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 바잉' 사실이었다..6월 주택 거래 전달보다 서울 90% 경기 96% 폭증

한은화 2020. 7. 2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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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잇는 규제에 시장 불안감 커져
대전·세종까지 두배 넘게 거래 늘어
주택매매 심리지수도 3년래 최고

직장인 김모(36)씨는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을지로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샀다. 전용 75㎡의 매입가는 3억원 중반대. 50년 된 한 동짜리 아파트였지만, 서둘러 매입했다. 이대로 가다간 서울에서 집을 못 살 것 같은 불안감이 컸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해부터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정부 정책이 너무 자주 나오고 정책 변수에 따라 시장이 급변하는 탓에 이른바 ‘패닉 바잉’을 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봐뒀던 아파트값이 6개월 만에 2억원 넘게 오르는 바람에 포기했다. 그는 “주식으로 치면 ‘소외주’ 같은 한 동짜리 낡은 아파트였지만 더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했다. 또 “30대 흙수저가 서울에서 집 사기가 정말 힘들다”며 “집 문제로 여자친구와 사이도 안 좋아진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불안감에 사로잡혀 집을 ‘패닉 바잉(Panic Buying·공포에 휩쓸린 사재기)’한 이는 김씨만이 아니다. 통계 수치로도 드러났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월 서울 주택거래량은 1만9463건으로 5월 대비 90% 늘었다.

폭등한 주택 거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서울 주택 매매거래량은 2019년 12·16 대책 이후 줄어드는 추세였다. 지난해 12월 2만2156건에서 올해 ▶1월 1만6834건 ▶2월 1만6661건 ▶3월 1만6315건 ▶4월 9452건 ▶5월 1만255건으로 특히 4월 이후 거래가 뜸하다가 6월 들어 거래량이 대폭 증가했다.

정부는 15억원 이상 아파트의 담보 대출을 금지한 지난해 12·16 대책 이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역을 확대하고, 규제지역을 더 넓혔다. 이어 강남 일부 동네를 사실상 주택 거래 허가지역으로 묶고 3억원 이상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막는 6·17 대책, 종부세를 최고 6%까지 올린 7·10 대책 등을 연달아 발표했다.

집값을 잡겠다고 정부가 온갖 규제책을 쏟아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규제가 부른 ‘패닉 바잉’은 사실이었다. 손바뀜이 많았던 곳은 중저가 주택이 많은 강북 지역이다. 특히 고가 아파트의 대출 규제 탓에 중저가 아파트로 쏠림현상이 나타났다.

강북의 6월 주택 거래량은 1만364건으로 5월(5298건) 대비 96% 치솟았다. 두 배로 뛴 것이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삼각산 아이원’(1344가구)은 지난달 총 28건의 거래가 성사됐다. 지난해 전체 거래량(62건)의 절반 수준이 한 달 만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5억원에 거래됐던 전용 84㎡의 현재 호가는 7억8000만원에 달한다.

인기 지역의 주택 거래량 역시 폭발했다. 강남 4구(5월 1752건→6월 3427건), 경기(2만2482건→4만3956건)의 거래량도 5월보다 96% 뛰었다.

두 배 이상 뛴 지역도 있다. 165.5% 늘어난 세종(620건→1646건)과 106.9% 늘어난 대전(3027건→6263건)이다.

이런 ‘역대급 거래량’이 속출한 데는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심리 탓이 크다. 시장은 정부 정책과 반대로 움직였다. 지난 15일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가 ‘6월 부동산시장 소비자심리조사’를 한 결과 서울의 주택매매 심리지수는 150.1을 기록했다. 5월(121.5)보다 28.6포인트 올랐다. 수도권 전체로 보면 주택매매 심리지수는 140.9를 기록해 2017년 7월(142.5) 이후 35개월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이 지수가 115 이상이면 상승 국면으로 분류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시장이 정책대로 움직일 것이라는 착각에서 못 벗어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규제로 옥죄려고만 할 게 아니라 규제를 완화해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시장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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