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난개발에 온난화에..사라지는 해변

연지환 기자 2020. 7. 27.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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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래사장으로 만들어진 해안선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기후가 변하고 개발이 이어지면서 해안 침식이 갈수록 심해지는 겁니다. 곳곳이 깎여나가 절벽이 생겼거나, 해안가에 심어져 있던 나무들의 뿌리가 다 드러난 곳들을 밀착카메라가 담아왔습니다.

연지환 기자입니다.

[기자]

아름다운 바다와 해안선을 자랑하는 제주도.

눈을 조금 돌리면 바다 근처에 무너진 모래 언덕이 눈에 띕니다.

제주 서귀포에 위치한 황우치 해변입니다.

원래는 넓게 펼쳐진 검은 모래사장으로 유명했던 곳인데요.

지금은 이렇게 제 키만 한 높이의 모래 절벽이 생겼습니다.

이 해변에서 모래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검은 천을 덮어놨지만, 관광객들이 찾던 해변의 모습은 오간 데 없습니다.

모래와 돌이 쌓여 있습니다.

설치해 놓은 검은 천 주위로 사람들이 걸어 다닙니다.

[김윤지/관광객 : 다른 데보다는 안 예쁘고 공사장 같은 느낌. 모래도 좀 곱지도 않은 것 같고 삭막하다고 해야 하나.]

해변은 생태계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모래를 품고, 파도를 막아 터전을 보호합니다.

하지만 해안 침식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연안 61%가 침식 우려 지역으로 나타났습니다.

기후 변화와 개발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쌓여있던 모래가 유실되면서 이 해변을 둘러싸고 있던 나무들은 뿌리가 다 드러나 버렸습니다.

뿌리를 지키지 못한 나무는 이렇게 죽어버렸습니다.

[차성순/제주 서귀포시 덕수리 : 모래 유실 때문에 방파제도 만들고 한 모양인데 별 효과가 없는 것 같아요. 신발을 저쪽에 벗어 놓고 다니고 그랬었는데 이젠 없어졌어.]

근처에 있는 화순 금모래 해안.

항구가 개발되면서 모래사장 크기가 3분의 1 줄었습니다.

[김성민/제주 서귀포시 화순리 : 저기가 전부 모래였어. 저쪽에 모래였었는데 방파제가 되면서 모래가 전부 내려앉은 거지. (쓸려간 거예요?) 응.]

바로 옆 하모 해안엔 자갈이 굴러다닙니다.

하모 해수욕장도 한때는 이렇게 고운 모래로 유명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큰 크기의 자갈들이 이곳저곳 굴러다니고 있는데요.

모래의 유실과 침식이 반복되면서 안전상의 문제로 이곳 해수욕장은 문을 닫았습니다.

2003년 항구가 개발되자 해변이 더 빨리, 많이 사라져갔다고 합니다.

[주민 : 차로도 퍼가고 했는데, 모래를. 그런데 도저히 안 돼서 이렇게 뼈만 남았잖아.]

제주엔 모래가 바람에 의해 쌓여 만들어진 해안 사구도 많습니다.

사계리 해안 사구도 위기입니다.

[한익종/제주 제주시 용수리 : 아름다운 해변이 다 망가지잖아요. 이거 우리가 지금 만들고 있잖아요, 현세대들이. 난개발 때문에 이뤄지는 거야. 방파제 막 만들면서 해류의 흐름이 달라지고…]

제주도의 해안 사구는 지난 50년 동안 80% 이상이 사라졌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축구장 1000개가 넘는 면적입니다.

[양수남/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 해안사구에다가 건축물이나 해안도로를 짓다 보니까 모래 침식들이 가속화되고 있고, 방파제를 만들면서 해류 흐름 자체가 바뀌면서 침식이 일어나고 있는 거죠.]

[제주도청 관계자 : 기후변화라든가 조류의 흐름이라든가 해안가의 방파제 시설들이 들어서면서 예전에는 쌓였던 부분들이 쌓이지 않는 부분도 있고…]

동해안도 다르지 않습니다.

삼척 맹방 해수욕장엔 모래 절벽이 생겼습니다.

[성원기/강원대 공대 교수 : 막상 이렇게 되니까 이제 우리 마을이 사라지겠다고 하는 게 현실로 보이잖아요.]

근처에 인공 시설이 들어서면서 침식이 빨라졌다고 합니다.

[성원기/강원대 공대 교수 : 구조물이 생기면 그 구조물에 의해서 해류가 변화가 와요. 그 해류가 변화가 오게 되면 해안선에 침식이 오게 되는 거예요.]

방파제와 발전소 건설 때문에 해변이 사라지고 있다고 주민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강원 삼척시청 관계자 : 발전소 측에서도 24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거든요. 증축 관련 자체를 해수부에서 하고 있으니까 저희는 그쪽에다가 계속 어필을…]

강릉 영진해변엔 바위가 굴러다닙니다.

올해만 백사장이 두 차례 유실돼 긴급 복구공사를 했습니다.

가팔라진 모래사장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있습니다.

[정명섭/관광객 : 통제를 해서 빨리 끝낼 생각을 해야지. 유명한 관광지인데. 사람들 오다가다 다칠 수 있고.]

[김인호/강원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 (해변은) 수천 년에 걸쳐서 평형체계가 이뤄져 있는 상태인데 거기에 인공구조물이, 항만이 들어서잖아요. 항만이나 어항이나 이런 것들이 들어서게 되면 순환될 수 있는 체계가 깨지게 되는 거예요.]

개발과 건설은 인간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입니다.

하지만 생태계를 지탱하는 자연을 파괴하는 요소가 되어선 안 되겠죠.

더 늦기 전에 해안침식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요?

(VJ : 서진형 / 인턴기자 : 이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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