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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천사가 아닌 사람입니다".. 의사 등 3000명 이상 사망 [뉴스 인사이드]

정지혜 입력 2020.07.25. 19:02 수정 2020.07.2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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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장비도 제대로 없이 밤낮으로 희생
美·英·러 보건 종사자 사망 500명 '훌쩍'
세계 곳곳서 "마스크·방호복 달라" 시위
멕시코 의사 "사비로 개인보호장비 구입"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2일(한국시간) 1500만명을 넘어섰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첫 환자가 보고된 지 7개월22일 만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약 8개월간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이 가슴 아프게 희생됐다. 그중 코로나19 최전선의 필수 인력인 의료 종사자들의 숭고한 희생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에게는 ‘코로나 영웅, 코로나 천사’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그러나 의료진도 치명적인 바이러스 앞에 똑같은 사람이다. 길어지는 비상 시국, 사명감과 인류애로 버티기는 것이 점점 한계에 이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4월 스페인 레가네스의 한 병원 앞에서 의료 종사자들이 코로나19 대응 도중 사망한 동료 간호사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다. 레가네스=AFP연합뉴스
◆최전선에서 보호받지 못한 이들

국제 비정부기구(NGO) 인권단체인 앰네스티는 지난 13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대응 현장에서 3000명 이상의 의료진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위험에 노출되고, 침묵당하고, 공격당하다: 코로나19 시대에 보호받지 못한 보건·필수 노동자들’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앰네스티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에 보건·필수 노동자들은 공동체를 지키려 막중한 역할을 떠맡았지만 그들의 안전은 보장되지 않았고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각국이 이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가별로는 미국(507명)과 러시아(545명), 영국(540명) 순으로 보건 종사자 사망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351명)과 멕시코(248명)에서도 숨진 의료진이 200명을 훌쩍 넘었다. 코로나19 환자 발생 숫자와 거의 비례한다.

앰네스티 조사 결과보다 실제 의료진 사망 인원은 더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의료 종사자들의 사망 관련 정확한 통계는 집계된 적이 없다. 나라별로 집계 방식도 달라 정확도가 떨어진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경우 일부 병원과 보건소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고, 이집트와 러시아 보건협회가 제공한 의료 종사자의 사망자 수는 정부가 취합한 수치다.

여러 나라의 의료진은 “개인보호장비(PPE)가 심각하게 부족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의료시설이 열악한 가운데 감염 확산이 심각한 인도, 브라질, 멕시코, 아프리카 전역에서 특히 어려움이 더 크다. “마스크와 방호복을 달라”고 외치며 거리에 나온 의료진의 시위 현장은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곳곳에서 포착돼 왔다. 멕시코시티에서 근무하는 한 의사는 “월급의 약 12%를 자신의 PPE를 구매하는 데 쓰고 있다”고 밝혔다.

산히타 암바스트 앰네스티 경제사회문화권리연구위원은 “각국 정부가 의료·필수 노동자들의 생명을 중요하게 여길 것을 촉구한다”며 “아직 최악의 팬데믹 상황을 겪지 않은 국가들은 의료진의 권리를 보호하지 못한 다른 정부의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당국의 보복과 ‘혐오 낙인’까지

의료 종사자의 안전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이 당국으로부터 위협받는 일도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했다가 체포 및 구금을 당하거나 해고에 이르는 등 보복에 처한 사례를 앰네스티는 문서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이집트에서는 의료진의 파업과 항의 보고서가 당국의 보복으로 이어져 의사들에게 죽음과 감옥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미국에서는 한 간호조무사가 더 많은 개인보호장비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읽는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린 뒤 해고됐다. 러시아에서는 개인 보호 장비가 부족하다고 호소한 2명의 의사가 가짜뉴스법에 따라 기소돼 10만루블(약 169만원)의 벌금형과 해고 위험에 각각 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필수 노동자들이 공동체로부터 혐오 및 기피 대상이 된 사례도 적지 않다. 멕시코의 한 간호사는 길을 걷다가 화학물질인 염소를 몸에 맞았고, 필리핀에서는 병원 직원에게 표백제를 뿌린 일이 있었다. 파키스탄에서는 지난 4월 이후 병원이 파괴되거나 의료진이 대테러 부대원의 총에 맞기까지 하는 등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방호복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일하는 많은 의료진이 높은 감염 위험을 감수하며 일하고 있지만, 이 때문에 되레 이들이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혐오와 폭력이 악순환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이중고는 오롯이 현장의 의료진이 감당하는 몫이다. 바이러스가 1차 공격을 했다면, 참담한 의료 시스템의 민낯이 부른 2차 공격이 더해지고 있는 셈이다.

◆가파른 확산세에 커지는 불안감

코로나19와 함께한 한 해가 절반을 훌쩍 넘기면서 전반적으로 이 감염병에 대한 두려움은 줄어들고 있지만, 최근 확진자 증가세는 가팔라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첫 500만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기까지 142일이 걸렸지만 누적 확진자 1000만명에서 1500만명이 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24일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코로나 감염자 증가 추세를 “이자가 복리 형태로 늘어나는 양상”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그만큼 코로나19 감염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뜻이다. 에너지가 고갈돼 바닥나고 있는 최일선의 의료 종사자들은 이 같은 증가세가 더욱 두려울 수밖에 없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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