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비자림로 확장, 사실상 공사 불가"..제주도 수용할까?

허지영 2020. 7. 2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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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주]
[앵커]

경관 훼손 논란 속에 공사 중단과 재개, 또다시 중단을 반복해온 비자림로 확장공사, 환경청의 요구로 진행된 추가 생태조사 결과를 KBS에서 연속 보도해드렸는데요,

사실상 공사가 어렵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 제주도가 어떤 답을 내놓을까요?

허지영, 민소영 기자가 차례로 집중 보도합니다.

[리포트]

이곳은 2년 전 중단된 비자림로 공사 현장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울창이 뻗어있는 삼나무는 온데간데 사라졌고, 제 옆으론 허리 높이만 한 잡초들이 무성히 자라있습니다.

공사가 다시 시작되면 이곳엔 왕복 4차선의 아스팔트 도로가 깔리게 되는데요.

하지만 조금만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 이렇게 다양한 생태계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열매가 유난히 빨갛고 기다란 식물.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으름난초'입니다.

숲 속에서 들리는 맑고 고운 새소리, 천연기념물 '팔색조'가 내는 울음소리입니다.

제주 고유의 희귀 양치식물, '층층지네고사리'도 발견됐습니다.

비자림로 확장 공사 구간과 주변 지역에 대한 최근 생태조사 결과 양치식물 60여 종과 조류 90여 종이 확인됐습니다.

멸종위기종 2급 애기뿔소똥구리도 다량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멸종위기 동·식물은 없다던 5년 전 소규모환경영향평가와는 상반된 결과입니다.

[김진숙/비자림로 추가 조사용역 연구원/양치식물연구회 : "다양한 식물이 있으니까 다양한 곤충이나 다른 생물도 연계될 거고요, 생태적으로 서로 잘 짜여있는 공간이라는 거죠."]

제주대학교가 제주도로부터 의뢰받아 추가 생태조사를 벌여 작성한 이번 보고서는 4차로 확장 공사가 비자림로의 생물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일부 연구진은 대체 서식지 성공사례가 없다며 사실상 '공사 불가 의견'을 냈습니다.

KBS 뉴스 허지영입니다.

“생태계 우려…확장공사 불가”

왕복 4차로로 확장할 비자림로 구간은 전체 27km 가운데 2.94km.

지역 주민들의 숙원사업이라는 게 제주도의 설명입니다.

[조형미/서귀포시 성산읍 : "많이 불편해요. 도로도 좁고요."]

그렇다면 이 구간의 평균 주행속도는 어떨까?

'소통 원활'을 나타내는 시속 50km대입니다.

[박서은/관광객 : "막히지 않고 시원하게 잘 올 수 있었습니다."]

이번 추가 생태조사 보고서에선 멸종위기종 동·식물 보호를 위해 오히려 왕복 2차로를 유지하고 차량 속도는 지금보다 더 낮은 시속 30km 제한을 주문했습니다.

제주도는 추가 생태조사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환경저감대책'을 마련해 이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용역 종료를 닷새 앞둔 지난달 25일, 세부 검토가 필요하다며 연구팀에 용역 중단을 통보했습니다.

제주도는 이달 말까지 최종 보고서 검토를 마무리해 환경청과 환경저감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강행 논란 속에도 친환경 생태도로로 확장하겠다며 지난 5월 공사를 재개했다가 환경청으로부터 과태료 5백만 원을 부과받은 제주도.

약속과 달리 용역결과와 동떨어진 방안을 내놓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민소영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그래픽:김민수

허지영 기자 (tanger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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