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로 숨진 미화원, 무슨 일 있었나..남긴 녹음파일엔

윤두열 기자 2020. 7. 23.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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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열흘 전 청와대 국민청원에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달라는 고3 딸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유가족들은 환경미화원이었던 고인이 일을 마치고 오면 늘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저희 취재진에게 녹음 파일을 건넸습니다.

[어어어…저리 가! 나가, 여기서 나가라고.]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윤두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북 봉화 환경미화업체 사장 아들 : 더 할 말 있어요? 더 할 말 있냐고. 민원 발생해서 인사위원회 개최한다고. 잘못했다고 빌든가 방바닥에 굴러서 큰절을 하든가. 나는 그런 뻣뻣한 사람 싫으니까.]

청소 민원이 들어왔다며 혼을 내는 겁니다.

담당 군청에 민원이 있었는지 확인해봤습니다.

[봉화군청 담당 공무원 : 가로청소에 대한 민원은 없었습니다.]

이번엔 보도블록 깨진 걸 보고하지 않았다고 회사를 내보내겠다고 소리칩니다.

[경북 봉화 환경미화업체 사장 아들 : 당신이 하라고. 뭐 시말서 못 써? 난 당신 000 내보낸 것처럼 내보낼 테니까]

[봉화군청 담당 공무원 : 보도가 깨져서 파손이 되었다. 그건 쓰레기로 볼 수 없는 부분이죠. (그럼 환경미화원에게는 책임이 없는 건가요?) 없습니다.]

소리치는 사람은 이 회사 사장 아들입니다.

유가족은 고인이 된 김재동 씨가 회사 대부분의 직원과는 다른 노조에 가입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올해 들어선 월급도 줄었습니다.

매달 직원들이 서로 점수를 매겨 추가 수당을 나눠 가지기로 했는데, 대부분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이런 월급에 대해 김씨가 묻자,

[경북 봉화 환경미화업체 사장 아들 : 저리 가! 나가. 나오라고! 내가 당신한테 그걸 왜 들어? 내가 왜 당신한테 급여 얘기를 하라 그래?]

김씨 동료는 김씨가 수시로 폭언과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했습니다.

[고 김재동 씨 동료 : 비 오든 춥든 계속 마당에 세워 놓는 거예요, 퇴근시간까지. 그렇게 참고 견디다가…]

김씨는 6월 30일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닷새 뒤 뇌출혈로 숨졌습니다.

회사 측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경북 봉화 환경미화업체 사장 아들 : 회사에 전혀 관심이 없어요. 경위서 안 쓴다, 사고 보고서 안 쓴다 이런 말밖에 안 했어요. 김재동 씨 어디 갔는지 안 보여요. 연락은 해봤어? 안 받아요. 이런 게 많았어요.]

부당한 대우를 한 게 아니라 잘못한 게 많았다는 겁니다.

고 김재동 씨 아내는 후회하는 게 딱 하나라고 했습니다.

[김미경/고 김재동 씨 부인 : 빨리 그만두라고 그럴걸. 그냥 가난해도 좋으니깐. 4남매 키우기 버겁기는 하지만 더 빨리 이런 거 다 필요 없이 그냥 우리랑 같이 있었으면…]

(영상그래픽 :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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