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오면 쌓이는 '우산 비닐 커버'..갈 길 먼 퇴출 [김기자의 현장+]

김경호 2020. 7. 22.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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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빗물제거기로 대체..민간은 여전히 사용 / '재활용 쓰레기 대란' 이후 여전..갈 길 먼 퇴출 / 우산 비닐 원료 고밀도폴리에틸렌(HDPE)..매립하면 썩는 데 최소 100년 / 우산 비닐은 물기에 젖어 재활용도 어려워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 상점 입구에는 우산 비닐 커버가 수북하게 쌓여있다.
 
“오늘같이 비가 쏟아지는 날이면 우산 비닐 커버가 쌓여요. 어쩔 수 없어요. 쓰고 버릴 땐 빗물이라도 빼고 버리면 좋은데, 그런 분들은 거의 없어요”

22일 오전 서울 숙대입구역 인근 한 건물에서 유리문을 닦던 미화원이 허탈한 웃으며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른 아침부터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시민들이 비를 피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인파가 북적이는 인도에는 작은 우산에 의지한 시민이 우산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에 윗옷이 젖거나 몸을 움츠린 채 비를 조금이나마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지하철 입구 인근 건물에는 시민은 젖은 옷을 손으로 털고 있기도 했다.

지하철역 입구 주변 상점 그리고 건물 입구에는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우산 비닐 커버가 쌓이다 못해 길바닥이나 쓰레기 수거함 주변에 널브러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일부 시민들은 버려진 우산 비닐을 손으로 주워 쓰레기 수거함에 넣기도 했다.

용산구 한 상점 입구에 마련된 우산 빗물제거기.
 
숙대입구역 인근 건물을 둘러본 결과 건물 입구에서 우산 비닐 커버를 쉽게 볼 수 있었다. 빗물제거기를 비치한 상점이 있는 반면 우산 비닐 커버을 입구에 비치한 건물도 있었다. 한 건물 입구에 사람들이 우산 비닐 커버를 뽑고 있었다. 10분여간 비닐을 뽑아간 사람은 15여 명. 옆 우산 비닐 수거함에는 나오는 사람이 버린 비닐이 쌓여가고 있었다.

쏟아지는 비를 피해 한 건물에서 스마트 폰을 보고 있던 이모(46)씨는 “익숙하고 쉽게 생각해서 쓰고 있는 것 같다”며 “지금도 쓰고 있지만, 버릴 때마다 쌓이는 비닐이 좀 신경 쓰인다”라고 했다. 지하철 인근에서 만난 정모(35)씨는 “여전히 빗물 제거기를 설치한 건물이 드문 것 같다”면서 “정부에서 더 적극적으로 행정 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라고 했다.

수북하게 쌓여있는 우산 비닐.
 
점심쯤이 되자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하늘은 여전히 먹구름이 가득했다. 빗방물이 떨어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았다. 건물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수십 명의 직원이 회사 건물을 나서고 있었다. 저마다 손에는 우산을 들고 있었다. 건물에서 나오는 이들이 벗겨낸 우산 비닐 커버로 수거함은 점점 쌓여 만 갔다. 인근 골목길에는 우산 비닐 커버가 빗물을 가득 담긴 채 쓰레기봉투 주변에서 볼 수 있었다.

12시 30분쯤이 되자 건물 입구에 비치된 우산 비닐 커버 수거함에는 한 번 쓰고 버려진 비닐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수거함에는 약 5㎝ 정도의 높이로 물이 담겨 있었고, 이른바 ‘물 반 비닐 반’정도였다. 오후 1시쯤 한 건물 내부를 들어가 보았다. 두 명의 미화원이 건물 입구부터 계단 그리고 엘리베이터까지 흘린 빗물을 닦고 있었다. 뾰족한 우산 끝이 우산 비닐 커버 밑 부분이 쉽게 뚫려 그 부분으로 빗물이 흘러내려 바닥이 흥건해진 것이다. 한 미화원은 대걸레로 잘 보이지 않는 빗물까지 닦고 있었고, 한 미화원은 입구 주변에 버려진 우산 비닐 커버를 일일이 손으로 뒤집으며 빗물을 제거한 후 쓰레기봉투에 담고 있었다.

한 건물 미화원은 비가 오는 날에는 대리석 바닥에 물기가 있으면 걸어 다니다 미끄러져 다칠 수가 있어 우산 비닐 커버를 비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건물을 청소하고 있던 이 미화원은 “비가 쏟아지는 날이면 빗물로 난리다”며 “우리 같이 눈이 침침한 사람은 바닥에 고인 물이 눈에 잘 띄지도 않고, 사람이 다칠까 봐. 기를 쓰고 청소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한번 쓰고 버려지는 우산 비닐이 아깝지. 몇 번 써도 될 것 같은데”라며 “갖고 사무실에 들어 갈 수 없으니. 버리고 가는데, 아깝지”라며 우산 비닐을 정리했다.

지난 2018년 서울시는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고자 모든 공공청사와 지하철역에서 우산 비닐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재활용 업체가 공동주택 재활용 쓰레기 수거를 거부하면서 발생한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벌어진 데 따른 조치였다. 시는 우산 비닐 커버를 다양한 빗물제거기로 대체했지만, 민간시설은 여전히 우산 비닐 커버를 사용하고 있다.

한번 쓰고 버려진 우산 비닐이 쓰레기와 함께 버려져 있는 모습.
 
우산 비닐 커버는 장당 18~20원 정도로 저렴할 뿐만 아니라 건물 내부 청결과 미끄럼 방지 등 안전관리에 용이해 여전히 소비되고 있다. 우산 비닐 커버 원료는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으로 매립하면 썩는 데 최소 100년이 걸린다. 또 우산 비닐 커버는 물기에 젖어 재활용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부분 종량제 봉투에 담아 매립 또는 소각되고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2018년 5월부터 서울시 산하기관에 우산 비닐 커버를 사용 금지 하고 있다. 청사는 물론이고 일반 시민이 사용하는 지하철 역사 내 일회용 비닐 커버 사용을 중지해 연간 500만장 이상 사용이 감축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2022년부터 대규모 점포에 사용금지 할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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