들을 안타깝게 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45분까지 국회에서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했다. 전날 문체위가 동행명령을 의결한 김규봉 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과 전 운동처방사 안주현씨, 장윤정 선수는 불출석했다. 김 전 감독과 안씨는 현재 구속 상태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Δ인권보호 노력 체육단체 평가 반영 및 보조사업과 연계 Δ직장 운동경기부 선수 표준계약서 마련 및 지원 인력·훈련 환경 관리·감독 강화 Δ비위 체육지도자와 단체 명단 공표 Δ성적지상주의 시스템 개선 Δ스포츠 인권에 대한 홍보·교육을 통한 인식 전환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딸과 손녀를 가진 입장에서 너무 안타깝고 황망하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거기에 대한 책임을 묻고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며 "체육계와 분리된 스포츠윤리센터 등을 통해 스포츠 혁신의 기회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미흡하게 대응했다고 생각한다.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유족들에게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인권 전문기구로서 특별조사단까지 만든 곳에서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도종환 문체위원장은 "대한체육회의 관리·감독 주무 부처인 문체부가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며 "단순한 교육이나 인식 개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 달라"고 당부했다.

고 최숙현 선수 어머니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왼쪽은 최 선수 아버지. 2020.7.2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최숙현 아버지 "숙현이처럼 억울한 선수 없게 최숙현법 입법해주길"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최 선수 아버지 최영희씨는 "이 땅에 (최)숙현이처럼 억울하게 당하는 운동선수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최숙현법'을 꼭 입법해 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함께 출석한 최 선수 어머니는 관계자들의 증언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최씨는 "딸이 살아생전에 인권위원회를 비롯해 무수히 많은 국가기관에 진정을 넣어봤지만 누구도 숙현이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며 "단순 사건으로 묻혀버릴 뻔한 일을 국회와 언론의 관심으로 뒤늦게나마 진실을 밝힐 수 있어서 유족들은 숙현이의 한을 풀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 차원에서 꼭 숙현이의 억울한 죽음을 끝까지 밝혀달라"며 "열악한 환경에서도 일선에서 노력하는 지도자와 선수들에게는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정부나 대한체육회에서 각별히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최씨는 참고인 진술을 통해 "경주시청이나 인권위, 경찰에 다 가도 숙현이의 말은 잘 듣지 않았던 것 같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증거인멸이나 말맞추기, 거짓진술 정황 등이 우리에게 다 들어왔다"며 "스포츠인권센터에 진정을 넣은 뒤 빨리 조치해달라고 말했는데도 '문자를 넣어도 보지 않는다'는 식으로 숙현이를 아프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그날 저녁에 엄마에게 그런 문자를 남기고…"라며 "결국 (숙현이가)자신의 몸을 던져 진실을 밝혀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서 고 최숙현 선수 다이어리를 보이며 질의를 하고 있다. 2020.7.2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동료들 "장윤정 꿈에 나오면 악몽…각목 가져와 때리라 시켜"

임오경 민주당 의원은 3월19일 경주시청 자체 조사에서 최 선수가 쓴 진술서와 추가 피해자 2명의 진술서를 공개했다. 최 선수는 진술서에서 '복숭아 1개를 먹었는데 말하지 않았다고 1시간 가량 폭행이 있었다' '장윤정이 팀 내 다른 선수들에게 악의적인 소문을 냈다' '김도환은 욕을 일삼았다' 등 피해를 호소했다.

이용 통합당 의원은 최 선수의 일기장을 공개했다. 최 선수는 '나의 원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 아래, '장윤정, 김규봉, 이광훈, 김정기, 김주석 내 인생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김정기는 김도환 선수의 개명 전 이름이다.

또 '내가 아는 가장 정신 나간 사람은'이라는 물음 아래, '이 질문은 백번 물어도 똑같은 답이지. 장윤정 선수와 김규봉 감독, 김정기 선수, 김모 선수지, 이모 선수는 좀 바뀐 것 같기도'라고 적었다.

지난 6일 전체회의에서 폭행 혐의를 부인했던 김도환씨는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의 폭행 사실을 인정하면서 김 전 감독과 안씨, 장 선수의 폭언과 폭행 사실도 진술했다. 최 선수 가족에 대해서는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진심"이라며 "다른 말들은 직접 (부모님을)찾아 뵙고 하겠다"고 했다.

최 선수 동료들의 김규봉 전 감독, 주장 장윤정에 대한 폭로도 이어졌다.

경주시청 동료 정모씨는 뉴질랜드 전지훈련 가혹행위에 대해 "장윤정이 멱살을 잡는 경우가 많아 세세하게 기억나진 않는다. 새벽에 육상 훈련을 하던 중 최숙현 선수가 제대로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런 행위가 벌어졌다"며 "(문자메시지 속 '그 사람들'은) 김 전 감독과 장윤정"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피해자 정모씨는 "2016년에 보강운동을 안했다는 이유로 남자숙소로 불려갔다. 남자 선배에게 시켜서 각목으로 엉덩이 10대를 맞았다. 그때가 20살이었다"고 진술했다.

편모씨는 "(장윤정은) 자기 기분에 따라서 선수를 대했다. 기분이 좋지 않으면 폭행을 일삼았다. 선수들은 잘못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죄송하다고 해야 했다"며 "팀은 장윤정의 분위기 주도하에 돌아갔기 때문에 어떻게든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까지 장윤정이 꿈에 나오면 악몽이라고 생각할 만큼 두렵다"고 토로했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서 고 최숙현 선수를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2020.7.2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여야, 문체부ㆍ대한체육회경찰 질타…"이기흥 체제서 자정기능 어려워"

여야 의원들은 청문회 내내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국가인권위원회, 경찰 등 최 선수 사건 관련 기관들의 미흡한 대처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이병훈 민주당 의원은 "대한체육회는 사고가 터지면 그때만 사과하고, 발본색원하겠다고 한다"며 "대한체육회가 쉽게 말하면 배가 불렀다. 4000억원 가까운 국가 예산이 나가고, 선거를 통해서 수장을 뽑고, 문체부 지도감독도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임오경 의원은 "김 전 감독은 5월 중순 경주시청 선수들을 숙소로 불러서 자신의 앞에서 경찰진술서를 쓰게 했다. 내용은 김 전 감독과 장윤정이 검토했다"며 "김 전 감독은 '때린 것은 인정하지만 내 밥줄을 건드는 것은 인정 못한다, 내 등에 칼 꽂는 제자는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다. 초기 경찰 수사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피해자 중심 수사가 아니라 행정 편의적인 수사"라고 비판했다.

김승수 통합당 의원은 "문체부의 안일한 인식에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6개 기관에 관련 내용이 진정이나 호소가 됐다"며 "많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하나같이 소극적, 형식적으로 대응했다. 심지어는 축소, 은폐하려는 시도도 있었다"고 질타했다.

김예지 의원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에선 자정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이상 체육계 수장으로서 자격이 없고, 체육계를 개선할 자격이 없어 보인다"며 "상식과 책임이 있는 분이라면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asd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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