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원이었던 방값이 40만 원?" 코로나19 휴가철 물가 '천정부지' 불만 속출

한승곤 2020. 7. 29.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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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여행지로 휴가 인파 몰려
바가지 요금·자릿세 등 부당 요금 우려 커져
문체부, 요금 게시 및 준수 위반 여부·불법 시설물 설치 등 집중 단속
해수욕장 바가지 요금 근절 캠페인.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연주 인턴기자] #여름 휴가를 앞둔 직장인 김모(31·여)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 출국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제주도를 여행지로 정했다. 김 씨는 휴가철이라는 것을 감안해 비행기 표와 숙박 시설 예산을 정했지만,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는 "편도 10만원 안팎이었던 비행기표값이 휴가철이라는 이유로 20만원 이상으로 오른 것은 물론이고, 20만원대였던 숙박 시설은 1박에 50~60만원까지 올랐다"며 "제주도로 관광객이 몰려 가격이 오를 것이라 예상했지만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대신 국내로 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는 이들이 급증한 동시에 바가지요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그동안 휴가철마다 국내 여행지의 문제로 꼽힌 이른바 '부르는 게 값'이라는 잘못된 상술에 따른 불신이 반영된 것이다.

제주관광공사가 발표한 '2019년 제주특별자치도 방문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내국인 관광객들이 제주여행 불만족 사항으로 비싼 물가(29.1%)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관광공사가 11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 조사결과에서도 제주여행에서 불만을 지적한 내국인 관광객 54.9% 중 39.0%가 제주의 물가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이모(27·여)씨는 "해외여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국내로 휴가를 떠나지만 불쾌한 기분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얼추 계산해보니 지난해 해외로 휴가를 떠났을 때와 비슷한 지출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씨는 "무엇보다 많은 돈을 쓰면서 기분이 상한다는 게 불만"이라며 "예약할 때도 터무니없이 가격이 오른 게 눈에 보이는데 여행지에서 바가지요금으로 감정이 상할 일이 생길 거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강원도의 한 펜션 홈페이지에 공개된 숙박 이용가 안내표. 해당 가격표에는 준성수기와 성수기 이용 가격이 적혀있지 않다.사진=펜션 홈페이지 캡처

관광객의 불만이 커지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4일 여름 성수기를 대비해 관계 부처와 17개 시도, 관광협회중앙회, 호텔업협회,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관광지 방역과 물가 안정 등을 포함한 관광객 맞이 개선 계획 발표했다.

매년 지적돼 온 여름 성수기 관광지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해 요금 게시 및 준수 위반 여부, 불법 시설물 설치 등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부 관광지에서는 여전히 가격을 표시하지 않거나 애초 없었던 이용 시설에 대한 요금을 덧붙이는 등 부당한 수법으로 웃돈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로 휴가 계획을 세운 주부 박모(32·여)씨는 "미리 알아보고 온라인 예약을 했는데 성수기에 접어들자 펜션 측에서 연락이 왔다"며 "지난해 가격과 변동이 됐으니 추가 요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예약이 취소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박 씨는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하기 위해 미리 알아보고 예약을 한 건데 휴가가 바로 앞으로 다가왔을 때 갑작스럽게 공지를 하는 건 사실상 협박"이라며 "지금 취소하고 다른 곳을 알아보려고 해도 숙소가 아예 없거나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예약을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밖에도 주요 관광지에서 자릿세 등 부당 요금을 징수하는 행위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를 잡아내기 위해 부당요금 신고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주차장, 구명조끼 등 주요 품목 요금이 지난해보다 지나치게 많이 오른 해수욕장을 현장 점검하기로 했다.

각 지자체, 관광 경찰 등은 합동으로 불법 숙박을 단속하고 결과를 취합해 향후 대책을 마련하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한편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여름휴가 성수기를 앞두고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도내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지난달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이 지친 국민께서 올여름 잠시나마 청정 제주에서 숨을 돌리고 싶어 하시는데 벌써 성수기 도내 숙박비가 천정부지로 뛰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다"며 "일부의 바가지 상혼이 제주 이미지를 흐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해외여행길이 사실상 막혀버린 틈을 타 한탕주의를 노리는 업체의 바가지요금을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관련 부서에 실태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강력한 대응 조치를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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