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초소에 낡은 철조망, 북쪽만 감시..軍 경계 3대 허점
탈북민에 간파당한 '과학화경계시스템' 사각지대
(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탈북민 김 모씨(25)의 이른바 '수영 월북' 사태는 우리 군의 접경 경계 태세의 3대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28일 현재까지 군 당국의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김씨는 인천 강화읍 월곳리의 한 배수로를 통해 한강으로 빠져나간 뒤 헤엄쳐 북한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한강 하구는 밀·썰물에 따라 물 높이가 변하는데, 북측으로 물길이 생긴 시점을 노렸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배수로는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정자 '연미정' 바로 맞은편에 위치하며, 통과시 한강 하구로 곧바로 연결된다. 해당 배수로에서 북한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4km 정도로 추산된다.
◇사실상 뻥 뚫린 배수로...낡은 철조망 벌려 유유히
군 당국은 김씨가 배수로를 무사 통과한 뒤 미리 준비해간 구명조끼를 착용한 채 머리만 내놓고 강을 건넌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그가 배수로에 진입하고 이를 통과하는데 어떤 저지도 없었다는 점이다. 배수로 에는 통행을 차단하기 위해 '침투저지봉'과 '윤형철조망' 등 2중 장애물이 설치돼 있지만, 노후화와 관리 소홀로 무용지물이었다.
박한기 합동참모본부의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에서 "배수로에 설치된 윤형철조망이 많이 노후화된 부분이 식별됐다"며 "신장 163㎝, 몸무게 54㎏의 왜소한 체격이었던 월북인이 장애물을 벌리고 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침투저지봉에 훼손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 사이로 빠져나갔지 않나 생각이 된다"며 "침투저지봉은 배수로 반대쪽에 설치돼 있는데, 물속에 잠겨있어 점검 및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주야간 경계 인력 없어...감시 장비도 놓쳤다
김씨가 통과한 배수로는 '강화8경' 중 하나로 평소에도 관광객이 많은 연미정 바로 맞은편에 위치해 있고 인근에는 해병대 2사단의 초소도 있었다.
그러나 해당 지역은 과학화경계시스템이 설치된 곳이어서 초소는 초병 없이 비어 있었다.
박 합참의장은 "한강을 끼고 경계를 서고 있는 지역은 GOP(일반전초)와 동일하게 과학화 경계체계가 완비된 지역으로 주야간 인원에 의한 경계초소는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폐쇄회로(CC)TV 등 감시장비를 통한 모니터링이 사실상 경계의 전부였던 셈이다. 하지만 군은 사태가 불거진 이후에야 감시장비에서 김씨가 강을 건너는 장면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정 장관은 "(감시장비 영상을) 모니터링 하는 부분에 여러가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작년부터 보강을 많이 해왔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는데 다시 한 번 짚어볼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간파당한 '과학화경계시스템'...사실상 북쪽만 감시
군 당국은 그동안 "과학화경계시스템엔 사각지대가 없기 때문에 물샐틈없는 경계 태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자평해왔다. 정경두 장관은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퍼졌을 때 감염된 멧돼지가 북한에서 배수로를 통해 남쪽으로 내려왔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국회에서 "절대 불가능하다"고 자신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김씨 월북 사태는 한강 일대가 과학화경계시스템의 사각지대임을 그대로 노출했다. 사전답사를 통해 우리 군의 감시체계 허점을 확인한 뒤 치밀하게 월북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최전방 경계가 월북자에게 허점을 드러낼 만큼 허술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 합참의장은 "감시장비가 GOP와는 다르게 우리가 원하는 지역을 핀포인트로 감시하도록 되어 있다"며 "그 시간대 영상감시 인원의 주 모니터 핵심 지역은 북한 대안(강 기슭)지역과 강상(수면 위)였다"고 말했다.
월곳리 일대가 해병대 2사단 관할 지역임에도 작전권은 육군에게 있는 것도 이 일대를 사각지대로 만드는데 한 몫했다는 평가다.
월곳리 지역의 작전통제 및 지휘계선은 해병 2사단(사단장 백경순)→수도군단(군단장 최진규)→지상작전사령부(사령관 남영신)으로 올라간다.
정 장관은 작전통제권을 둘러싼 지적에 "향후 검토를 해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24시간 경계작전 부대는 완벽하게 팀을 이뤄 항시 임무를 수행하도록 3000명 이상 인원을 보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bae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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