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나쁜 놈의 자식'이라니..

장정훈 2020. 7. 29.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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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훈 사회2팀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비록 수석대변인이 해당 언론사에 사과를 표했다지만 이 대표 본인의 사과는 듣지 못했다. 이 대표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빈소에서 기자의 질문을 받았다. 이 대표가 “제 친구 박원순은 저와 함께 40년을 같이 살아왔다. 인권변호사에서 시민운동가, 서울시장에 이르기까지 고인이 걸은 길과 해낸 일이 너무나 크다”고 추모한 직후다. 빈소를 취재하던 뉴시스 기자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민주당 차원의 대응 방안을 물었다.

이 대표는 “그런 걸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 합니까”라고 버럭했다. 그는 질문한 기자를 향해 한 발짝 다가서더니 “나쁜 놈의 자식 같으니라고…”라고 했다. 박 전 시장의 빈소에서 이 대표에게 물은 기자는 특정 언론사가 아니라 현장의 모든 기자를 대표해 질문했다. 또 당시 빈소를 취재한 기자들은 이 대표가 국회에서 보던 노련한 기자들과 달리 초년병들이 대부분이다. 그 젊은 기자들 앞에서 그의 차가운 눈빛과 거친 몸짓은 성추행 의혹은 꺼내지도 말라는 고압적 무례함 그 자체였다. 특히 성추행 피해자에게는 명백한 2차 가해가 아닐 수 없다.

노트북을 열며 7/29

이 대표는 이번엔 ‘천박한 서울’과 ‘초라한 부산’이라며 서울과 부산 시민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그는 7선으로 국회에서 28년을 보냈다. 교육부 장관과 국무총리도 했다. 30년 넘게 국가 운영에 참여했다. 지금 그는 어느 순간보다 자랑스러울 176석을 가진 거대 여당 대표다. 혹 서울이 천박하거나 부산이 초라하다면 그는 책임감을 가져야 할 당사자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그의 말에 책임감은 없다.

비단 이 대표만이 아니다. 최근 국무위원들의 무책임하고 무례한 훈계 장면은 일상이 됐다. 대 정부 국회 질의장에 나온 총리나, 국회 상임위에 나온 장관이나 심지어 청문회장에 앉은 장관 후보자까지 거침없이 상대방을 윽박지른다. 이 대표는 4·15총선 승리 확정 직후 “굉장히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총선 승리 후 석 달 남짓 지난 현재 이 대표나 국무위원, 여당 의원 누구 하나에서도 책임감은 온데간데없고 무례함만 넘쳐난다.

하지만 무례함과 무책임이 문제가 돼도 일절 사과는 없다. 당장 이 대표부터 천박한 서울 발언은 맥락을 끊어먹은 언론 탓이라고 했다. ‘나쁜 놈의 자식’ 발언에 대한 기자협회의 사과 촉구에는 아예 묵묵부답이다. 국민은 176석의 무례를 앞으로 4년간 지켜만 봐야 하는가. 지난해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갑질은 계속된다, 멈추라고 하지 않으면. 이 대표는 ‘나쁜 놈의 자식’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

장정훈 사회2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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