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나쯤은 괜찮겠지"..장마철, 쇼핑몰 식당가 '다닥다닥' 좁혀진 거리 [김기자의 현장+]

김경호 2020. 7. 23.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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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마다 쇼핑몰 식당가 북적..생활 속 거리두기 무색 / 칸막이 설치한 음식점 찾아볼 수 없어 / 테이블 간격 채 1여m도 되지 않아 / 점심 식당가는 자칫 집단 감염의 뇌관 될 수도 있는 상황 / 방역당국, 마스크는 2m 이상 거리두기가 어려운 식당, 카페, 술집 등 실내에서는 반드시 착용해야
23일 점심쯤 서울 강남구 한 쇼핑몰 식당가는 점심을 먹기 위해 찾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몰렸네요.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생각에 좀 무감각해진 게 아닌 가해요”

23일 정오쯤 찾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쇼핑몰 식당가에서 만난 이같이 말했다. 서울 강남의 사무실을 비롯해 교회 등을 다중이용시설 전파 고리로 한 감염이 계속되면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되는 상황이다. 강남구의 부동산 관련 회사에서는 지난 18일 첫 환자(지표 환자)가 나온 이후 전날까지 총 13명이 확진됐고, 송파구 사랑교회에서도 교인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나와 지금까지 최소 5명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59명 늘어 누적 1만3938명이라고 밝혔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전날(63명)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이틀 연속 60명 안팎을 기록했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밀접·밀폐·밀집 공간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방역당국의 경고와 달리 식당가는 여전히 밀접·밀집이 진행 중이다.

이날 온종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시원한 쇼핑몰 식당가는 점심을 해결하는 직장인들로 북적였다. 11시 50분쯤 한 음식점 입구에는 10여m 정도의 긴 줄이 형성됐고, 50여명 정도의 사람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직장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있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강남구 한 쇼핑몰 식당가는 점심을 먹기 위해 찾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
 
또 다른 식당가도 사정은 비슷했다. 식당가 입구마다 비치된 메뉴판에는 마스크를 착용 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음식 주문을 하고 있었다. 식당 주변 대기 의자에는 이른바 ‘다닥다닥’ 붙은 채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사람들은 손에 든 스마트폰을 보거나 같이 온 일행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대기 의자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직장인 안모(35)씨는 “오늘따라 더 사람들이 몰린 것 같다”라며 “아마도 인근 주민들까지 모여들어 더 많이 진 것 같다”고 했다. 함께 순서를 기다리던 직장 동료 정모(38)씨는 “대형 쇼핑몰이다 보니 식사를 마치고 잠시 걸을 수 있어서 좋죠”라며 “오늘같이 비가 내리는 날씨에 누가 나가고 싶겠어요”라며 짧게 답했다.

식당가를 잠시 둘러보았다. 식당가 입구부터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음식점마다 칸막이는 찾아볼 수 없었고, 그 흔한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안내문’이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식당 테이블 간격은 1여m 채 되지 않아 보였고, 테이블 2~6명이 함께 점심을 먹고 있었다. 

한 쇼핑몰 식당가 입구에는 사람들이 메뉴판을 보거나 의자에 앉아 대기 하고 있는 모습.
 
특히, 식당 앞 대기 의자에서 기다리는 사람과 음식점 테이블에 앉은 사람과 경계가 모호했다. 대기 의자에서는 마스크 착용했지만, 식당 테이블에 앉자마자 마스크를 벗고 있어 마스크 착용이 무의미할 정도였다. 바로 옆 식당도 비슷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과 마스크를 벗고 테이블에 앉은 사람과 거리는 채 70여㎝ 되지 않는 거리에서 마주 볼 정도였다. 한 시간 남짓한 짧은 점심시간에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 직장인 입장에서는 ‘생활 속 거리 두기 사람 간 간격 2m(최소 1m)’은 사실상 불가했다.

이날 12시 30분쯤 점심을 마친 사람들은 쇼핑몰 내 카페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카페마다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카페 계산대는 음료를 주문한 긴 줄이 생겨나고 시작했고, 대부분의 사람이 한 손에는 우산을, 다른 손에 영수증을 쥔 채 기다리고 있었다. 주문 뒤 이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자연스레 마스크를 벗고 대화를 이어갔다. 테이블마다 벗어 놓은 마스크가 쉽게 눈에 띄었고, 일부는 마스크 만지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이 카페뿐만 아니라 인근 카페도 사정은 비슷했다. 카페 관계자만 마스크를 착용했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앉아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

강남구 한 쇼핑몰 식당 입구에는 긴 줄이 형성 돼 있는 모습.
 
마스크를 착용한 채 스마트폰을 보며 앉아 있던 한 직장인은 “이것저것 다 따지고 살 수 있나”라며 “사는 게 참 쉽지 않죠. 보세요. 여기 사람들 다 마스크 쓰고 있잖아. 나름 다 노력하고 있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전북도와 광주시 등에 따르면 전주여고 3학년 학생 A양과 우석대 재학생 B씨는 각각 지난달 17일과 20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16일 확진된 여성 2명은 설명회가 끝난 뒤 이 식당에서 30분 정도 머물며 식사를 했다. 이 때 A양과 B씨와 함께 머물렀다. A양은 이 여성들과 약 4m 떨어진 곳에서, B씨는 2m 정도 거리에 있었다. 머문 시간은 A양이 약 5분, B씨가 20분 정도였다. 식당 내 짧은 접촉만으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이 몰리는 점심 식당가는 자칫 집단 감염의 뇌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방역당국은 마스크는 2m 이상 거리두기가 어려운 식당, 카페, 술집 등 실내에서는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고 지난 17일 강조한 바 있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 “실외에서, 야외에서 2m 이상 거리 유지가 가능할 때는 안 써도 위험도가 낮은데 이때는 꼭 쓰시다가 정작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강남구 한 쇼핑몰 식당에는 '거리두기' 푯말이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는 모습.
 
그러면서 정 본부장은 “마스크 착용 관련 인식 조사 결과, 코로나19 전파 위험성이 높은 식당·카페·술집에서의 마스크 착용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낮다”며 “음식을 주문하거나 음식을 기다리는 등 음식을 섭취하는 시간 이외에는 마스크를 꼭 착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쇼핑몰 한 관계자는 “방역 관련해 최대한 노력을 하고 있다. 모든 출입구에 상주인력이 상주하면서 계속 체온 측정을 하고 있고, 손 소독제 비치와 근무자들 마스크 착용 항상 독려하고 있다”면서 “한 시간마다 방역 관련 안내 방송하고 있고, 현장 근무자들이 다니면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거나 여분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식당가는 최대한 방역을 지원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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