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말하는 '건강수명 10년 늘리는 법'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2020. 7. 2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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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스트레스 등 관련 6가지 생활습관 중 한 가지 정해 꾸준히 실천해야

(시사저널=노진섭 의학전문기자)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8년 우리 국민의 기대수명은 평균 83세다. 그러나 기대수명에서 질병과 부상 기간을 뺀 건강수명은 64세다. 약 20년은 이런저런 병으로 골골거리는 기간인 셈이다. 이 20년은 젊은 시절의 생활습관에 달려 있다. 나쁜 생활습관을 유지했다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이 일찍 찾아오지만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만성질환을 예방하거나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다. 그만큼 건강수명은 늘어난다.

생활습관을 개선해 골골거리는 20년을 줄이고 건강수명을 늘리려는 것이 라이프스타일 의학(lifestyle medicine)이 태동한 배경이다. 20년 전 미국에서 생긴 라이프스타일 의학은 생활습관을 개선해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건강수명이 얼마나 늘어날까. 미국 하버드대 등이 참여한 다국적 연구팀은 11만여 명을 대상으로 금연, 건강한 식단, 하루 30분 이상 중등도 운동, 표준 체중 유지, 적정한 음주 등 5가지 생활습관 가운데 4가지 이상을 꾸준히 실천했을 때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심장질환, 당뇨, 암 등 만성질환 없이 사는 기간이 남자는 7년, 여자는 10년 늘어났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한 사람은 병에 걸려도 상대적으로 좋은 예후를 보였다.

라이프스타일 의학계는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해 우리가 고쳐야 할 생활습관 6가지를 선정했다. 김선신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2012년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1년간 라이프스타일 의학을 공부한 후 생활습관 6가지를 국내에서 처방하고 있다. 약보다 생활습관을 더 많이 처방하는 김 교수는 "목표가 크면 성취하지 못하고 실천이 어려우면 포기한다. 일상에서 가장 실천하기 쉬운 생활습관 한 가지를 정한 뒤 '오늘만 한다'는 생각으로 해야 꾸준히 실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를 만나 고쳐야 할 생활습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선신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알레르기내과 교수 ⓒ시사저널 박정훈

건강을 위해 바꿔야 할 6가지 생활습관이란 어떤 것들인가.

"운동, 식이, 수면, 스트레스, 음주, 흡연이다. 고혈압과 당뇨 등 생활습관병을 가진 사람은 약에 의존한 나머지 생활습관 개선을 보조적인 수단으로 여긴다. 반대로 라이프스타일 의학에서는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약 복용을 줄이거나 끊을 수 있다고 본다."

수많은 생활습관 중에서 그 6가지를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다 아는 것들이지만 의학적으로 따져봤을 때 개선해서 효과가 가장 큰 생활습관들이다. 라이프스타일 의학 분야에 관심을 둔 의사, 운동 전문가, 영양사 등이 논의해 정한 것들이다."

그중에서 운동이 가장 중요할 것 같은데 문제는 실천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1953년 유명 의학저널(란셋)에 발표된 연구는 1년 동안 영국 런던의 대중교통 종사자 3만1000명의 심장혈관질환을 조사한 결과다. 운전기사가 승무원보다 심근경색으로 사망할 확률이 2배 이상 높았다. 이층버스의 계단을 하루에 600~700회 오르내리는 승무원은 운전기사보다 신체활동이 많아 심장질환을 예방할 수 있었다. 따로 운동할 시간이 없더라도 일상에서 몸을 계속 움직일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식습관을 개선하면 어느 정도의 건강 효과를 볼 수 있나.

"극단적으로 고기를 안 먹고 채소만 먹는, 그러니까 채식주의를 3~5년 실천하면 심혈관질환을 크게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일반인이 모두 그렇게 먹고 살 수는 없지만 식습관을 개선하면 이런 효과가 있다는 점을 증명한 것이다. 음식은 건강한 것을 골라 먹어야 한다."

건강한 음식이란 어떤 것인가.

"하버드의대는 매끼의 50%는 다양한 종류와 색의 채소와 과일을 먹고 25%는 정제되지 않은 통곡물을 먹고 25%는 단백질을 섭취하라고 권장한다. 쉽게 말해 채소, 과일, 콩, 통곡물 위주로 먹으라는 것이다. 탄수화물을 먹더라도 건강한 탄수화물 그러니까 쌀밥, 밀가루, 설탕보다 잡곡밥, 현미밥, 귀리밥, 통밀빵 등 통곡으로 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더 좋다. 또 채소를 먹을 때도 되도록 드레싱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채소를 잘 먹지 않던 사람에게 드레싱 없이 먹으라고 하면 오래 실천하지 못한다. 드레싱을 하되 가장 열량이 적은 것을 선택하고, 채소에 뿌리지 말고 찍어 먹도록 한다. 그렇게 점차 드레싱을 줄이면 어느새 드레싱 없이도 채소 고유의 맛과 향을 즐기게 된다."

잠을 잘 자려면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하나.

