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행정수도 이전' 밀어붙이는 與 국론 분열은 안중에 없나

박정철 입력 2020. 7. 28. 09:18 수정 2020. 8. 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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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연내에 행정수도 이전 완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확정짓겠다고 밝혔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원내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국회와 청와대, 모든 정부부처를 세종특별자치시로 이전하자"고 제안한 이후 일주일 만이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27일 당내 '행정수도완성추진 태스크포스(TF)' 출범식을 갖고 여론수렴을 통한 최상의 방안 마련에 나섰다.

17명으로 구성된 TF는 큰 틀의 청사진으로 '행정수도 세종'과 '경제수도 서울'로 이원화를 제시했다.

하지만 여당의 '수도 이원화' 구상이 순탄하게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야권에선 당장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지난 24일 세종시 토크콘서트에서 서울을 "천박한 도시"라고 발언한 것을 놓고 비난 공세를 퍼붓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서울은 천박하고 부산은 초라하다는 여당 대표의 말은 한마디로 천박하기 이를데 없다"며 "자신의 위치와 책무를 망각한 경거망동을 즉각 국민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지상욱 미래통합당 여의도연구원장도 "지난 10년간 서울을 떡 주무르듯 주물러온 민주당 대표가 서울을 천박한 도시라고 칭함으로써 스스로 무능함으로 서울을 망쳐왔음을 자인하고 1000만 서울시민을 욕되게 했다"고 날을 세웠다.

여당이 이 시점에 '행정수도 이전'을 느닷없이 들고 나온 데 대해 의심하는 눈길도 적지 않다.

여당은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초월한 상황에서 과밀화를 해소하려면 행정수도 이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중에선 당정청이 합작한 22번째 부동산정책 실패로 서울을 비롯해 전국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조세저항 시위까지 벌이는 '부동산 참사'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많다.

성난 민심을 무마하기 위한 국면전환용 카드라는 얘기다.

여당으로선 2022년 대선을 앞두고 행정수도 이슈를 선점할 경우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충청권 표심 공략에 더 유리할 것이라는 정치적 계산도 했을 법 하다.

문제는 행정수도 이전이 재점화할 경우 서울 대 비서울, 충청권 대 비충청권으로 편이 갈려 극심한 지역 갈등과 국론 분열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더구나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4년 "관습헌법상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라며 위헌 결정을 내려 여당 일각의 주장처럼 단순히 법률 제정·개정으로 추진할 사안도 아니다.

행정수도를 이전하려면 개헌이나 그에 준하는 국민투표 등 국민 동의를 거치는 게 옳다.

그러려면 차분히 시간을 갖고 어떤 절차를 통해 국민을 설득할 것인지, 행정수도 단계별 이행안은 무엇인지, 개헌 범위는 어디까지인지부터 밝히는 것이 순서다.

이처럼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국가백년대계를 졸속으로 추진하게 되면 국민들 눈에 대선 승리만 노린 여당의 정략적 행태로 비칠 수 있다.

지난 22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선 행정수도 이전 찬성이 53.9%, 반대가 34.3%로 찬성 여론이 응답자의 절반을 넘었다. 하지만 27일 SBS·입소스 여론조사에선 찬성 48.6%, 반대 40.2%로 격차가 확연히 좁혀졌다.

여당의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긍정적 여론보다 부정적 여론이 더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가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도 지키지 않은 마당에 여당이 청와대와 국회, 정부부처를 모두 세종으로 옮기겠다고 하니 상당수 국민들이 이를 선뜻 믿지 못하는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이 불거지면서 세종시의 부동산시장이 들썩이는 것도 걱정스럽다.

현 정부 들어 세종시의 주택매매 중 갭투자 비율이 2배 가량 늘어난 상황에서 행정수도 이전이 본격화하면 부동산 투기를 더 부채질할 개연성이 크다.

24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행정수도 이전이 수도권 집값을 안정시킬 것"이라는 여당 주장에 대해 국민의 절반 이상인 54.5%가 "공감하지 않는다"고 부정적 답변을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세종시에 집과 밭, 창고를 배우자 명의로 소유하고 있는 것도 논란거리다.

미래통합당은 이에 대해 "오얏나무 근처에선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고 했다"며 "이 대표가 나서서 수도 이전 얘기를 하는 것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다"고 쏘아붙였다.

행정수도 이전은 지역불균형 및 행정 비효율의 해소 여부, 수도권 공동화 우려 등 경제적 파급효과와 안보 위협 등에 대해서도 다각적인 연구와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또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행정수도 이전이 국가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지도 철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여당이 이같은 상황까지 면밀히 검토한 뒤 그래도 행정수도 이전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적처럼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고 서울 유권자들의 심판을 당당히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대의와 명분을 위해 여당이 국내 제1의 도시인 서울 광역단체장 자리까지 연연하지 않는다면 그 때는 여당의 의지와 진정성을 믿어줄 국민들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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