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넘어와서 왜 다시 월북하나..탈북민 재입북 사연들

박대로 입력 2020. 7. 2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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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그리움, 남한 생활 부적응, 생활고 등 원인
[파주=뉴시스]이윤청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탈북민이 최근 개성으로 재입북했다는 북한 측 주장에 대해 청와대는 26일 오전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26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시민들이 망원경으로 임진강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2020.07.26.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2017년 귀순한 24세 탈북민이 다시 월북한 것으로 26일 확인되면서 그간의 탈북민 재입북 사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통일부 등에 따르면 2012년부터 최근까지 재입북에 성공한 탈북민은 최소 28명이다. 재입북에 성공한 이들은 이후 소식을 들을 수 없는 탓에 다시 월북한 이유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다만 재입북을 시도하다 실패해 처벌을 받은 사례를 통해 이들이 다시 월북하려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이 그리워 재입북하는 사례가 있다.

2011년 라오스와 태국을 거쳐 귀순한 김모씨는 북에 있는 가족이 그리워 재입북을 결심했다.

김씨는 2012년 8월 중국 선양 주재 북한 영사관과 전화 접촉한 뒤 "남한에서 탈북자들의 비참한 실상, 탈북 브로커들의 북한 연락선 등을 알아보라"는 북측의 요청을 받고, 탈북자 20여명 신상정보 등을 휴대전화로 수집했다. 김씨는 위조 여권을 이용해 재입북을 시도하려다가 심경 변화를 일으켜 2013년 말 경찰에 자수했다.

귀순 후 생활고 탓에 다시 북한행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북한 양강도에서 태어난 박모씨는 동거남의 권유로 2011년 5월 두만강을 건너 탈북했고 5개월 뒤 라오스와 태국을 거쳐 한국에 안착했다.

2012년 3월부터 경북 경주시에서 살게 된 박씨와 동거남은 일정한 수입이 없어 생활고를 겪으면서 좀처럼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다. 언론을 통해 탈북민 재입북 소식을 접한 동거남이 북한으로 돌아가자고 제안했고 박씨도 동의했다.

[파주=뉴시스]이윤청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탈북민이 최근 개성으로 재입북했다는 북한 측 주장에 대해 청와대는 26일 오전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26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시민들이 망원경으로 임진강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2020.07.26. radiohead@newsis.com

이들은 아파트 임대보증금 4600여만원을 빼고 집안에 있던 집기를 팔아 재입북 자금을 마련했다. 대출브로커를 통해 2500여만원도 대출받았다.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줄 금반지도 샀다.

이들의 계획은 말다툼 때문에 무산됐다. 박씨는 동거남과 돈 문제로 다투다 폭행을 당하자 헤어졌다. 동거남은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갔고 박씨는 재입북을 단념했다.

다른 탈북자의 재입북을 돕고 중국으로 도망가려 한 탈북민도 있다.

김모씨는 2006년 두만강을 건너 중국, 미얀마, 라오스 등을 거쳐 한국으로 입국해 귀순했다.

김씨는 귀순한 후 덤프트럭 운전기사로 일했다. 그는 2013년 한국에서 만난 또 다른 탈북자가 "아들을 데려오고 싶다"며 재입북 의사를 밝히자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인천 여객터미널로 데려다 주는 등 재입북을 도왔다. 김씨는 또 보험사로부터 2억6000여만원을 대출 받아 중국으로 도피하려다 붙들렸다.

마약 제조·유통 기술을 배우려 재입북을 시도한 북한군 출신 탈북민 사례가 있다.

조선인민군 중사였던 이모씨는 2014년 8월 중국을 통해 국내로 입국했다. 이씨는 국내 입국 후 직장을 5번 옮기고 무면허 운전, 차량 절도 등으로 처벌을 받는 등 국내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북한에 남은 어머니의 신변을 걱정하던 이씨는 직장에서 한국의 마약투약 경험자들을 만났다. 이씨는 북한에서 마약 제조기술을 배워와 국내에서 마약을 제조·유통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재입북을 결심했다.

이씨는 직장 동료 등에게서 돈을 빌려 비행기 표를 구매해 지난 5월 중국 연길을 거쳐 재입북하려 했지만 첩보를 입수한 수사기관에 붙잡혔다.

같은 처지인 탈북민들의 명단을 들고 재입북을 시도한 사연이 있다.

[파주=뉴시스]이윤청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탈북민이 최근 개성으로 재입북했다는 북한 측 주장에 대해 청와대는 26일 오전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26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시민들이 관람하는 모습. 2020.07.26. radiohead@newsis.com

2011년 6월 귀순한 A씨는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국을 통해 재입북하려다 비자가 발급되지 않자 다시 부산과 일본을 거쳐 입북하려 했다. A씨는 재입북하면 북한 당국에 전달할 목적으로 국내에 있는 탈북자 34명의 이름과 연락처 등을 수첩에 기재해 보관했다.

재입북을 시도하다 실패한 탈북민은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지난해 9월 바른미래당 박주선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탈북민 12명이 2015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제3국을 경유하는 등 방법으로 재입북 시도를 하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았다.

국가보안법 6조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부터 잠입하거나 그 지역으로 탈출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잠입·탈출을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7년 이하 징역에 처해진다. 미수범 역시 처벌 대상이다.

6조 2항에 따르면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의 지령을 받거나 받기 위해 또는 그 목적 수행을 협의하거나 협의하기 위해 잠입하거나 탈출한 자는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이 행위를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진다. 미수범도 처벌된다.

탈북민이 아닌데도 월북을 시도한 경우도 있다.

서모씨는 2018년 8월 경기 파주시 문산읍 통일대교 남단에서 자신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고 군 검문에 불응한 채 민간인 출입통제선 이북지역으로 도주하다 붙들렸다. 서씨는 경찰 조사에서 "북한 사회를 동경해 입북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앞서 서씨는 같은 해 7월 중국을 거쳐 북한에 들어갔다가 적발돼 16일간 북한당국에 억류됐다가 판문점을 통해 송환됐지만 재차 입북을 시도, 공동경비구역(JSA) 대대 병력에 체포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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