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균형" "건강권" vs "의료 질 저하"..의대 정원 확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경북 1000명당 의사수 1.4명
서울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쳐
역학조사관·의과학자 태부족
의사 인력 확충을 두고 의료계는 엇갈린 입장을 내놨고, 대학 입시 판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동결된 상태다. 그동안 지역 간 의사수 불균형, 특수분야 의사 수 부족 등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됐으나 정원확대는 이뤄지지 못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코로나19로 부각됐다. 지난 2∼3월 대구에서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했을 때 지역병상과 의료인력 부족으로 병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속출했다. 감염병에 대응할 감염내과 전문의와 역학조사관도 부족해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수치상으로도 드러난다.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수는 2018년 기준 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5명에 못 미쳤다.
지역 간 편차가 심하다. 경북의 인구 1000명당 의사수는 1.4명, 충남과 울산은 각각 1.5명으로, 서울(3.1명)의 절반 수준이다. 의대 졸업 후 다른 지역으로 떠나기 때문이다. 졸업한 대학 소재 시·도에서 계속 근무하는 비율은 서울 54.5%, 울산 7% 등으로 차이가 크다.
이에 당정은 향후 10년간 매년 지역의사 300명, 역학조사관, 중증외상 등 특수전문분야 50명, 기초과학, 제약·바이오 등 의과학자 50명씩을 선발해 양성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10년 뒤 인구 1000명당 3.4명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지역의사는 2022학년도부터 ‘지역의사 선발전형'을 도입해 선발한다. 면허 취득 후 10년 지역의무 복무 조건으로 장학금이 지급된다. 10년에 전공의 수련 기간은 포함되지만, 군복무 기간은 제외된다.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장학금 환수 및 면허 취소 등 제재가 가해진다. 정부와 국회는 올 연말까지 지역의사제 관련 법률을 제정할 방침이다.
의대 정원확대와 별개로 공공의대 설립도 추진한다.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해 2024년 3월 국립공공의료대학원 개교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지역의료체계 강화를 위해 거창, 영월 등 9개 지역에 공공병원도 신·증축이 진행되고 있다.
김헌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지자체와 함께 의사들이 내 지역에서 일하기 위한 여건을 준비할 계획”이라며 “공공의대 설립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의사 인력 확충을 두고 의료계는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대한의사협회는 총파업을 거론하며 강경 대응을 경고했다. 의협은 “필수 의료 분야나 지역의 의료인력이 부족한 것은 의사 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억누르고 쥐어짜기에만 급급한 보건의료 정책 때문”이라며 “무분별한 의사 인력 증원은 의료비의 폭증, 의료의 질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대 정원확대는 곧장 입시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입만 해도 의학계열 합격 기준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자연계 최상위권 모집정원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셈이라 의학계열 합격선은 물론 최상위권 자연계열 일반학과 또한 합격선이 떨어질 것”이라며 “올해 고3의 경우 코로나19 상황과 약대 학부 선발 영향이 더해져 재수 선호 경향도 강해질 수 있고, 초·중학교 단계부터 이과를 선호하는 현상이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경·김승환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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