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쓰라는데 "효과 없다"..'NO마스크 성지' 된 美 헌팅턴비치

김기혁 기자 2020. 7. 2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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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 급증하는데 "과장" 의문시
LA타임스 "해변 폐쇄 반대 목소리도 적극적"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헌팅턴비치에서 사람들이 거리를 지나고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들이 상당하다./AFP연합뉴스
[서울경제]
"아무도 마스크 안 쓰고 거리두기도 안 지켜"

“코로나19 감염률이 올라가고 있다고 하는데 믿지 않아요. 부풀려진 거에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착용을 독려한 가운데 캘리포니아주의 대표적 관광지인 헌팅턴비치가 마스크 거부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미국 LA타임스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감염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는 현실에 의심을 품으며 마스크 효과를 부정하는 이들이 유독 눈에 띈다는 것이다.

헌팅턴비치에 거주하는 브래드 콜번(58)씨는 쇼핑할 때 외엔 마스크를 아직 써본 적이 없다고 LA타임스에 전했다. 그는 “나는 믿지 않는다. 코로나19 감염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걸 믿지 않는다”면서 “감염률은 부풀려져 있다. 민주당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시도하는, 경제폐쇄를 시키려는, 또 다른 수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통계가 과장돼있다는 주장이다.

LA타임스는 “헌팅턴비치에서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캘리포니아주의 어떠한 도시들보다도 이곳에서 코로나19 관련 규제에 대한 저항감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헌팅턴비치가 관광지라는 점과 관련이 깊다. 헌팅턴비치는 통상 여름철에 해변에서 휴가를 즐기려는 수많은 피서객들이 몰려 붐비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해변의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다. LA타임스는 “마스크 규정과 해변 폐쇄 등 조치를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이 헌팅턴비치에선 그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개진해왔다”면서 “‘관광 메카’를 그들의 견해를 위한 일종의 플랫폼으로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에도 시위대가 헌팅턴비치의 한 해변 부두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셧다운(경제폐쇄) 조치에 대해 항의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현재도 시내 중심가를 돌아다니는 많은 사람들은 ‘당당하게’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고 LA타임스는 지적했다.

마스크 착용 거부 왜? "정치적 분열의 한 단면"

이 같은 현상은 코로나19를 둘러싼 미국 내 정치적 분열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채프먼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프레드 스몰러는 헌팅턴비치를 보수의 거점이라고 표현하며 “이곳의 코로나19에 대한 태도는 정치적 분열을 더 크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의 이념이 코로나19를 바라보는 렌즈”라고 진단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대표적인 휴양지인 헌팅턴비치의 해변 전경./AFP연합뉴스
문제는 헌팅턴비치가 속한 오렌지카운티의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렌지카운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몇 주 새 급증하면서 확진자는 3만1,000명을 넘어섰으며 사망자도 500명을 웃도는 상황이다. 지난 두달 간 입원건수도 3배나 늘었다.

린 세메타 헌팅턴비치 시장은 헌팅턴비치 주민들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교육적인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성명에서 “마스크는 사람들을 건강하게 하고 우리 기업들이 제한된 환경에서 안전하게 운영하도록 돕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마스크 착용에 대해 느끼는 불편함을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보건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효과적인 대책으로 마스크 착용을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스크 착용하라는 시장에 주지사 소송...마스크 착용에 미국 분열

마스크 착용을 둘러싼 미국 사회에서의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미 조지아주의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주도인 애틀랜타의 민주당 소속 시장이 공공장소 마스크 의무 착용 명령을 내리자 지난 16일 이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리고 소송을 걸었다. 같은 날 코로나 재확산이 심각한 플로리다에선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마스크 의무화 지침을 안 내리자 민주당 소속 플로리다 하원의원이 그를 직무유기로 고발하기도 했다. 지난 19일 기준 미국 50개 주 가운데 마스크 의무화 정책을 도입한 곳은 28곳이다.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마스크 착용을 강조하고 있다./UPI연합뉴스
그동안 마스크를 거부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미국인들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할 수 없을 때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바이러스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으며 자신 또한 마스크를 들고 다니면서 기꺼이 착용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선 “더 나아지기 전에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가 여러 지역에서 확산하고 있지만, 미국은 잘 대처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브리핑은 지난 4월 말 중단된 이후 약 석 달 만에 재개된 것이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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