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의 시시각각]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금폭탄

김동호 입력 2020. 7. 29. 00:41 수정 2020. 7. 2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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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신발까지 던져가며 항의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세금 때문
민생 쥐어짜는 조세정책 멈춰야
김동호 논설위원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요즘 문재인 정부에서 올리는 세금이 그렇다. 지난 3년을 돌아보자. 주요 세목 중 부가가치세를 빼고 그대로인 세금이 무엇인가. 법인세·소득세 세율은 오른 지 3년 됐고, 취득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등 일상에서 익숙한 세금은 죄다 부담이 늘었다. 주식과 가상화폐에도 양도세를 도입하고, 전자담뱃세를 강화한다. 신발을 던지는 부동산 반발 집회가 거듭 열리고 인터넷에 조세 저항 국민운동이 실검 1위로 오르는 게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 모두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세금 때문이 아니겠나.

왜 문제인지 하나씩 뜯어 보자. 현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렸다. 돈 많은 대기업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면서 소득세 최고세율을 42%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지방세 10%까지 붙으면 실질 세율은 46.2%에 달한다. 5억원 초과 소득은 거의 절반이 세금으로 나간다. 국제적으로는 어떨까. 매우 높은 편이다. 5억원은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15.7배 수준으로 주요 국가들이 4.8~9.3배인 점을 고려하면 낮출 필요가 있다. 이 비율은 미국 6.97배, 일본 9.26배, 영국 5.07배, 독일 6.87배 등으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4.8배에 비해서도 높다(『세금의 모든 것』, 김낙회). 그런데도 정부는 소득세 최고세율을 45%로 또 올린다. 지방세를 포함하면 실질 세율은 49.5%에 달한다. 세계 1위다.

여기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돈 많이 벌면 세금도 많이 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다른 세금들은 이런 식으로 설명이 안 된다. 부동산 관련 세금이 그런 경우다. 모든 국민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무주택자도 언젠가 집을 살 수 있고, 주택을 매매하거나 증여·상속하는 당사자가 될 수 있다. 현 정부는 과세표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줄기차게 올리고 있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부동산 관련 세금이 모두 올라간다.

물론 명분은 있다. 과표가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게 하자는 거다. 그러나 속도가 아찔하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3년 전 시세의 60%에서 출발해 지금은 80%로 치솟았다. 파장은 어떤가. 공시가격이 오르자 취득세·재산세·종부세·양도세 부담이 죄다 늘었다. 22번째였던 7·10 부동산 대책에서는 취득세·종부세·양도세 세율까지 대폭 올렸다. 과표와 세율 모두 오르니 그야말로 세금폭탄이다. 거래세는 지금 GDP 대비 징수 비중이 OECD 1위다.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납세자연맹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부동산 세금은 578조원에 달했다. 현재 가치로는 786조원이다. 서울 강남 집값이 많이 올랐으니 세금도 많이 내면 끝인가. 그렇지 않다. 그 여파는 직간접적으로 전 국민에게 미친다. 세금이 오르면 집값이 오르고 전·월세에 전가되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6주 연속 상승했다. 식료품도 원료비가 오르면 값이 오르고 유가가 오르면 교통비가 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게 현실인데도 정부는 “증세가 아니다”고 잡아뗀다. 부가세만 빼면 거의 모든 세금이 올랐는데도 말이다. 세금을 내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세금 부담을 무겁게 체감하고 있다. 여기에 사회보험료도 너무 무겁다. 근래 들어서는 해마다 건강보험료·고용보험료가 치솟고 있다. 그 불똥은 은퇴자들에게도 튄다.

시중에는 ‘재정적자 만회를 위한 사실상 증세’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국민 99%가 재난지원금을 받아간 이유가 뭔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경기 침체로 소득이 늘지 않고 세금으로 허리가 휠 판이니 공짜 돈을 왜 거부하겠나. 나라 곳간이 썩는다는 전 청와대 대변인의 말도 애초 혹세무민이었다. 올해 재정적자만 112조원이다. 이걸 다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국민은 지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가혹한 세금 부담에 짓눌려 있다.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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