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난생 이런 피해는 처음"..200mm 물난리 겪은 부산 침수 현장
부산역 지하상가는 온통 흙탕물..역대급 호우 실감
(부산=뉴스1) 박세진 기자,노경민 기자,이유진 기자 = 밤사이 최대 200mm가 넘는 역대급 물폭탄이 떨어진 부산지역 주요 침수·붕괴 피해현장은 아수라장을 방불케했다. 상습 침수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다른데로 갈 곳이 없어 살 수 밖에 없다"며 특단의 대책을 호소했고 물에 잠겼던 도시철도 부산역 내 상인들은 "이런 피해는 처음"이라며 망연자실했다.
24일 오전 9시 찾아간 부산 동구 도시철도 1호선 부산역 지하상가 거리에는 장사를 접어둔 채 복구작업에 뛰어든 상인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부산역은 전날 오후 10시께부터 쏟아진 폭우로 인해 물에 잠기기 시작해 전동차가 무정차 통과할 만큼 피해가 컸다. 지하상가에도 빗물이 들이닥치면서 대부분 가게 안이 진흙과 빗물로 엉망진창인 상태였다.
문을 연 가게들은 흘러내리는 흙탕물을 닦아 내는데 여념이 없었다. 이날 가게 주인들은 최근 비가 내렸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나쁘다고 입을 모았다.
악세사리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이런 피해는 장사를 하고 나서 처음이라 너무 당황스럽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모르겠다"며 "2주 전쯤에 큰 비가 쏟아졌을 때보다도 상황이 훨씬 심하다"고 토로했다.
음식점은 주방까지 물이 들어차 조리 자체를 할 수 없어 보였다. 5년째 음식점을 해온 B씨는 "오늘 장사는 이미 접었다"며 "10년째 가게를 운영하는 다른 집 사장님도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침수로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초량 제1지하차도에는 이른 아침부터 작업자들과 대형트럭 등 중장비가 복구작업에 투입됐다. 경찰과 동구청 관계자들이 사고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도 포착됐다.
수영구 민락동 저층 아파트들과 규모가 작은 가게들이 모여 있는 골목길에도 흙탕물이 넘쳐 바닥을 덮었다. 한 채소가게 상인은 고무장갑을 끼고 빗물에 젖어 팔수가 없게 된 채소와 도구들을 길에 가득 쌓아놓기도 했다.
전날 밤 입주민 30명이 대피한 자성대아파트 앞에는 비바람에 날려온 쓰레기, 나뭇가지 등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물에 젖은 세간살이가 집 앞에 쌓여 있었다. 119 소방대원들과 아파트 주민들은 젖은 가재도구와 물을 빼내느라 바빴다.
이 마을 통장 C씨는 "어제 밤 9시부터 아파트에 물이 차기 시작했고 주민들이 2층으로 대피해 있다가 더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 대피했다"며 "대피소인 자성대노인복지관도 1층이 침수됐었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한 주민은 "이 아파트 일대가 저지대라 종종 침수가 되긴 했지만 어제는 침수 정도가 확실히 달랐다"며 "최근에 동천 공사를 하면서 물이 더 많이 넘어왔고 공사로 인해 검은 흙까지 함께 쓸려와 바닥이 엉망이 됐다"고 토로했다.
자성대아파트 A동 반장은 "이 아파트에서만 25년을 살았는데 이번 침수피해가 제일 심하다. 원래 침수가 되도 A동만 됐었는데 이번에는 A~D동까지 모두 침수됐다"며 "대부분 어르신들이나 혼자 사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요청했다.
부산에는 이밖에도 주택 담벼락과 축대가 무너지거나 산사태 피해가 잇따랐다. 서면 로터리, 센텀시티 APEC로, 사상구청 로터리, 광안리 호안도로, 영락공원 굴다리 등이 침수되기도 했다.
이번 집중호우는 시간당 81.6㎜가 쏟아져 1920년 이래 10번째로 많은 시간당 강수량을 기록했다.
부산에는 대청동 관측소 기준 176.3㎜ 장대비가 내렸다. 해운대구가 212㎜로 가장 많았고, 기장군 205㎜, 동래구 192㎜, 사하구 173㎜, 남구 165.5㎜, 북항 164.5㎜, 영도 143㎜로 파악됐다.
시간당 강수량도 해운대구가 83㎜로 기록적인 호우를 보였고 남구 72.5㎜, 대청동 70.4㎜, 기장군 69.5㎜, 북항 69㎜ 등으로 집계됐다.
sj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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