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첩약 급여화, 무엇이 문제인가

노상우 2020. 7. 24.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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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건정심 본회의 통해 사업 진행 여부 결정돼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다. 특히 한의계를 제외한 보건의약계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반대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사진=연합뉴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어떻게 진행됐나?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은 앞서 2012년에도 논의됐다. 당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는 연간 2000억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치료용 첩약의 건강보험 적용에 대한 한시적 시범사업’을 실시하고자 의결했다. 하지만, 당시 한의계 내부 의견이 합의되지 못해 중단됐다. 한의사가 아닌 한약사와 한약조제약사의 시범사업 참여 여부를 두고 내분이 일면서 시범사업이 무산된 것이다. 그 이후 수차례 첩약 급여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지원도 늘어났다. 한의협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공약인 ‘생애주기별 한방의료서비스 보장성 강화’에는 선별적으로 급여화하고 있는 한의 의료서비스를 치료 목적의 비급여의 경우 전면 급여화하고, 한약 일부를 급여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지난 2017년 8월 정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에서도 ‘생애 주기별 한방의료서비스의 예비급여 등을 통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 4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첩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기반 구축 연구’ 용역을 진행했고, 2019년 4월 보건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대한한약사회 등과 함께 ‘첩약 급여화 협의체’를 만들고 연내 추진을 목표로 했다. 협의체 내에서 약사회와 한약사회는 ‘안전성·유효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첩약 급여화를 반대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무기한 연기됐던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지난 6월9일 건정심 소위원회에 보고되면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후 급물살을 타고 7월3일 건정심 2차 소위까지 통과해 월경통·안면신경마비·뇌혈관질환 후유관리 등 3개 질환을 대상으로 총 500억원 규모의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17일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범의약계 7개 단체가 '첩약 급여화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한의계를 제외한 보건의약계가 반대하는 이유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약사회·대한의학회·대한약학회·대한민국의학한림원·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등은 ‘첩약 급여화 반대 범의약계 비상대책위원회를 지난 17일 구성했다. 이들은 과학적 검증 없이는 절대 건강보험 체계에 들어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을 보면 ▲의학적 타당성 ▲의료적 중대성 ▲치료효과성 ▲비용 효과성 ▲환자의 비용부담 정도 및 사회적 편익 등을 고려해 요양급여대상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들은 첩약은 해당 기준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의료와 한방의료의 원리는 다르지만, 의료행위에 대해 다른 기준을 적용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의약품의 경우, 안전성과 유효서을 확립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시판된 후에도 부작용을 집계하고 정도에 따라 품목이 취소되기도 한다. 첩약은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하다 보니 국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첩약‘의 품질과 규격이 확립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말한다. 처방과 원료, 제조법 표준화 이후 신뢰할 수 있는 품질과 규격을 전제로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는 것. 이를 통해 임상시험을 거쳐 현대의학에 맞는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의사와 한의사 간 직역 간 다툼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의료 정책이 필요하다”며 “첩약이 급여화되면 다른 의료서비스도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한의약 발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한의계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했다. 

◇한의계의 입장은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22일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관련 Q&A 및 양의계 주장에 대한 설명자료‘를 발표했다.

한의협은 현대의학의 기준에 충실하게 설계했음에도 이러한 주장이 제기되는 것은 의사들의 몰이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첩약은 신약을 개발해 시판하는 제조 의약품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해선 안 된다는 게 한의협의 주장이다. 첩약진료 행위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얻어 안전성이 이미 확보된 개별 약제를 사용해 환자 상태에 맞춰 변증방제하는 의료행위라고 설명했다.

첩약 규격화와 관련해선 동일질환에 대해 여러 방제기술이 활용되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규격화 및 표준화를 위한 질환별 기준처방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약재도 식약처의 h-GMP(한의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를 통과한 규격품만 사용해야 요양급여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첩약에 들어가는 약재 성분과 함께 원산지도 공개할 예정이다.

한의협은 “개인에게 특성화된 맞춤 처방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토대로 한약제제와 별도로 급여화를 시행하는 것”이라며 “일정 수준의 첩약급여 표준화를 담보하기 위해 질환별로 다양한 기준처방을 제시했다. 기준처방을 토대로 한의사들이 방제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조합의 맞춤 처방을 환자에게 제공하게 된다. 이때 환자의 알 권리를 위해 조제 내역을 의무적으로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대한의사협회는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첩약 건강보험 적용을 결사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사진=대한의사협회

◇첩약 급여화가 진행된다면

24일 건정심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되면 오는 10월부터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월경통·안면신경마비·뇌혈관질환 후유관리 등 3개 질환을 대상으로 총 500억원 규모의 재정이 투입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앞서 첩약 한제 (10일분)당 수가를 ▲심층변증·방제기술료 3만2490원 ▲조제·탕전료 3만380원~4만1510원 ▲약재비 3만2620원~6만3010원(실거래가 기준) 등을 합해 총 14∼15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보건복지부는 6개월 정도 모니터링한 후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요통 ▲기능성 소화불량 ▲알레르기 비염 ▲슬통(무릎통증) ▲아토피피부염 등의 질환까지 사업이 확장될 수 있다.

한편, 의협은 시범사업 강행 시 총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의협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첩약 급여화·의대 입학 정원확대·공공의대 신설·원격 의료 등 의료 4대악(정책)에 대해 정책변화를 약속하지 않으면 총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이 최근 진행한 ‘의료 4대 악 대응에 대한 대회원 설문조사’에서 설문에 참여한 의사 2만6809명 중 2만6595명(99.1%)이 첩약 급여화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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