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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 바이러스는 우주에서도 살 수 있을까

서동준 기자 입력 2020.07.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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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는 그 수도, 종류도 매우 많다. 지구상에 세포로 이뤄진 모든 생명체를 합한 것보다 개체 수와 종의 수 모두 적어도 수십 배씩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미국의 비영리 환경단체인 에코헬스얼라이언스, 중국과학원(CAS)을 포함해 이탈리아, 나이지리아, 브라질 등의 국제공동연구팀이 2018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전 지구 바이러스체 프로젝트(The Global Virome Project)’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포유류와 조류(약 1만 5000종)에 감염되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은 바이러스가 최대 167만 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수많은 바이러스는 자신이 기생하는 숙주에 특화된 성질을 갖고 있고, 이에 따라 다른 종의 몸속으로 옮겨져서는 쉽게 살아남지 못한다. 가령 식물에 기생하는 바이러스는 애초에 동물 몸속에서는 살 수 없다. 숙주를 감염시키는 기본적인 감염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종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동물 간에 종을 뛰어넘어 전염되는 이종 간 전파 사례가 발견되기도 하지만, 상당히 많은 조건이 부합했을 때 나타나는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 

바이러스를 운반하는 동물이 사람과 자주 접촉해야 하고, 바이러스가 숙주 바깥에서 오래 살 수 있어야 하며, 그리고 무엇보다 그 바이러스가 인간의 면역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회피해야 하는 등 여러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이처럼 바이러스는 숙주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높은 삶을 산다. 이는 숙주에 침투해 증식할 수만 있다면, 숙주가 어느 환경에 살든 바이러스 또한 그곳에서 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높은 온도로 들끓는 해저든, 산성도가 높은 환경이든, 방사선이 과다한 곳이든 말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2014년 그레고 리 딕 미국 미시간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수심 약 1800m, 온도 약 260도의 심해 열수구에서 바이러스 유전자 5개를 발견했다. 심해 열수구는 깊은 바다의 바닥에서 마그마의 열로 뜨거워진 물이 온천처럼 솟아오르는 곳으로, 온도가 높고 다양한 유기물이 존재해 최초의 세포가 이곳에서 탄생했을 것이라는 추측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딕 교수가 발견한 바이러스는 심해 열수구에서 나오는 황을 에너지원으로 삼는 고세균에 기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바이러스가 자신이 더 빨리 증식할 수 있도록 고세균이 황을 더욱 많이 소비하게 보조하는  유전자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80도의 고온과 수소이온농도(pH) 3.0의 강산성 환경에서 사는 생물을 숙주로 삼는 루디바이러스(Rudivirus)도 있다. 극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유전물질을 온전하게 보존하는 것이 필수다. 

이에 루디바이러스는 DNA 이중가닥을 유전물질로 갖고 있으며, 이 유전물질은 단백질 성분으로 재차 코팅돼 있다. 더불어 루디바이러스의 DNA는 A형 DNA(A-DNA)다. 

DNA는 구조와 형태에 따라 A형, B형, Z형으로 나눌 수 있으며, 대부분 생물은 B형 DNA를 갖고 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이중나선 구조의 DNA가 B형이다. A형은 이보다 DNA 이중나선 구조의 전체 길이가 짧고 지름은 더 길다. 보통 B형 DNA를 탈수시켰을 때 A형 구조가 나타난다. 

루디바이러스는 이 두 가지 특성에 따라 고온이나 수분이 부족한 환경에서도 자신의 유전물질을 보존할 수 있으며, 영양소가 부족하거나 건조한 상황에서 DNA 구조가 A형으로 변하는 숙주세포에서도 증식이 가능하다.

바이러스가 자신의 유전물질만 보존할 수 있다면 꼭 생명체 옆에 계속 붙어살지 않아도 된다. 비록 물질대사나 생식 등의 현상은 일어나지 않지만, 둥둥 떠다니다가 자신에게 맞는 숙주를 찾는다면 언제든 이를 재개할 수 있다.

실제로 대기 중에 떠다니다가 지상에 내려앉아 다시 활동하는 바이러스는 매우 많다. 

2018년 커티스 셔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지구해양대기과학부 교수팀은 해발 약 3000m 상공에서 대기 샘플을 수집했다. 그리고 그 안의 바이러스와 미생물을 분석한 결과 1m² 면적에 하루 동안 수십억 개의 바이러스가 내려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 바이러스의 개체 수는 세균보다 평균 약 50배 많았고, 지역에 따라 최대 461배까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공기가 없고 방사선이 가득하며 기온이 극과 극을 오가는 우주 공간에도 이런 바이러스들이 살고 있을까. 

사실 우주에 생명체가 살 것이란 추정 하에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우주에서 세포로 이뤄진 생명체의 존재를 추적해왔지만, 아직 발견된 적이 없다. 그러니 세포성 생명체를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 또한 발견된 적은 없다.

물론 바이러스가 우주 공간에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은 다분하다. 케네스 스테드만 미국 포틀랜드주립대 생물학과 교수는 2018년 2월 국제학술지 ‘천문생물학’에서 우주 공간에 바이러스가 존재할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현재 우주 생명체 탐색 방법이 세포성 생명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바이러스를 발견하기 어려울 뿐이라고 주장했다. 

우주에 어떤 바이러스가 살고 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달이나 화성으로 향하는 우주인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을 염두에 두고 사전 예방이나 격리를 위한 연구는 계속 이뤄지고 있다.

2019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어린 시절 수두를 일으키거나 성인에게는 대상포진을 유발할 수 있는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VZV·Varicella Zoster Virus)가 체내에서 휴면 상태로 있다가 우주로 나가 활성화될 가능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조사 기간 중 180일 이상 우주에서 체류한 우주인 6명의 체액에서 재활성화된 VZV가 발견됐는데, 모두 증상은 경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해 열수구의 모습. 리 딕 미국 미시간대 제공

흥미로운 점은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우주인도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VZV가 활성화됐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VZV의 활성화 여부로 우주인의 면역력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NASA는 우주인이 탐사선이나 국제우주정거장(ISS), 달, 화성 등에서 귀환할 때 바이러스를 비롯한 미지의 생명체가 의도치 않게 함께 지구에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아폴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던 1967년 우주 조약(Outer Space Treaty)을 통해 외계 물질 유입으로 지구 환경이 오염되지 않도록 탐사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1969년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 우주비행사들은 지구로 귀환한 뒤 밀폐된 오염물질 제거실에서 3주를 보내야 했다.

2024년까지 다시 한 번 유인 달 착륙을 계획 중인 NASA는 2020년 5월 새롭게 만든 규정에도 이와 같은 안전 조치를 포함하며, 달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든 일원이 미지의 외계 물질을 들여오는 것을 엄격히 통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주에 바이러스가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혹시나 화성에서 한 움큼 가져온 토양에서 새로운 종류의 바이러스가 발견되기라도 한다면 지금까지 알려진 생명의 기원 이론이 통째로 바뀔지도 모른다.

▼이어지는 기사를 보려면? 

과학동아 7월 [바이러스 특집호] 

Chapter 2. 정체

바이러스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바이러스는 생물일까 무생물일까

바이러스는 얼마나 다양할까

좋은 바이러스도 있을까

바이러스는 생물학 무기가 될 수 있을까

바이러스가 우주에서 살 수 있을까

 

[서동준 기자 bi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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