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기계 틀고 금지구역 불멍.. 요즘 캠핑장 '캠린이'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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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이제 그만두려고 합니다."
한 달에 적어도 두 번씩 캠핑을 다녔던 '캠핑 마니아' 김성진(45)씨는 이달 초 수도권 한 캠핑장을 방문한 뒤 캠핑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새로 유입되는 초보 캠퍼들의 비매너 탓에 요즘 캠핑장에서는 편안한 휴식을 즐기기 어렵다.
강원도에서 6년째 캠핑장을 운영 중인 한모씨는 "초보 캠핑족이 늘어나면서 밤사이 소음 신고가 많이 들어와 관리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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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인구 늘지만 장작불·고성방가 등 에티켓 엉망
“캠핑, 이제 그만두려고 합니다.”
한 달에 적어도 두 번씩 캠핑을 다녔던 ‘캠핑 마니아’ 김성진(45)씨는 이달 초 수도권 한 캠핑장을 방문한 뒤 캠핑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김씨는 “무선 노래방 기계를 가져와 밤새 노래하는 사람들, 화기금지 구역에서 불멍(장작불을 멍하니 보는 행위)하는 사람들과 싸우는 것도 지쳤다”며 “이런 현상이 갈수록 심해져 당분간 캠핑을 접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여행이나 쇼핑 활동이 위축된 사이, 캠핑이 새로운 '비대면 여가활동'으로 각광 받으며 비매너 캠핑족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캠핑족 수치는 눈에 띄게 급증했다.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가 최근 3개월 캠핑용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 증가했다. 캠핑장 예약을 대행하는 캠핑톡 관계자는 “3월 이후 지난해 동기 대비 예약이 두 배 가까이 늘었고, 8월까지 매진된 곳이 많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로 유입되는 초보 캠퍼들의 비매너 탓에 요즘 캠핑장에서는 편안한 휴식을 즐기기 어렵다. 특히 본격적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 대신 국내로 발길을 돌린 인구가 급증하면서, 전국 캠핑장에는 캠린이(캠핑+어린이의 합성어로 초보 캠핑족을 뜻하는 말) 주의보가 내려졌다.
소음 테러는 초보 캠핑족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부분이다. ‘야외인데 어때’라는 생각에 무선 스피커를 가져오는 행동이 대표적이다. 직장인 김상현(31)씨는 “스피커를 들고 온 캠린이를 보면 긴장부터 하게 된다”며 “아무리 좋은 노래도 다른 사람에게는 소음”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캠핑 카페엔 야간의 드론 비행소음, 고성방가로 고통받은 후기들이 주말마다 올라온다.
캠핑장에선 소음 방지를 위해 '매너타임' 제도를 만들었지만 속수무책이다. 매너타임은 대개 오후 10~11시에 취침을 권장하는 규칙이지만, 권장 사항이나보니 캠핑장마다 준수 수준이 제각각이다. 캠핑장 이용객끼리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강원도에서 6년째 캠핑장을 운영 중인 한모씨는 “초보 캠핑족이 늘어나면서 밤사이 소음 신고가 많이 들어와 관리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캠핑장 안전기준을 무시하고, 위험할 수 있는 장비를 가져오는 이들도 있다. 한씨는 “냉장고는 물론이고, 에어컨ㆍ제빙기까지 가져오는 고객들도 많다”고 요즘 초보 캠퍼들의 행태를 전했다. 문제는 이런 전기용품 전력 기준이 관광진흥법 규정(600와트)을 초과하는 데 있다. 과도한 전기사용은 해당 캠핑장의 전원을 차단시키거나, 과열 등으로 인한 화재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캠핑장 관련 안전사고는 총 195건이 발생했고, 지난해에만 51건이 접수됐다.
캠핑장 규칙이 까다롭고 예약이 어렵자 아예 관리가 허술한 산이나 바다를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남들이 볼 수 없는 ‘인증샷’ 명소라는 점도 캠핑장 탈출을 부추긴다. 그러나 캠핑장 이외 장소에서의 취사ㆍ야영은 엄연히 산림보호법ㆍ자연공원법 등 위반 사항이다. 11년차 캠핑족 최모(45)씨는 “경력이 꽤 되는 캠핑족들도 노지에서 불멍 등 위법행위를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초보 캠핑족일수록 캠핑 예절 숙지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석영준 백석예술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코로나 사태로 캠핑이 비대면 여가로 각광받고 있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며 “노지 캠핑을 피하고, 정해진 캠핑장에서 규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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