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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현실 설교보다 빛난 가상 대화..연극 '라스트 세션'

이재훈 입력 2020. 07. 2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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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자의 대표선수가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라면, 유신론자의 대표선수는 영문학자 C.S. 루이스이다.

최근 대학로에서 국내 라이선스 초연을 개막한 연극 '라스트 세션'은 20세기를 대표하는 두 석학의 가상 만남을 그린다.

영화로도 옮겨진 '나니아 연대기'를 쓴 루이스와 '반지의 제왕'의 원작자 JRR 톨킨은 옥스퍼드대 독서클럽에서 함께 활동하는 친구였는데 '라스트세션'에서 이에 대한 언급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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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3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3관
[서울=뉴시스] 연극 '라스트 세션'. 2020.07.212 (사진 = 파크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무신론자의 대표선수가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라면, 유신론자의 대표선수는 영문학자 C.S. 루이스이다.

최근 대학로에서 국내 라이선스 초연을 개막한 연극 '라스트 세션'은 20세기를 대표하는 두 석학의 가상 만남을 그린다.

무신론과 유신론에 대한 치열한 변증법적 토론이 벌어질 거라는 무게감에 대한 걱정은 접어도 된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한 때의 영국이 배경.

이야기 중에 들리는 비행기 굉음에 급히 방독면을 쓰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두 석학은 하늘 위의 신(神)이 아닌 지금 땅에 엄습한 전쟁과 죽음, 고통, 그리고 인간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독한 구강암에 시달리는 프로이트의 실체적 괴로움 앞에서 두 사람은 마냥 척질 수 없다. 서로의 이해하지 못할 세계 앞에서 각자 내동댕이쳐질지 모른다는 걱정에 앞서던 두 사람은 결국 이해의 실 끄트머리를 잡는다.

작품 분위기가 마냥 진지하거나 어두운 것은 아니다. 곳곳에 위트가 숨겨져 있고, 문화에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흥미로울 지점도 배치돼 있다. 영화로도 옮겨진 '나니아 연대기'를 쓴 루이스와 '반지의 제왕'의 원작자 JRR 톨킨은 옥스퍼드대 독서클럽에서 함께 활동하는 친구였는데 '라스트세션'에서 이에 대한 언급도 나온다.

이처럼 '라스트세션'은 신의 유무에 대한 논쟁으로부터 파생되는 이야기는 고루하고 지루하며 우리와 멀다는 신념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려주는 연극이다.

누구나 내용과 방향은 다르더라도 종교적인 신념에 맞닿는 지점들은 가지고 있다. '라스트 세션'은 자신만의 논리로 스스로를 무장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렇다면 그 방어막을 상대방에게 조금은 열어놓아도 괜찮다고 지적으로 응수한다.

[서울=뉴시스] 연극 '라스트 세션'. 2020.07.212 (사진 = 파크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극 중에서 음악을 좋아하는 루이스는 교회음악은 싫어한다. 자신이 신에 대해 느끼는 감정의 순수함을 과하게 왜곡시키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반면, 2차 세계대전의 전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라디오를 듣는 프로이트는 음악만 나오면 꺼버린다. 음악을 들으면 감동을 받지만 그 이유를 이성적으로 규명하지 못하는 '답답함'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루이스와 프로이트의 특징을 가장 잘 요약해서 대변하는 에피소드다. 그렇다, 삶에서 치열한 논쟁만이 정답은 아니다. 때로는 비현실적인 만남을 상상하며 빚은 대화가 현실의 장황한 설교보다 훨씬 더 마음을 꿰뚫는다. 객석을 나서면서 저마다 가상의 만남을 떠올리게 되는 이유다.

작품은 미국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이 아맨드 M. 니콜라이의 저서 '루이스 vs. 프로이트'에서 영감을 얻어 썼다. 2인극으로 신구와 남명렬이 프로이트, 이석준과 이상윤이 루이스를 번갈아 연기한다.

90분가량의 러닝타임이 무대 위 두 배우의 호연만으로 채워지는 것을 보는 것도 기쁨이다. '킬 미 나우', '그라운디드' 등 삶의 현실적인 문제들로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작품들을 안정적으로 다뤄온 오경택이 연출이다. 오는 9월13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3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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