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최숙현' 곳곳에.."신고하면 되레 피해"

송광모 2020. 7. 27.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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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고 최숙현 선수의 죽음을 계기로 체육계 곳곳에서 비슷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죠.

카누와 유도에서도 심각한 폭력에 시달리던 선수들이 결국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말았습니다.

체육회와 관계 기관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조사 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송광모 기자가 취재 했습니다.

◀ 리포트 ▶

작년 여름, 부산 강서구청 카누팀 합숙훈련에서 무려 두달 동안이나 폭행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가해자는 국가대표 출신의 선배 2명이고, 피해자는 처음 합숙에 참가한 대학생이었습니다.

[카누팀 폭행·성추행 피해자] "(엘리베이터에) 지하 1층부터 사람이 안 타면 20층까지 맞았어요. 계속 때리고 머리채 잡고 엘리베이터 벽에다가 박고…"

숙소 안에서 이뤄진 성추행까지 드러났지만, 감독은 양측의 주장이 다르다면서 오히려 가해자를 두둔하며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감독] "탄원서를 (직접) 만든 건 아니고… 그 내용이 중립적이고 선처한다는 내용이어서 한 사람에게만 전달을 했습니다."

소속 구청과 체육회 측은 명백한 폭행 증거까지 확보하고도, 1년 가까이 조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부산시체육회 관계자] "(가해 선수들은) 국가대표 수준의 경기력이 있는 선수들입니다. 그리고 재판 중에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전직 국가대표의 끔찍한 폭력을 증언했던 동료들은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압력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동료선수] "(사건 발생이) 외국에 있을 때인데… (증언한다고) 저를 엄청 겁줬거든요. 한국에서 이제... 한국 가면 너 이제 다 안 좋게 생각한다…"

오히려, '실력있는 선수를 내쫓기 위한 것이다' '부모가 극성맞다'는 식의 유언비어가 나돌았고, 결국 피해 선수만 대학까지 자퇴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피해자 보호자] "국가대표급 실력을 가지고 있는 애를 내가 문제를 삼아, 그러면 나는 운동을 그만둘 각오를 하고… 우리 아이가 나쁜 아이다, 이 카누 바닥에서 지금 그렇게 되어 있어요."

유도선수 출신인 이 20대 남성은 고등학생 때인 2011년, 코치에게 맞아 고막이 파열됐습니다.

국가대표를 하고 싶어 꾹 참아오다 2년 전 뒤늦게 고소했는데, 올해초 법원은 결국 벌금 6백만원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이 코치는 부산시유도회의 사무국장에 이어 스포츠공정위원회의 간사까지 되는 등 승승장구의 연속이었습니다.

체육계의 압박은 거꾸로 피해자에게 쏟아져 정규직도 아니고 임시직으로 일하던 고등학교의 유도코치직을 그만둬야했습니다.

[유도 폭행 피해자] "제가 아이들에게 유도를 가르칠 코치 자격이 없다며 학교 측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하고, 제 소속 학교 유도부 아이들에게 불이익을 줄까… (두려웠습니다.)"

그간 꿈쩍도 안하던 부산시체육회는 최근 카누팀 폭행 가해자 2명을 부랴부랴 제명했습니다.

또 유도부 폭행 코치에 대해선 징계를 검토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고 최숙현 선수의 사태로 세상이 이미 떠들썩해진 뒤에야 나오는 땜질식 대책에 피해자의 분노와 눈물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MBC 뉴스 송광모입니다.

(영상취재: 김욱진·이보문(부산))

송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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