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취소·개학 연기 허용..코로나19 위험성 경시하던 트럼프 대통령 급선회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2020. 7. 2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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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달라졌다. 보건 당국자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밀어부치던 공화당 전당대회 행사를 전격 철회하고 학교 정상화에 관해서도 유연한 태도로 물러났다. 마스크 착용을 거부해온 그는 이미 “마스크 착용이 애국”이라면서 마스크 착용 전도사로 돌아섰다. 11월 대선을 100여일 앞두고 경제 정상화를 앞세운 기존 전략에서 ‘국민 건강 우선’ 전략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연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8월 27일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열려던 후보수락 연설 행사를 취소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는 이날 오후 참모들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다면서 “나는 잭슨빌 행사를 취소할 때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에서 코로나19가 불붙고 있는데 대규모 행사를 여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나는 미국인을 보호해야 한다. 그게 내가 항상 해왔고, 앞으로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 공화당은 다음달 24~27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전당대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노스캐롤라이나주가 대규모 행사 개최에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하자 계획을 변경했다. 전당대회의 하이라이트인 후보수락 연설 행사를 잭슨빌에서 열기로 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잭슨빌이 후보수락 연설 장소로 결정된 이후 플로리다주가 코로나19의 새로운 진원지로 떠올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지난 22일 6만9730명의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는데, 이중 플로리다주가 9785명을 차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학교 개학에 대해서도 유연한 태도로 물러섰다. 그는 브리핑에서 모든 학교가 문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현재 핫 스폿인 지역이 있는 시와 주들은 개학을 몇주 연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판단은 각 지역 기반의 데이터와 사실에 기반에 내려져야 한다”면서 개학에 대한 판단은 주지사들에게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8일 모든 학교의 전면 개학을 요구하며 “문을 열지 않으면 재정 지원을 끊을 수 있다”고 압박했던 태도에서 후퇴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선회는 코로나19가 대선에 미칠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등 보건 당국자들이 지속적으로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낙관적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미국은 이날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4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8일 300만명을 넘은지 보름만에 100만명이 추가됐다. 이 상황을 방치했다간 코로나19 부실 대응 책임론이 더 강하게 쏟아질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민 건강에 관한 갑작스런 염려는 몇달 동안 코로나19를 경시한 뒤에 나왔다”면서 “이번 결정은 일부 참모들이 그에게 코로나19를 더 심각하게 다루기를 간청한 뒤에 나왔다”고 지적했다. 재선 전망을 높이기 위해선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 해소가 급선무라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현실에 굴복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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