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하다 찍어내기..'윤석열 2탄', 이번엔 감사원장 겨눈 與

윤성민 2020. 7. 2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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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감사원장이 27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은 2019년 7월 취임 당시 여권으로부터 “권력에 굽힘 없는 강력한 원칙주의자”(더불어민주당 논평)라는 평가를 들었다. 하지만 윤 총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수사를 시작하자 여권은 “오만방자하다”(지난 1월)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여권의 태도 변화는 최재형 감사원장을 향해서도 반복되고 있다.

송갑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감사원장이 (지난 4월 9일 월성 1호기 감사) 직권심리에서 감사 결과를 예단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며 최 원장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또 “감사원장은 ‘대선에서 41%의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가 국민의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 대통령이 시킨다고 다 하느냐’ 등의 국정과제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며 최 원장 발언도 비판했다. 송 의원은 제보를 통해 확인한 내용이라고 했다.

그리고 나흘 뒤인 27일 월성 1호기 폐쇄 결정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었던 백운규 전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송 의원이 언급한 발언이 모두 사실이라고 밝혔다. 백 전 장관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최 원장의 다른 발언들도 (송 의원이 전한 발언의) 연장선상에 있어서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백 전 장관은 이번 감사의 피감인이다. 지난 10일과 13일에도 소환 조사를 받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최 원장 발언의 일부만 떼서 보도됐는데, 맥락은 다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이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경제에 관해 대정부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형 감사원장의 부친인 최영섭 해군 예비역 대령. 6.25 전쟁 당시 최 대령은 백두산함 갑판사관 겸 항해사·포술사였다. 백두산함은 당시 대한민국 해군이 보유한 유일한 전투함이었다. [중앙포토]

최 원장 취임 당시 그를 향한 여권의 평가는 칭찬 일변도였다. 민주당은 2017년 12월 청문회를 앞둔 최 원장을 “합리적이며 균형감각을 갖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청와대는 “‘신뢰받는 정부’를 실현해 나갈 적임자”라며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등을 언급했다. 사법연수원 시절 몸이 불편한 동료를 2년 간 업고 출근한 최 원장의 미담을 언급한 이도 박홍근 당시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였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에서 “칭찬해 드릴 부분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며 “병역 명문가 집안”이라고도 했다. 최 원장 부친은 6·25 당시 대한해협해전 참전용사인 최영섭(해사3기) 예비역 해군 대령이다.

최 원장에 대해 여권이 싸늘하게 변한 건 최근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상징인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가 임박하면서다. 정치권에선 감사원이 월성 원전 폐쇄를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감사원이 월성 1호기 폐쇄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결과를 발표할 경우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물론 정책 추진 과정의 정당성에도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감사원은 이르면 이달 말 잠정 결론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감사위원회 의결을 통해 감사 결과는 확정된다.

송갑석 의원의 문제 제기와 백 전 장관 발언의 언론 보도를 계기로 친문(친 문재인) 네티즌들은 최 원장을 일제히 공격하고 나섰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엔 “감사원장까지 대놓고 문재인 정부를 무시하네요”, “경악할 노릇, 하극상이다”, “과감하게 해임해라” 등의 글이 올라왔다. 소셜미디어엔 최 원장을 “원전 마피아”로 칭하는 글도 있다.

조기 폐쇄 결정이 난 경북 경주에 있는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 모습 [연합뉴스]


반면 최 원장을 향한 여권의 공격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찍어내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감사원장이 정부정책에 모두 찬성할 필요는 없다. 정책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감사는 감사일 뿐”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혹시 감사에서 뭔가 걸렸나”라며 “이 사람들 평소에 하는 짓을 보면, 수틀리면 감사원장도 갈아치울 사람들”이라고 썼다.

황규환 미래통합당 부대변인은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윤석열 총장도 한순간에 ‘배신자’로 만들어버린 민주당”이라며 “문재인 정부 초대 감사원장조차 ‘대통령이 시킨다고 다 하느냐’는 발언을 꼬투리 삼아, ‘국정과제의 정당성을 부정했다’며 이해할 수 없는 겁박에 나섰다”고 비난했다.

최 원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실질적인 감사 사무 결정 및 업무에 대해서는 감사원 내부 규칙과 규정에 의해 적절히 통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에 민주적 통제가 있다고 보느냐”는 박범계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 원장 발언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감사원법 제2조 1항에 ‘감사원은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고 규정돼 있다. 청와대는 이러한 원칙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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