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추미애 "소설 쓰시네" 발언 두고 여야 충돌..野 '퇴장'(종합)

秋 "통합당,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얘기말고 책임져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020.7.2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김일창 기자,이균진 기자 = 미래통합당이 21대 국회 개원 이후 처음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참석했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소설 쓰시네" 발언으로 시작부터 파행으로 얼룩졌다.

27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통합당은 추 장관 아들의 군 복무 기간 중 휴가 미복귀 의혹 사건을 맡았던 동부지검장이 법무부 차관으로 발령 받았다며 또다른 의혹을 제기했고, 추 장관이 "소설 쓰시네"라고 하면서 여야간 충돌이 빚어졌다.

통합당은 추 장관의 발언은 여야를 넘어 국회를 모욕하는 발언이라며 사과를 요구했지만, 추 장관이 사과를 거부해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

발단은 윤한홍 통합당 의원의 질문이었다. 윤 의원은 고기영 법무부 차관에게 "추 장관 아들 수사와 관련해서 차관 발령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질문했고, 추 장관은 고 차관 옆자리에서 "소설을 쓰시네"라고 했다. 야당 의원들이 추 장관 발언에 거세게 항의하며 회의는 40분간 정회됐다.

회의 속개 후 추 장관의 발언은 질의·답변 중 나온 것이 아니라며 추 장관의 입장을 들어보자는 통합당 의원들의 의견을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수용해 "장관, 말 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추 장관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추 장관은 "장관은 외청인 검찰청 구성원에 대한 인사 제청권자다. (윤 의원이 그렇게 주장하려면)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국회의원 면책특권은 모욕주기 특권은 아니다"고 통합당 의원들의 질의에 반발했다.

그는 "(통합당) 의원들께서 면책 특권을 가지고 있을 수 없는 상상과 소설로 저를 모욕주고 질문 형식을 빌려 이어달리기를 계속했다"며 "그렇게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하지 말고, 주장하는 사실관계에 대해 확신이 있으면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얘기하지 말고 이에 맞는 책임도 져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합당에서) 한 분 정도가 말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야당 의원이 릴레이식으로 인신 공격을 하는 것은 보기 좋지 않다"며 "(아들 관련 의혹은) 장관이 되기 전 일이고, 본인에게 관련된 것도 아닌 가족 관련이다. 인신공격이 합당한지 인간적으로 되돌아 보라"고 했다.

장제원 통합당 의원은 "지금 이 사태의 본질은 추 장관의 국회를 바라보는 태도다. 우리 질의에 문제가 있다면 추 장관이 자기 시간에, 시간이 없다면 위원장에게 답변 시간을 달라고 해서 그 문제에 대해 답하면 된다"며 "그런데 질의가 좀 거칠다고, 거북했다고 쳐도, 그렇다고 '소설을 쓰네'라는 국회 모독적 발언을 한 게 문제"라고 맞받아쳤다.

통합당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법무부 장관이 정부를 대표해 국회에 와서 한 발언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에 통합당은 법무부는 추후 다시 질의 시간을 잡고, 이날은 법제처, 군사법원을 대상으로만 회의를 진행하자고 했지만 이번엔 여당 의원들이 반발했다.

여당 간사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통합당에서 주장하는 것은 추 장관 아들에 대한 고소가 3개월이 지났는데 수사진행이 더디다는 것"이라며 검찰이 3개월 이후에 처리하는 사건이 다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백 의원은 "단지 장관이라서, 국무위원이기 때문에 국회의원한테 개인 신상과 관련해 모욕을 당하고 모든 자료를 제출해야 되는 것이냐"고 했다.

추 장관은 "(아들이) 고발된 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수사에 진척이 없다는 요지의 말씀들을 하는데 그건 저도 알 수가 없다. 억울하다"며 "엄마가 국무위원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만신창이가 돼 엄마로서 굉장히 미안하다"고 했다.

추 장관은 앞서 김도읍 의원이 "고발 대리인을 통해 수사 진행 상황을 알아보니 검찰은 (추 장관 아들 사건에 대한 공익제보자를) 6월 중순까지 소환하지 않았다. 동부지검 수사관이 고발대리인에게 어떤 법 조항을 적용할까 되묻기도 했다"고 한 것을 두고 "수사기밀이 유출되면서 왜곡 보도를 하고 있는데 명예훼손이 되고 있다"고 했다.

김도읍 의원은 "장관은 도대체 어디까지 가겠다고 작정한 것인가. 우리측 고발 대리인을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며 "또 검찰 수사 기밀이 어쩌다가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이미 언론을 통해 다 보도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여야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법사위 전체회의는 정회됐다. 이와 관련 백 의원은 문자 메시지를 통해 "야당 의원들의 태도가 완강해 현실적으로 회의진행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스1

한편 법사위 소속 통합당 의원들은 정회 직후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윤한홍 의원과 고기영 법무부 차관의 질의응답 과정에 추 장관이 마이크에 대고 '소설을 쓰고 있네'라고 발언해 법사위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했다"며 "추 장관의 교만과 오만의 끝은 어디인가. 추 장관이 국회만 들어오면 국회가 막장이 된다"고 비판했다.

김도읍 의원은 "정부를 대표해서 국회에 와서 한 추 장관의 행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것"이라며 "추 장관이 자신의 모욕적인 발언에 대해서 적어도 유감 표시는 있을 줄 알았지만, 사과나 유감 표시는커녕 오히려 훈계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전개됐다"고 지적했다.

장제원 의원은 "법사위가 오늘 막장이 됐다. 결코 (추 장관) 자신은 어떤 비판도 받지 않겠다는 교만과 오만의 결정체고 본인을 지존으로 아는 듯하다"며 "자신이 20년간 몸담은 국회를 모독한 사건이고, 국회에 침을 뱉고 국민을 모욕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jr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