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다른 중국 공관도 폐쇄 가능"..중국은 '맞불' 시사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2020. 7. 23.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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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폐쇄" 통보 파장

[경향신문]

굳게 문 닫힌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미국 정부가 폐쇄를 명령한 미 텍사스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찾은 중국인 교민 등이 22일(현지시간) 굳게 닫힌 총영사관 정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휴스턴|AFP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군인 신분 속인 중국인 보호” 보도
중국, 홍콩과 청두 주재 미 영사관 인력 감축·폐쇄 가능성
재선 위기 몰린 트럼프, 유권자 의식한 ‘중국 때리기’ 분석

미·중관계가 1979년 국교 수립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식재산권 침해 등의 이유로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토록 전격 통보한 것이 계기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중국 공관 폐쇄도 가능하다고 했다. 중국은 “없는 죄를 만들어 뒤집어씌우려 한다”며 중국 내 미국 공관 폐쇄 등 보복조치를 시사했다. 경제, 인권, 언론, 군사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부딪쳐온 양국관계가 임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다른 중국 공관 폐쇄를 검토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언제든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폐쇄 명령을 받은 휴스턴 총영사관에서 연기가 목격된 사실을 언급하면서 “그들은 문서나 서류를 태운 것 같다. 그게 대체 무슨 일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휴스턴 총영사관이 불법행위 관련 자료를 보관하다가 폐기했을 수 있다는 의심을 흘린 것이다. 중국은 워싱턴에 대사관을 두고 있으며, 뉴욕·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휴스턴에 영사관, 뉴욕 유엔본부에 유엔사무소를 두고 있다.

이런 와중에 샌프란시스코 주재 중국 총영사관이 중국군 소속이라는 사실을 속이고 비자를 받아 미국 대학에서 재직해온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을 보호하고 있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이날 나왔다. 중국 인민해방군과 관련이 있는 공군군의대(FMMU)에서 근무했던 중국인 ‘탕주안’이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캠퍼스 연구원으로 있다가 연방수사국(FBI)의 추적을 받자 지난달 샌프란시스코 중국 영사관으로 도피했다는 것이다. 자칫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의 불똥이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으로 튈 수도 있다.

반면 중국 외교부 왕원빈(汪文斌)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비합리적인 행위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고. 차이웨이(蔡偉) 휴스턴 총영사는 ABC방송 인터뷰에서 “거짓말은 천 번을 하더라도 사실이 되지 못한다”면서 지식재산 절도 등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성명에서 “미국은 중국이 미국에 파견한 것보다 더 많은 외교 및 영사 인력과 공관이 중국에 있다”며 상응 조치로 중국 내 미국 공관 폐쇄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당초 중국이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의 ‘자매공관’인 우한 주재 미국 총영사관을 폐쇄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편집인은 웨이보 계정에 우한 총영사관 직원들이 지난 1월 코로나19 때문에 모두 철수한 점을 들어 “중국은 우한 이외 다른 영사관을 상대로 보복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후 편집인은 우한 영사관보다 규모가 큰 홍콩 총영사관의 인력 감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정부가 남서부에 있는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을 폐쇄할 움직임을 보인다고 전했다. 청두 총영사관은 1985년 문을 열었으며, 쓰촨(四川), 윈난(雲南), 구이저우(貴州), 충칭(重慶) 등과 함께 미국이 인권 상황에 큰 관심을 갖는 티베트 지역을 관할하고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으로 꼽힌다.

트럼프 정부가 1979년 미·중 국교 수립 이후 최초로 미국 내 중국 공관 폐쇄라는 초강수를 둔 배경에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에 대한 적대감이 높아진 미국 유권자들에게 호응하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쏟아진 코로나19 졸속 대응 책임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제시카 첸 웨이스 코넬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에 “이번 조치는 코로나19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재앙적 대처로부터 유권자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충격과 경외’ 전략의 성격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11월 대선까지 미·중관계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공관 폐쇄도 가능하다고 했는데, 중국인 연구자를 숨기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이 표적이 될 수 있다. 1단계 미·중 무역합의 파기 등 경제적 조치, 인권 관련 제재 등도 있을 수 있다.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에서 미·중이 경쟁적으로 무력시위를 벌일 가능성도 높다. 다만 미국 대선 등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만큼 양국관계가 단교 등 최악의 상황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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