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서지현 "나는 슈퍼히어로도 투사도, 정치인도 권력자도 아냐"

함민정 입력 2020. 7. 28. 01:38 수정 2020. 7. 28.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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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47ㆍ사법연수원 33기) 검사가 “저는 슈퍼히어로도 투사도 아니고 정치인도 권력자도 아니다”라며 침묵을 깼다. 앞서 서 검사는 지난 13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한마디도 하기 어렵다”고 밝히며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닫은 바 있다.

서지현 검사. 뉴스1

서 검사는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다시 출근을 시작했다”며 “많이 회복되었다 생각했던 제 상태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돼 당황스러운 시간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일단 제 자신을 추스러야 했기에 저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하고 페북을 닫았음에도 쏟아지는 취재요구와 말 같지 않은 음해에 세상은 여전히 지옥임을 실감하는 시간이었다”라고 토로했다.

앞서 서 검사는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한쪽에서는 네 미투 때문에 사람이 죽었으니 책임지라 했고, 한쪽에서는 네 미투 때문에 피해자가 용기 냈으니 책임지라 했다”면서 "공황장애로 한마디도 하기 어렵다"고 한 뒤 계정을 닫았다. 당시 일각에선 서 검사를 향해 ‘이중잣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서 검사는 이에 대해 “가해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제가 가해자 편일 리가 없음에도 맡은 업무 내에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한 상태”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관계 확인 전 공무원이자 검사인 저에게 평소 여성인권에 관심도 없던 이들이 뻔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누구 편인지 입을 열라 강요하는 것에 응할 의사도 의무도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아울러 “여성인권과 피해자 보호를 이야기하면서 이미 입을 연 피해자는 죽을 때까지 괴롭혀주겠다는 의지를 확연히 보여주는 이들의 조롱과 욕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라고 비판했다. 서 검사는 “저는 슈퍼히어로도 투사도 아니고 정치인도 권력자도 아니다”라며 “공무원으로서 검사로서 지켜야 할 법규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도 제가 살아있는 한은 이런 일이 끝나지 않고 계속되리라는 생각에 숨이 막혀오지만, 제가 지켜야 할 법규를 지키며 제가 할 수 있는 능력의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 검사는 “이 아수라가 지나고 나면 더 좋은 세상을 향해 한걸음 나아가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적으며 글을 마무리했다.

한편 서 검사는 지난 2018년 창원지검 통영지청에서 근무하던 당시 상관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해 검찰 내 ‘미투(MeToo)’ 운동을 촉발했다. 현재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을 맡고 있다.

지난 27일 서지현 검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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