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균형" "건강권" vs "의료 질 저하"..의대 정원 확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진경 2020. 7. 2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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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목별 의사 수 불균형 해소.. 감염병 대응 강화 나선다
경북 1000명당 의사수 1.4명
서울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쳐
역학조사관·의과학자 태부족
“공공의료 인력 확충”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세번째)가 23일 ‘공공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당정의 의대 정원 확대는 지역간 편차가 심하고, 특정분야 기피 현상이 심각한 의사 인력 수급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시골의사·역학조사관·의과학자 등 필요한 인력을 전략적으로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국가 재난 상황에 투입해 활용할 수 있는 공공의료인력도 확충한다.

의사 인력 확충을 두고 의료계는 엇갈린 입장을 내놨고, 대학 입시 판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동결된 상태다. 그동안 지역 간 의사수 불균형, 특수분야 의사 수 부족 등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됐으나 정원확대는 이뤄지지 못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코로나19로 부각됐다. 지난 2∼3월 대구에서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했을 때 지역병상과 의료인력 부족으로 병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속출했다. 감염병에 대응할 감염내과 전문의와 역학조사관도 부족해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수치상으로도 드러난다.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수는 2018년 기준 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5명에 못 미쳤다.

지역 간 편차가 심하다. 경북의 인구 1000명당 의사수는 1.4명, 충남과 울산은 각각 1.5명으로, 서울(3.1명)의 절반 수준이다. 의대 졸업 후 다른 지역으로 떠나기 때문이다. 졸업한 대학 소재 시·도에서 계속 근무하는 비율은 서울 54.5%, 울산 7% 등으로 차이가 크다.

특정 분야는 기피되는 상황이다. 전문의 약 10만명 중 감염내과 전문의는 277명, 백신 등 바이오·메디컬 분야에 종사하는 의사는 67명에 불과하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일하는 의사 역학조사관 정원 13명 중 현원은 5명에 그치고, 13개 시·도 전체 의사 역학조사관 정원 23명 중 17명은 공중보건의를 활용 중이다.

이에 당정은 향후 10년간 매년 지역의사 300명, 역학조사관, 중증외상 등 특수전문분야 50명, 기초과학, 제약·바이오 등 의과학자 50명씩을 선발해 양성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10년 뒤 인구 1000명당 3.4명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지역의사는 2022학년도부터 ‘지역의사 선발전형'을 도입해 선발한다. 면허 취득 후 10년 지역의무 복무 조건으로 장학금이 지급된다. 10년에 전공의 수련 기간은 포함되지만, 군복무 기간은 제외된다.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장학금 환수 및 면허 취소 등 제재가 가해진다. 정부와 국회는 올 연말까지 지역의사제 관련 법률을 제정할 방침이다.

최대집 회장을 비롯한 대한의사협회 회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무분별한 의대정원 증원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특수전문분야와 의과학자 분야는 새로운 선발 전형 없이 재학생 중 해당 분야 인력양성 의지를 밝힌 대학에 추가 정원을 배정한다. 정부는 2025년에는 인력이 투입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원 배정 3년 후부터 인력양성 실적을 평가해 미흡한 경우 정원을 줄일 방침이다.

의대 정원확대와 별개로 공공의대 설립도 추진한다.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해 2024년 3월 국립공공의료대학원 개교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지역의료체계 강화를 위해 거창, 영월 등 9개 지역에 공공병원도 신·증축이 진행되고 있다.

김헌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지자체와 함께 의사들이 내 지역에서 일하기 위한 여건을 준비할 계획”이라며 “공공의대 설립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의사 인력 확충을 두고 의료계는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대한의사협회는 총파업을 거론하며 강경 대응을 경고했다. 의협은 “필수 의료 분야나 지역의 의료인력이 부족한 것은 의사 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억누르고 쥐어짜기에만 급급한 보건의료 정책 때문”이라며 “무분별한 의사 인력 증원은 의료비의 폭증, 의료의 질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대정원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 당정협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대한병원협회는 “의사 인력의 증원 및 확충은 국민의 건강권을 수호하고, 우리나라 보건의료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데 가장 기초적이고 절대적인 요소”라며 “10년간 연 400명 확대계획은 가까운 시기에 적정인력까지 충원되기에 부족해 아쉬움이 남지만, 정교한 세부 계획수립과 신속한 정책집행으로 의사인력수급 문제가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의대 정원확대는 곧장 입시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입만 해도 의학계열 합격 기준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자연계 최상위권 모집정원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셈이라 의학계열 합격선은 물론 최상위권 자연계열 일반학과 또한 합격선이 떨어질 것”이라며 “올해 고3의 경우 코로나19 상황과 약대 학부 선발 영향이 더해져 재수 선호 경향도 강해질 수 있고, 초·중학교 단계부터 이과를 선호하는 현상이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경·김승환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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