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휘청이는 중남미, 억만장자들은 재산 늘렸다
[경향신문]
코로나19로 중남미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지만, 극소수의 부자들은 오히려 재산을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27일(현지시간) 중남미 지역 억만장자 73명의 재산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총 482억달러(약 57조7000억원) 늘었다고 밝혔다. 전 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가 많은 브라질에선 억만장자 42명의 재산의 합이 3월 1231억달러에서 7월 1571억달러로 불어났다. 칠레의 최고 부자 7명의 재산은 같은 기간 27%나 늘었다.
페루에선 이 기간 억만장자 2명의 재산은 6% 늘었고, 새로운 억만장자도 2명 생겨났다. 반면 페루 수도 리마에서만 최근까지 23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페루 노동 인구의 70%가 비공식 경제에 일하는데, 당장 수입이 없어 생계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100달러의 현금 지원을 했지만, 은행 계좌조차 없는 이들은 은행에 직접 가서 긴 줄을 서야 했다. ‘은행 대기줄’에서 코로나19가 퍼졌다.
옥스팜은 중남미 지역이 비공식 노동 인구가 많은 데다 사회 안전망이 부족하고, 더불어 부자들에 대한 과세 제도가 미흡한 상황에서 코로나19를 맞으면서 불평등이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중남미 전체 노동 인구의 55%가 비공식 경제 노동자로, 코로나19로 실직했다고 해도 실업수당 등을 받을 수 없는 처지다. 중남미 국가들의 공공의료 투자는 평균 국내총생산(GDP)의 4% 정도인데,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중남미 각국의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부유세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실제 현실화된 적은 없다. 앞서 유엔은 중남미에서 코로나19로 최대 5200만명이 빈곤층으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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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마 베라 옥스팜 사무총장 대행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에 갇혀서 전염병에 걸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동안, 중남미의 억만장자들은 하루 4억1300만달러 넘게 재산을 늘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자들은 집세가 없어 쫓겨나거나 먹을 것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대신 과거 경제위기 직후 때 그랬던 것처럼 주식, 채권, 금, 부동산에 더 많이 투자했다”며 “경제 시스템에 변화가 없다면 사회 불평등 시위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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