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장관 뒷담화했다고 감찰..직장내 괴롭힘 아닌가

노원명 입력 2020. 7. 24. 09:30 수정 2020. 7. 3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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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2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수사가 끝나면 감찰하겠다"고 했다. 한 검사장이 지금 법무연수원 소속이어서 법무부 감찰 권한 안에 들어와 있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법무부는 지난달 26일 한 검사장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 조치했다.

감찰은 구성원의 행동과 업무가 조직의 규율을 위반했는지 조사하는 것이다. 감찰에서 비위 사실이 밝혀지면 수사의뢰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런데 수사가 끝난후에 감찰한다고 한다. 검언유착 의혹은 지금 서울중앙지검에서 탈탈 털고 있다. 죄가 되면 처벌하고 아니면 그만인 것이지 감찰로 뭘 더 밝히겠다는 건가. 검언유착 의혹 시점은 한 검사장이 부산고검에 있을때로 법무부 규율 문제도 아니다.

이날 추 장관은 전 채널A 기자가 공개한 녹취록에 나오는 한 검사장 발언을 두고 노여움을 드러냈다. 문제의 발언은 이것이다. "일개 장관이 헌법상 국민의 알 권리를 포샵질하고 앉아 있어." 추 장관이 울산시장 선거수사 공소장 제출을 거부한 것을 비판한 발언이다. 추 장관은 "일개 장관이라는···검찰 고위 간부로부터 그런 막말을 듣는 것에 대해 상당히 자괴감을 느꼈다"고 했다. 추 장관이 감찰 대상으로 이 발언을 특정한 것은 아니지만 정황상 그렇게 해석이 된다. 그게 아니라면 법무부에 갓 전보돼 온 사람, 이미 수사까지 받은 사람을 뭘로 감찰하겠다는 것인가.

그런데 생각해보자. '일개 장관'이라는 표현은 추 장관 주장대로 '막말'에 해당하는가. 일개 기자인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얘기다. 일개 장관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진중권의 재기 넘친 야유대로 '국토부 장관을 겸한 이개 장관'을 자처하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장관과는 급이 다른 '초우월적 장관'인가. 물론 '일개 장관'은 존중을 담은 표현은 아니다.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 한 검사장은 교양인임에 분명하다. 자신을 지방으로 좌천시킨 장관을 '일개' 정도 수위로 조절해서 표현하는 자제심이 대단하다. '일개'를 막말로 여길만큼 추 장관은 고상한 인생을 살아온 모양이다. 진짜 막말 한번도 안하고 한번도 안들어본 사람이라야 가능한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일개'나 '이개'가 아니고 막말이냐, 아니냐도 아니다. 추 장관은 대한민국 직장인들에게 무시무시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사석에서 상관 뒷담화 하고 들키면 감찰 받아야 하나 하는 두려움 말이다. 추 장관은 잘 모르는것 같은데 보통 직장인들에게 뒷담화는 일상이다. 뒷담화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람은 당연히 상관이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모든 상관은 '씹히게' 되어있다. 아무리 훌륭한 상관이라도 지금 일 시키는 사람이 가장 피곤한 법이다. '구관이 명관'이란 말이 왜 나왔겠는가.

뒷담화는 안 들켜야 한다. 그러나 들킨다해도 별 도리는 없다. 꽤 많은 직장인들이 동료에게 보내야 할 상사 뒷담화 메시지를 상사 본인에게 전송해 낭패를 본다. '너 죽을래?' 정도 피드백이 오겠지만 상사가 이걸 공식적으로 문제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첫째 어디 내놓고 말하기가 부끄럽고 둘째 자기도 그런 시절이 있었고 셋째 지금도 더 높은 누군가를 씹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의 장관이라면 국회에서 '일개 장관'에 대한 의견을 물어올 경우 '일개 검사장이 사석에서 한 얘기를 갖고 왈가왈부하기 부적절하다' 정도로 넘어가지 않았을까.

내가 한 검사장이라면 추 장관이 들통난 뒷담화를 걸어 감찰을 지시할 경우 직장내 괴롭힘으로 국가인권위에 신고를 할 것이다.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은 상관이 부하를 뒷담화하는 것을 금한다. 부하가 상관 뒷담화하는 것은 상관없다. 만약 부하의 뒷담화를 문제삼아 불이익을 주거나 위협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직장내 괴롭힘이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한 검사장 감찰건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우리의 생활이 걸린 일이다.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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