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재팬'의 두 얼굴..불매 제품 가른 결정적 이유는

조문희 기자 입력 2020. 7. 29. 08:02 수정 2020. 7. 2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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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촉발된 일본제품 불매운동(노 재팬)이 어느덧 1년을 맞았다.

불매운동 여파로 일부 주류와 자동차 업체는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정도로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국내 카메라 시장은 소니·캐논·니콘 등 일본 업체가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대체할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불매운동 영향을 덜 받았다고 평가 받는다.

반면 주류와 자동차 시장에서 불매운동 여파는 그대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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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드러난 선택적 불매운동
맥주·자동차 철수했는데 담배·게임은 타격 없어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촉발된 일본제품 불매운동(노 재팬)이 어느덧 1년을 맞았다. 불매운동 여파로 일부 주류와 자동차 업체는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정도로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나 영향을 거의 안 받거나 오히려 매출이 상승한 품목도 있다. '선택적 불매운동'이라는 지적이 계속되는 이유다.

일본의 수출규제를 계기로 국내에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여론이 퍼지는 가운데, 지난해 7월9일 서울 은평구의 한 식자재 마트에 '일본 제품을 팔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JTI 담배, 닌텐도 동물의 숲은 'YES JAPAN(예스 재팬)'

불매운동 돌풍 속에 굳건한 무풍지대를 형성한 것은 담배업계다. 일본 담배회사 JTI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1년이 지나도록 매출에 타격을 거의 입지 않았다. 국내 담배 사업자 중 필리핀산 제품을 수입하는 곳은 '메비우스'와 '카멜,' '플룸테크'를 판매하는 JTI코리아뿐이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이후 올해 6월까지 1년간 필리핀에서 수입한 궐련 담배 수입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9% 감소했다. 지난해 5월 한 달 수입량은 전년 동기대비 19.9% 늘어나기도 했다.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는 불매운동을 비웃기라도 하듯 품귀현상을 빚었다. 닌텐도 스위치의 인기 게임 '동물의 숲'은 지난해 3월 출시된 직후 높은 인기를 끌어 매장 앞에 수백 명이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온라인에선 중고 기기가 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인기를 바탕으로 한국닌텐도는 9년 만에 연매출 2000억원대를 회복했다.

노 재팬이 아닌 '예스 재팬'을 부를 수밖에 없는 품목은 대체제가 마땅치 않은 경우다. 특히 국내 카메라 시장은 소니·캐논·니콘 등 일본 업체가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대체할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불매운동 영향을 덜 받았다고 평가 받는다. 소니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2336억원 증가했다. 이밖에 ABC마트나 아식스코리아, 한국오츠카제약 등도 매출이 일제히 늘었다.

일본의 대 한국 수출규제를 계기로 국내에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한창이던 지난해 7월 서울의 한 식자재 마트에 일본 제품을 팔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걸렸다. ⓒ 시사저널 최준필

맥주·자동차 한국시장서 퇴출 수순…2030의 선택이 명운 갈랐다

반면 주류와 자동차 시장에서 불매운동 여파는 그대로 드러났다. 국내 수입맥주 1위였던 아사히는 불매운동 여파로 순위권 밖으로 사라졌으며 매대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 올 5월 기준 일본맥주 1년간 수입액은 전년대비 무려 94.8% 감소했다. 또 일본산 자동차가 시장에서 외면 받으면서 닛산과 인피니티 브랜드는 한국 진출 16년 만에 철수를 결정했다. 한국토요타와 혼다코리아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는 등 쓴잔을 들이켰다.

선택적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특성을 꼽는다. 시류에 동조하는 경향이 있는 동시에 소비자로서 쾌락과 개성을 중시하는 2030의 소비 습관이 불매운동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

박은아 대구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과거의 불매운동은 '애국'이라는 하나의 신념에 기반 했다면, 최근의 불매운동은 한 가지 잣대로만 평가할 수 없는 양상을 띠고 있다"고 운을 뗐다. 박 교수는 "불매 제품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은 대체제의 여부"라면서 "2030의 소비 특성상 유니클로처럼 대체제가 많은 경우에는 불매에 동참해도 불편함을 못 느끼는 반면, 닌텐도처럼 대체제가 없는 데다 쾌락적 욕구까지 충족시키는 품목에 대해서는 불매하지 않아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 캠페인 구호 ⓒ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선택적 불매운동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국민 4명 중 3명은 앞으로도 불매운동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여론조사 연구소 데이터리서치가 지난달 29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한 결과, 응답자 중 75.9%가 계속 불매운동에 참여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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