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반도체 제국' 인텔은 어쩌다 '절망 회로'에 갇혔나

김현석 2020. 7. 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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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른 기업의 공정 기술을 사용할 필요가 있고, 그런 비상 계획을 세울 정도까지 준비할 것이다."

스완 CEO의 언급은 1968년 설립 이후 지난 52년간 자체적으로 칩을 설계하고 생산해온 인텔이 '제조를 포기하고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에 넘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인텔은 이날 삼성전자와 TSMC가 생산 중인 7나노미터(㎚) 공정 기술을 올해 말까지도 개발하지 못할 것이라고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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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김현석 뉴욕 특파원

“우리는 다른 기업의 공정 기술을 사용할 필요가 있고, 그런 비상 계획을 세울 정도까지 준비할 것이다.”

밥 스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3일 열린 2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텔 주가는 24일 폭락했다. 종가는 16.24% 떨어진 주당 50.59달러였다. 경쟁사인 AMD 주가는 16.5% 폭등해 69.40달러로 올랐다.

스완 CEO의 언급은 1968년 설립 이후 지난 52년간 자체적으로 칩을 설계하고 생산해온 인텔이 ‘제조를 포기하고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에 넘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인텔은 이날 삼성전자와 TSMC가 생산 중인 7나노미터(㎚) 공정 기술을 올해 말까지도 개발하지 못할 것이라고 시인했다. 그 대안이 제조 포기인 것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생각할 수도 없었던 일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인텔은 반도체업계의 ‘제왕’이었다. 창업자 고든 무어의 ‘무어의 법칙’(반도체 성능은 18개월마다 두 배 증가한다)을 앞세워 메모리부터 중앙처리장치(CPU), 서버칩까지 모든 칩의 업계 표준을 제정해왔다. 그러나 이젠 몇 년 전 부도설까지 나돌던 AMD에도 위협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너무 오래 업계를 지배하면서 자만에 빠진 탓”이라고 지적했다.

인텔은 1991년 ‘인텔 인사이드’를 붙여 PC CPU 시장을 평정했다. PC에 들어가는 CPU는 성능이 뛰어나기만 하면 됐다. 2007년 애플 아이폰이 나온 뒤 이런 패러다임은 바뀌었다. 스마트폰용 CPU, 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좋은 성능은 물론이고 전력 소모가 적어야 했다. 배터리가 빨리 방전되면 성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PC CPU에선 힘을 못 쓰던 퀄컴과 삼성전자는 AP 시장에선 승승장구했다. 인텔은 스마트폰에 밀려 PC 시장이 줄어들자 AP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전력 소모를 쉽게 잡진 못했다. 인텔은 AP사업을 사실상 포기했다. 이후 인텔에선 CEO가 여러 번 바뀌었고 그때마다 구조조정을 했다.

‘헝그리정신’이 없는 인텔의 시도는 헛돌기 일쑤였다. 최근엔 공정기술마저 뒤처졌고, 큰 고객인 애플마저 지난달 맥북에 인텔 CPU가 아니라 자체 칩을 넣겠다고 발표했다.

인텔뿐이 아니다. 기자가 뉴욕에 온 2017년 이후 과거의 영광을 가진 여러 기업이 몰락했다. 과거 제너럴모터스(GM)가 그랬고 최근엔 제너럴일렉트릭(GE), 보잉이 그렇다.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의 저자 짐 콜린스는 ‘성공에서 잉태된 자만이야말로 망조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경영계뿐 아니라 정치, 사회 등 곳곳에서 리더들이 마음에 담아둬야 할 말이다.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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