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오보'의 대가, 미국은 8900억 부른다
최근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 대중을 혼란에 빠트리는 일부 보도활동에 제동을 걸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처음부터 결론을 정해놓고 짜맞추기식 취재를 하거나 근거없이 악성 의혹을 제기하는 식의 보도활동에 보다 강력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다.
버크 램지는 1996년 크리스마스 때 실종된 여성 존베넷 램지의 친오빠다. 램지는 실종 8시간 만에 다음날 지하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수사기관은 외부 침입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족들을 용의선상에 올렸다.
램지는 '리틀 미스 콜로라도' 등 여러 연예대회에서 입상한 아역스타였다. 미 언론들은 램지 사건에 대한 보도를 쏟아냈다. 램지 가족은 DNA 테스트를 거쳐 12년 후에야 누명을 벗었다. 그 사이 모친 팻시 램지는 암으로 숨지고 말았다.
CBS는 사건 발생 후 20년이 지난 2006년 '존베넷 램지 사건'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송에 냈다. 살인자는 친오빠인 버크 램지이며, 가족들이 사건을 은폐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에 버크 램지는 CBS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이 사건은 지난해 1월 당사자 합의로 종결됐다.
합의 조건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버크 램지의 대리인은 "누구에게도 실망스러운 결과는 아닐 것"이라며 "원만하게 해결됐다"고 밝혔다. 청구액수가 9000억원에 육박했던 것을 고려하면 CBS 측에서 적지 않은 금액을 배상해줬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매우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고(故) 김광석씨의 아내였던 서해순씨가 고발뉴스 쪽 이상호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이씨는 영화 '김광석'을 연출했고, 이 영화에는 서씨가 김씨 사건의 진실에 책임있는 당사자라는 의혹이 제기가 담겼다. 인터넷 기사와 SNS를 통해서도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법원은 영화 부분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지 않았다는 이유로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이씨의 인터넷 기사와 SNS 글에 대해서는 "합리적 의혹 제기와 거리가 멀다"면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정신적 위자료를 기준으로 1억원은 매우 높은 액수다. 그럼에도 피해자가 겪은 고통에 비하면 금액이 턱없이 낮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자는 법안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여부가 적절한지를 놓고 지난 17일 대한변협에서 토론회가 있었다. 찬성 측은 언론이 악의적인 보도, 가짜뉴스 유통 창구에서 벗어나 제 역할을 다하게 하려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 측에서는 언론의 권력감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김봉철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은 "언론보도는 일반적으로 공인의 명예훼손과 관련된 것으로 이 제도를 언론에 적용하는 것은 과잉입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악의적인 보도'를 가를 명확한 기준이 없음을 지적하면서 "정부 정책의 비판이나 의혹 보도를 봉쇄하는 입막음 수단으로 국가기관이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사회 유력인사들이 소송을 무기삼아 보도활동을 봉쇄하려 들 수 있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허윤 대한변협 수석대변인은 "언론에 센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반대편에도 똑같은 책임을 물려야 한다"는 중재안을 냈다. 언론사가 반소를 제기해 승소했다면 그 상대방에게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릴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허 대변인은 "언론에 동등한 '무기'를 줘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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