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방 모여 주민제안 토론, 표결"

2020. 7. 2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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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전국 첫 온라인 주민총회 연 은평구, 사례 공유회 14일 개최

지자체 참여예산 담당 60여명 모아 온라인 숙의와 총회 추진과정 설명 카톡·유튜브·심플로우 등 활용법도 “30~40대 새 주민 참여 기회 넓혀”

14일 오후 은평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온라인 주민총회 사례 공유회에는 지방자치단체 20여 곳의 참여예산·협치 담당자 60여 명이 모였다. 사진은 조재학 은평구 협치조정관이 참가자들에게 온라인 주민총회 추진 과정을 소개하는 모습.

14일 오후 은평구청 대회의실에서 ‘온라인 주민총회 사례 공유회’가 열렸다. 서울시 자치구, 경기도 성남시, 대구시 등 지방자치단체 20여 곳의 참여예산·협치 담당자 60여 명이 모였다. 조재학 은평구 협치조정관은 온라인 주민총회 추진 과정을 소개했고, 420명의 온라인숙의단을 이끈 김정호 단장은 숙의 과정의 경험을 나눴다. 발표에 앞서 조 협치조정관은 “은평구가 해온 게 정답은 아니지만, 다른 곳보다 먼저 고민하고 실행한 거니 참고했으면 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은평구 주민참여예산은 올해로 10년째를 맞는다. 그사이 전체 참여예산은 16억원에서 30억원(은평구 자체 20억원, 동 단위 8억원, 청소년 2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참여예산제도 운영 예산도 2억원으로, 기초지자체 가운데 압도적으로 많다. 행정인력도 참여예산전담팀(참여구정팀) 7명이 있고, 주민총회는 협치공동체팀 7명도 함께 준비했다. 모바일 투표 도입, 원탁토론회 도입, 정책 과제화 등엔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도 따라붙는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전국 첫 온라인 총회라는 새로운 기록을 덧붙였다.

은평구 참여예산제는 2018년부터 정책 과제(아이디어) 제안 방식을 도입해 주민 참여의 문턱을 낮췄다. 조 협치조정관은 “대부분 지자체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일정 수준의 사업계획서를 기대하다보니 주민들 사업계획 수준이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늘 따라붙었다”고 지적했다. “참여예산제도는 주민 목소리를 구정에 반영하는 일련의 과정이기에 굳이 사업계획이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에 정책 아이디어를 내는 거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자치구의 참여예산(20억원)과 서울시의 협치예산(4억원)을 융합해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은평구 참여예산 주민제안은 주민총회에서 정책 과제를 선정한 뒤, 민관 티에프팀을 꾸려 정책 과제를 사업화하고 9월 사업계획 공유회를 거쳐 주민들에게 결과를 보고한다. 지난해엔 주민투표와 주민 700여 명이 참여한 원탁토론회 방식의 주민총회로 최종 정책 과제를 뽑았다. 올해 코로나19 장기화로 공론화, 숙의, 총회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5~6월 두 달 동안 온라인 중심으로 추진했다. “주민들이 모일 수 없어 난감했는데, 생각을 바꾸어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했다”며 “더 많은 주민 참여를 끌어내는 기회로 삼았다”고 조 협치조정관은 말했다.

은평구 참여예산위원회와 협치회의는 더 많은 주민이 참여할 수 있게 다양한 방식의 홍보를 추진했다. 14개로 추려진 주민투표 대상 정책 과제에 대해 카드뉴스와 동영상을 만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온라인 숙의단 참여 방식도 안내했다. 홍보 동영상엔 조재학 협치조정관과 한재중 협치담당관의 ‘발연기’ 콘셉트로 재미를 곁들였다. 온라인 주민총회엔 진관동 주민인 배우 이원종씨가 사회를 보며 편안하고 재밌게 진행했다. 참여자가 많을수록 경품 당첨자 숫자가 느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김정호 온라인숙의단장은 “숙의 과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한 전례가 없어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은평구 참여예산제 발전 과정에서 길러진 소통 촉진자(퍼실리테이터)들이 이번에도 큰 힘이 됐다. 온라인 숙의단 매뉴얼을 활용해 소통 촉진자 16명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열어 4일 동안 총 32회차의 토론을 진행했다. 숙의단 참여 주민들은 15명씩 나눠 채팅방에 모여 정책 과제 우선순위에 대해 토론하고 투표했다. 숙의단 참여 주민들은 과제 관련 현장 사진을 직접 올리기도 하고, 한 70대 주민은 자신의 말을 자녀가 타이핑해 올리는 적극성을 보였다.

주민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찾아 활용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유튜브와 더불어 심플로우도 이용했다. 심플로우는 실시간 질의응답 서비스로 앱 설치나 회원 가입 없이 참여할 수 있고, 여러 기기와 브라우저에서 사용할 수 있다. 김 단장은 “어렵지 않고 재밌게 참여할 수 있었다는 소감이 많았다”며 “주민들이 온라인 토론을 여러 번 한 것처럼 능숙하게 해 놀라웠다”고 전했다.

온라인 숙의와 총회, 그리고 현장(동 주민센터, 구정 소식지 등)까지 합쳐 총 1만여 명이 투표해 골목길 안전과 숲과 정원의 도시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뽑았다. 참여예산 분야에서는 생태·역사·문화·체육 둘레길 조성, 주차 공간 공유, 자원순환, 노후주택 정비 등이, 협치 분야에서는 에너지 전환도시, 문화콘텐츠 개발이 차례로 선정됐다. 조 협치조정관은 “참여 경로 조사에서 30~40대 비중이 눈에 띄게 는 것을 확인했다”며 “온라인 진행이 새로운 주민 참여를 끌어내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퇴근 이후인 저녁 시간대 주민 참여율이 높은 점도 확인했다.

이날 공유회 참석자들은 조 협치조정관에게 주민 참여율을 높이는 방안, 지자체의 참여예산과 서울시 협치사업 추진 일정의 차이 등을 질문했다. 김 단장에게는 온라인 채팅 방식 토론의 한계, 비대면 방식의 예산 추가 문제, 소통 촉진자의 역량 문제 등에 관해 물었다. 두 사람은 모두 온라인 방식이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를 얘기하면서도 오프라인 병행의 필요성도 덧붙였다. 김 단장은 “정책 과제 내용을 충분히 전달하는 데 온라인 방식에 한계가 있어 오프라인 방식도 병행했으면 한다”고 했다. 조 협치조정관은 “내년엔 온·오프라인 융합 플랫폼을 만들어 정책 과제 제안, 숙의, 최종 결정이 이뤄지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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