"수면 위생(건강한 수면을 위해 지켜야 할 생활습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면은 건강과 직결된다. 우리 몸은 아침에 음식을 먹는 저작작용을 한 후 16시간 후에 자도록 돼 있다. 그래서 아침을 먹는 것이 숙면과 관계가 깊다. 잠을 잘 때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은 아이들의 키 성장에 도움을 주고 성인에게는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를 보인다. 젊어지려고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을 것이 아니라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는 밤 12~3시 사이에 잠을 자야 한다. 자는 동안 치매를 일으키는 베타 아밀로이드와 같은 노폐물도 제거된다. 우리 주변에는 아침에 각성하려고 커피를 마시고 저녁에 자려고 수면제를 먹는 악순환에 빠진 사람이 많다. 카페인 효과는 12시간 지속된다. 저녁에 커피를 마시면 다음 날 아침까지 카페인 효과로 뇌가 각성 상태로 있다. 잠을 자도 수면의 질이 좋지 않고 자는 도중에 깨기도 한다. 따라서 커피를 마시더라도 오전에 한 잔만 마시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에게 어떤 처방을 하는가.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므로 반드시 해소하고 넘어가야 한다. 위나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도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소화가 잘 안돼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위와 장은 영양분을 흡수하고 계속 움직여야 하는데 스트레스로 잠을 잘 못 자면 위장이 움직이지 않아 기능성 위장 장애가 생긴다. 이런 환자에게 실내를 깜깜하게 하고 매일 5분만 누워서 온몸의 힘을 빼라고 처방한다. 잡생각이 날 수 있으므로 클래식 음악을 작게 틀어두면 좋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술을 줄이기란 쉽지 않은데.

"업무상 매일 폭탄주를 20잔 이상 마시는 한 대기업의 홍보이사를 만난 적이 있다. 그렇게 술을 마시면 1년 이내에 병이 생긴다고 경고했고 술을 끊지 못하겠다면 폭탄주를 15잔으로 줄이라고 처방했다. 하루 5잔만 줄여도 한 달이면 100잔 이상을 안 먹는 셈이다. 그러나 그는 그 처방을 실천하지 못했고 1년 후 각종 병에 걸렸다. 술은 끊는 것이 가장 좋으나 최대한 많이 줄여야 한다. 업무상 술을 마시는 소셜 드링킹을 65세 미만 남자는 일주일에 14잔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65세 이상 남성, 여성들은 일주일에 7잔이다. 잔을 세면서 술을 마실 수는 없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과 아무 생각 없이 술자리를 갖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또 술을 전략적으로 마셔야 한다.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시고, 폭탄주나 파도타기(술자리에 모인 사람이 차례로 마시는 놀이)를 피하는 식이다."

담배를 끊으려는 사람에게 팁을 준다면.

"담배를 피우면 폐나 구강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혈관 건강에 매우 나쁘다. 흡연은 습관이다. 스트레스 받을 때나 밥을 먹은 후 등에 담배를 피운다. 이 습관을 분산시키는 것이 좋다. 운동, 명상 등이 도움이 된다. 금연 보조제, 금연 클리닉, 가족 등 주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좋다."

6가지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건강수명을 10년 연장할 수 있나.

"라이프스타일 의학이라는 개념이 생긴 지 20년이 채 안 돼서 아직 충분한 연구 결과는 없다. 하지만, 미국 하버드의대 등이 참여한 다국적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에서 건강수명 10년이 늘어난 결과가 있다. 몸에 나쁜 것을 하지 않고 먹지 않으면 우리 몸에 있는 자연 치유력도 최대로 강해진다."

생활습관을 개선하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자신이 고쳐야 할 생활습관을 리스트로 만드는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 6가지 생활습관에 각각 3가지씩만 적으면 모두 18가지가 된다. 이 가운데에서 가장 실천하기 쉬운 것 하나를 골라 3개월 동안 실천한다. 3개월간 실천하면 그 습관이 몸에 밴다. 쉬운 것부터 해야 도전 의식이 생기고 완수했을 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3개월 후 다른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식으로 하면 1년에 4가지를 고칠 수 있다. 이렇게 5년만 하면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된다."

문제는 이런저런 이유로 실천하지 못하는 점인데.

"실천이 쉽지 않지만 뭐든 하는 것이 전혀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한 층이라도 계단을 오르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될까 싶겠지만 그런 것이 쌓여 내 건강을 유지하는 힘이 된다. 노화를 막지는 못해도 지금의 상태를 유지할 수는 있다. 또 지속 가능한 실천을 하기 위해 셀프 토킹을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라면을 먹지 않겠다고 스스로 말을 하는 것이다. 어쩌다가 라면을 먹었다고 실천을 포기할 것이 아니라 오늘 또 시작하면 된다. 오늘 하루만 실천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라이프스타일 의학이란?

1999년 제임스 리페 박사가 중심이 돼 《라이프스타일 메디슨》이라는 제목의 교과서가 출판됐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라이프스타일 의학이 시작됐다. 라이프스타일 의학은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의학의 한 분야다. 그 후 10년 동안 라이프스타일 의학 관련 논문은 2000편 이상 발표됐다. 2003년 하버드대, 예일대, 스탠퍼드대를 중심으로 미국 라이프스타일 의학회가 결성됐다. 2007년 라이프스타일 의학이 하버드의대의 정식 교육과정에 포함됐다.

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실천 팁

❶ 생활습관 리스트 작성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고쳐야 할 생활습관 리스트를 작성한다. 그 리스트에서 지키기 쉬운 한 가지를 정해 실천 전략을 짠다.

❷ 건강 노트 작성

건강 노트를 마련해 체중, 혈압, 혈당, 식사일기, 운동일기 등을 작성한다.

❸ 꾸준한 실천

포기하지 말고 될 때까지 실천한다. 한 가지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적어도 3개월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 번에 많은 습관을 바꾸려면 금방 지친다. 하나씩 바꿔 나가면 된다. 어제 실패했다면 오늘 다시 시작한다. 혼자 하기 힘들면 전문가와 가족의 도움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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