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월북 하루 전 112신고 있었는데..경찰·軍 손놓고 있었다

정다슬 2020. 7. 2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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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지인 "월북 의심돼 신고했는데 경찰 무시"
성폭행 피의자에 소지금 달러 환전 정황도
北코로나19 공식 확진자..대북관계 변수될까?
△경기 파주시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사진=노진환 이데일리 기자]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3년 전 귀순한 탈북자가 북한으로 돌아가기 전, 해당 탈북자가 월북한 것 같다는 신고가 들어왔음에도 경찰 당국과 군 당국은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군 당국이 북한 목선 강원도 삼척항 입항 사건 등으로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1년 만에 경계태세에 또다시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씨 지인, 월북 하루 전 경찰에 신고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군 당국이 26일 최근 한 탈북민이 개성을 통해 도로 월북했다는 북한 보도를 사실상 공식 확인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현재 군은 북의 공개 보도와 관련, 일부 인원을 특정해 관계기관과 긴밀히 공조해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군은 감시장비, 녹화영상 등 대비태세를 국방전비태세검열단에서 확인 중에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까지 북한의 보도 내용에 대해 “확인 중”이라는 입장만 밝혔다. 그러나 북한 보도가 나온 지 약 8시간여 만에 월북 사실이 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문제는 19일 월북한 것으로 의심되는 탈북민 김모(24)씨가 월북하기 전날, 지인이 김씨가 월북한 것 같다며 경찰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김씨에게 차량을 빌려줬다가 그대로 강탈당한 이 지인은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김씨에게 문자로 ‘정말 몹쓸 짓을 했다. 정말 죄송하다. 살아있는 한 갚겠다’라는 문자를 받았다”면서 “18일 김씨가 집을 빼고 지인으로부터 소지금을 달러로 환전한 것을 확인하고 월북이 의심돼 그날 저녁 김포경찰서에 해당 사실을 신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인에 따르면 해당 경찰서는 그의 신고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면박을 줬다. 그는 “말그대로 문전박대를 당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사전에 월북을 결심하고 이를 꾸준히 준비한 정황도 있다. 그는 살고 있던 전세금을 빼고 탈북자의 안정적 정착 지원을 위한 미래행복통장을 해지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지인으로부터 차량과 금전을 빌려 달러로 환전하는 등 북에서 가서 쓸 정착금도 마련했다.

탈북민은 정착지원 교육기관인 하나원에 입소해 3개월간 사회적응 교육을 받은 후, 5년동안 경찰의 거주지 신변 보호를 받는다.

김씨 역시 한국에 온 지 3년밖에 되지 않아 경찰의 거주지 신변 보호를 받는 상태였다. 여기에 김씨는 지난달 중순께 김포 자택에서 평소 알고 지낸 탈북민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강간)로 한 차례 조사를 받는 등 피의자 신분이었다.

이같은 여러 정황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지난 3년 전 자신이 월남을 했던 방법대로 교동도~강화~김포 지역에서의 물길을 이용해 북한으로 건너갔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그가 이 일대를 사전 답사한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정확한 재입북 경로와 방법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南에서 코로나19 의심 탈북자 귀향”…대북관계 변수될까

김씨의 월북은 허술한 남·북 감시 경계망의 허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한편, 북한의 코로나19 방역망을 뚫었다는 점에서 군사·외교적으로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신문 등은 북한 방역당국은 김씨의 분비물과 혈액을 상대로 여러 차례 검사를 진행한 결과 코로나19 환자로 볼 수 있는 ‘석연치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코로나19 환자가 없다고 발표하고 있는 상태다. 김씨가 코로나19 확진자가 맞다면 공식적인 첫 번째 환자인 셈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해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했다.

북한 방역당국은 그를 격리시키고 지난 19일부터 5일간 개성시에서 그와 접촉한 모든 대상과 개성시 경유자들을 격리 상태서 철저히 조사 중이다. 개성은 봉쇄 조치에 들어갔다.

김씨가 월북해 개성으로 넘어가기까지 어떠한 제재가 없었다는 점 역시 주목된다. 노동신문은 “사건 발생에 책임이 있는 부대에 대한 집중 조사 결과를 보고 받고 엄중한 처벌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 대학원 교수는 “북한의 보도에는 코로나 의심 탈북자의 입북 귀환이라는 사실관계만 밝히고 대남비난이 없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향후 탈북자에 대한 남측의 열악한 보건의료 문제를 폭로할 선전적 기자회견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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