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에 토사 덮쳐 마을 초토화.."산림 무단훼손 탓" 주민 분노

허단비 기자 2020. 7. 2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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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더 온다는데 정말이지 불안해서 살 수가 없습니다. 언제 토사가 집을 덮칠지 몰라 잠도 안 와요."

광주 서구 용두동 신용마현마을에 사는 김모씨(50)는 간밤에 한숨도 자지 못하고 잠을 설쳤다.

또 다른 주민 노모씨(53)는 "언제 또 토사가 흘러내릴지 몰라 무서워 죽겠다. 조용한 마을에 외지인이 들이닥쳐서 쑥대밭을 만들어놨다. 구청에 전화하면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고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봐라, 토사가 다 흘러내려서 마을이 완전 진흙밭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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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자 산림훼손 복구명령 받고도 방치..검찰 송치
"수십 년 된 나무 깎아버렸는데 언제 원상복구하라고.."
24일 오전 광주 서구 용두동 봉황산에서 무단으로 훼손된 산림에서 토사가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있다. 2020.7.24/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비가 더 온다는데 정말이지 불안해서 살 수가 없습니다. 언제 토사가 집을 덮칠지 몰라 잠도 안 와요."

광주 서구 용두동 신용마현마을에 사는 김모씨(50)는 간밤에 한숨도 자지 못하고 잠을 설쳤다.

전날부터 최대 12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리면서 마을 바로 뒤 야산에서 토사가 무더기로 쏟아져내렸기 때문이다.

토사가 마을 곳곳을 덮치면서 애써 가꾼 작물은 진흙 속에 파묻혔고 진흙탕물이 도로를 덮으면서 도로 곳곳에서는 물이 역류하고 있었다.

도로 우수관이 막히면서 주택에도 빗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아 집 내부까지 흙탕물이 역류하기도 했다.

24일 오전 광주 서구 용두동 봉황산 인근 마을에서 무단 훼손된 산에서 흘러내린 토사로 우수관이 막혀 역류하고 있다.2020.7.24/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김씨 집 역시 흙탕물에 집 안 화장실이 잠겨 밤새 물을 퍼내느라 진땀을 뺐다. 이 마을에서 일평생 살았지만 처음 겪는 물난리에 김씨는 물론 주민들도 영문을 몰랐다.

하지만 이런 고생이 한 불법 건설업자의 소행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는 더 분통이 터졌다.

용두동 신용마현마을과 봉학마을 뒤에 위치한 봉황산은 최근 한 건설업자가 무단으로 산림 1만8000㎡을 훼손해 산림 곳곳이 나무 한 그루없이 앙상한 모습이었다.

건설업자 A씨(54)는 지난해 5월 개발제한구역인 것을 알고도 봉황산 8000㎡의 나무를 무단으로 베고 산을 깎았다.

봉황산은 15m 넘게 깎여 위태로운 절벽도 아무 조치없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고 수령 70년이 넘은 나무들이 깎이고 베여 처참한 모습이었다.

관할 자치구인 광주 서구는 지난해 A씨에게 훼손한 산림을 원상복구 하라며 원상복구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서구의 중재 방안대로라면 올해 2월 원상복구 명령 최종 수리가 이뤄졌어야 했다.

하지만 A씨는 지자체의 원상복구 행정명령을 어기고 지난 4월 또다시 산림 1만㎡를 훼손했다. 편백 숲을 만들겠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서구는 A씨를 지난 5월 경찰에 고발했고 A씨는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A씨가 검찰에 송치됐지만, 마을 주민들은 "완전히 바보가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봉황산 인근에 거주하는 이모씨(61)는 "작년부터 포크레인이고 화물차 수십 대가 왔다 갔다 하는 걸 뻔히 눈으로 지켜봤고 구청에 민원도 몇 번을 넣었는데 결국 이렇게 산이 깎여나가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검찰에 송치되면 뭐하나 고작 벌금 얼마 내고 또다시 산을 깎을 것"이라고 역정을 냈다.

그는 "이 산은 마을 주민들이 어릴 때부터 뛰어놀던 곳이자 소중한 자원이 있는 곳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건설업자라는 사람이 포크레인을 몰고 와 수십년 된 나무를 다 밀어버렸는데 구청은 손을 놓고 있었다"며 분을 참지 못했다.

23일 오전 광주 서구 용두동 한 건물에 우수관을 역류한 흙탕물이 차 있다.(독자 제공) 2020.7.23/뉴스1

또 다른 주민 노모씨(53)는 "언제 또 토사가 흘러내릴지 몰라 무서워 죽겠다. 조용한 마을에 외지인이 들이닥쳐서 쑥대밭을 만들어놨다. 구청에 전화하면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고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봐라, 토사가 다 흘러내려서 마을이 완전 진흙밭이 됐다"고 말했다.

봉학마을에는 지난 13일 150㎜의 장대비가 내렸을 때도 나무 한 그루 없는 부지에서 토사가 그대로 흘러내려 마을을 덮쳤다. 그리고 불과 10일 만에 120㎜의 비로 악몽이 재현됐다.

마을 주민들은 비가 또 오면 토사가 집을 덮쳐 이번에는 사람이 다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 주민은 "이 마을 평균연령이 꽤 높아 70대 이상 어르신들이 많다. 수십 년 된 나무를 깎아버렸는데 원상복구 될 때까지 수십 년을 기다리라는 건지 무슨 대책도 없어서 화가 난다. 장마가 이제 시작됐는데 비 소식만 들으면 불안하기만 하다"고 호소했다.

beyond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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