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량지하차도 침수 사고' 지자체·경찰·소방 책임 공방

부산CBS 송호재 기자 2020. 7. 2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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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청 "일부 과실 가능성 인정..관할 기초단체만의 잘못으로 봐선 안돼"
동구청과 경찰·소방·부산시 등 관계기관 모두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어
23일 부산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가 물에 잠겼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졌다.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3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동구 초량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관련해 관할 지자체 등 관계 기관이 사고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모습이다.[7.24 부산CBS노컷뉴스='시간당 80mm' 폭우 부산서 지하차도 침수…3명 사망]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 감식 등을 통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한다는 방침이다.

◇ "매뉴얼 몰랐다" 부산 동구청 '뭇매'…"지자체만의 책임은 아니다" 반박도

23일 부산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가 물에 잠겼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졌다.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지난 23일 발생한 초량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관련해 지하차도를 관리하는 부산 동구청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당시 호우경보가 발효된 지 2시간이 지나도록 지하차도 통제 등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참사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6년 전 우장춘로 지하차도 침수 사고 이후 지하차도 관리 매뉴얼이 있었지만 구청은 매뉴얼 존재조차 몰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뭇매를 맞고 있다.

동구청 역시 희생자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하며 일부 과실 가능성을 인정했다.

다만 경찰과 소방, 부산시 등 관계기관 역시 현장 초동 대응이나 전반적인 재난·안전 관리 의무 등을 들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동구청 관계자는 "안타까운 희생자가 발생한 사고인 만큼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책임을 지겠다. 이를 위해 감사를 비롯한 자체 진상 조사도 벌이고 있다"며 "다만 이를 관할 기초단체만의 잘못과 문제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 "현장 대응 적절했나?" 경찰·소방에도 비난 화살…'책임 공방' 가열

23일 부산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가 물에 잠겼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졌다.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경찰과 소방 등에 대한 일부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경찰이 침수 사고 불과 20여분 전에 현장을 확인한 뒤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초동 대응 관련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소방은 경찰이 처음 신고를 접수한 시각보다 40여분이나 늦게 사고를 정식으로 인지하고 구조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부산시 역시 지하차도를 비롯한 침수 우려 지역을 통제하지 않는 등 재난 대응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관계 기관들은 이런 비판과 과실 가능성을 의식한 듯 적극적인 해명을 내놓는 등 책임 소재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도로 통제와 관리 주체는 지자체라고 강조하며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뒤 곧바로 조치했기 때문에 초동 대응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지하차도를 통제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뒤에는 곧바로 현장 조치에 나섰기 때문에 초동 대처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경찰 입장이다.

실제 침수 신고가 처음 접수되기 19분 전인 오후 9시 19분 현장 출동 사진과 현장 보고 내용을 공개하며 당시 침수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장을 통제할 이유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하차도를 비롯해 도로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주체는 지자체라고 강조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지하차도를 관리하고 재난에 대비하는 주체는 관할 지자체다. 경찰은 지자체 요청이나 현저한 위험이 있을 때 현장 대응에 나서는 것뿐"이라며 "자체 확인 결과 신고를 받은 뒤 곧바로 현장을 통제하는 등 초기 대응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 역시 뒤늦게 구조에 나섰다는 비판에 대해 당시 현장 활동 기록을 공개하며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신고 시각은 오후 10시 18분이 맞지만, 앞선 오후 9시 47분부터 비상대기 중이던 소방대원이 구조 작업을 시작했다"며 "늑장대응이라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 경찰 "구청·소방뿐 아니라 경찰 대처도 확인할 것"…책임 규명에 집중

23일 부산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가 물에 잠겼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졌다.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한편 경찰은 이와 같은 책임 공방이 이어지자 관할 지자체와 소방은 물론 경찰 내부적으로도 당시 대응에 문제가 없었는지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관할 지자체에 대해서는 침수 사고에 앞서 재난에 적절하게 대비했는지 확인한 뒤 과실이 있을 경우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이다.

소방 등에 대해서는 침수 사고를 인지한 뒤 제때 조치했는지 여부를 가리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우선 직접적인 사고 원인을 가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오는 29일 정밀감식을 통해 지하차도 집수조 수위와 용량 변화, 펌프 동작 속도를 분석해 사고 당시 배수펌프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부산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구청에 대해서는 사고 전 재난에 제대로 대비했는지 확인하고, 소방과 경찰 내부적으로는 사고 후 대응이 적절했는지 파악할 방침"이라며 "정밀 감식을 통해 배수펌프가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책임부터 가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오후 9시 38분쯤 갑자기 쏟아진 폭우에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가 침수됐다.

이 사고로 8명이 구조됐지만 이 가운데 2명이 숨졌고, 추가 수색 과정에서 1명이 숨진 채 발견되는 등 모두 3명이 변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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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송호재 기자] songa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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