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검언유착' 수사..추미애·이성윤에 비판 목소리(종합)
이번주 검사장 인사도 주목..이성윤 지검장-이정현 1차장 승진 유력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 간 '검언유착'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26일 이번 사건의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의혹 초기부터 검언유착을 단정하고 15년 만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는 등 수사를 밀어붙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특임검사 수준의 수사 독립성 보장을 요구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 사건은 신라젠 의혹을 취재하던 이 전 기자가 한 검사장과 공모해 이철(55·수감 중)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편지 등으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 의혹을 제보하라고 요구했는지가 핵심이다.
검찰은 지난 17일 취재윤리 위반 등 이 전 기자의 구속이 필요하다는 법원 판단은 받아냈다. 그러나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공범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해 수사의 정당성이 다소 흔들리게 됐다.
◇ '검언유착' 규정 추미애, 무리한 수사지휘권 행사 비판
추 장관은 그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법무부 입장 등을 통해 이 사건을 '검언유착'으로 규정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실상 법무장관의 '하명수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문제는 검언유착이다. 검언이 처음에 합세해 유시민 개인을 저격했다"(6월27일),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 어떤 장애물도 성역도 있어서는 안 된다"(7월10일) 등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MBC가 지난 3월 31일 이 의혹을 처음 보도한 이후 법조계에서는 이 전 기자와 검찰 고위 인사간 공모 혐의를 적용하는 건 무리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 전 기자의 구속영장 청구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대검찰청과 수사팀 간 불협화음도 이어졌다.
추 장관은 이달 2일에는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며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수사팀이 대검의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지만, 수사심의위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무리하게 권한을 행사했다는 비판을 떠안았다.
추 장관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 전 기자 측 진정을 받아들여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 전 대표 측 신청으로 수사심의위 개최가 결정된 점을 언급하며 수사심의위 판단에 무게를 싣기도 했다.
◇ '진퇴양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부담 안고 계속 수사
수사심의위는 지난 24일 15명의 위원이 한 검사장 수사중단(10명) 및 불기소(11명), 이 전 기자 수사계속(12명) 및 공소제기(9명)로 의결했다. 이 전 기자가 구속됐지만, 두 사람의 공모 관계 수사·기소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간 2월13일 부산고검 대화 녹취록 이외에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수사팀은 입지가 더 좁아졌다. 이 녹취록도 수사팀이 일부를 편집해 무리하게 혐의 입증에 활용했다는 말도 나왔다.
수사팀이 한 검사장 수사를 중단하면 스스로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수사·기소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검찰은 한 검사장 휴대전화 포렌식 분석과 추가 피의자 조사의 필요성을 내세워 계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 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나설지 여부는 미지수다. 수사심의위의 수사중단 권고에도 불구하고 영장 청구라는 강수를 뒀다가 법원에서도 기각될 경우엔 수사팀은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처음 의혹을 제기한 MBC와 제보자인 지모(55)씨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도 관심사다. 이 전 기자 측은 수사팀의 편향성을 지적하며 압수수색에 대한 준항고를 냈는데, 법원은 지난 24일 검찰의 이 전 기자 휴대전화·노트북 압수 절차가 위법이라는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 이번 주 검찰 고위간부 인사…수사팀 인사도 관심
이런 상황에서 이번 주 중 단행될 검찰 고위간부 인사도 주목된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따라 독립 수사를 진행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정현 1차장-정진웅 형사1부장' 수사 지휘라인의 인사도 관심사다.
윤 총장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인 송삼현 서울남부지검장과 이정회 인천지검장이 사의를 밝혔지만, 역시 이들과 동기인 이 지검장은 유임되거나 고검장으로 승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 내 대표적 친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이 지검장은 차기 검찰총장 1순위로 꼽힌다. 그에게 윤 총장 견제 임무를 계속 맡기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장 직급을 다시 고검장급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사법연수원 27기인 이정현 1차장은 이번 인사에서 유력한 검사장 승진 후보군에 들어 있다. 사법연수원 29기인 정진웅 부장검사는 다음 달 초로 예상되는 차장·부장검사 이하 인사에서 차장 승진이 예상된다.
법무부는 이번 주에 검찰인사위원회를 연다. 사법연수원 22기인 김영대 서울고검장과 양부남 부산고검장도 사직서를 내면서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공석은 총 10자리로 늘어난 상태라 인사 폭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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