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히트 공식, 패션·건기식·즉석사진에 이식.. 매출 1600억 '에이피알' 급성장 방정식

박수호 2020. 7. 2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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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훈 에이피알 대표
[재계인사이드-219] 기사를 쓰다 보면 '창업 1년 만에 매출 100억원 돌파' '특정 제품 100만개 판매' 등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드는 스타트업을 꽤 가까이서 볼 기회가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 지켜보면서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안타까운 회사도 많습니다. 처음에는 잘나가는 듯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거나 성장통을 겪는 곳이 실은 더 많습니다.

2014년 '에이프릴스킨'으로 이름을 알린 '에이피알(APR)'은 상황이 달랐습니다. 기자가 4년 전 처음 이 회사 기사를 다뤘을 때만 해도 창업 1년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고 100만개 이상 팔린 히트상품만 1년 만에 3개를 만들어냈다고 놀라워했지요.

그런데 이런 성장세를 계속 유지해온 겁니다. 지난해 실적을 보면서 깜짝 놀랐는데요. 일단 외형이 급속도로 커졌습니다. 지난해 매출액은 1590억원, 영업이익도 72억원이나 올렸습니다. 4년 만에 또다시 15배 이상 성장한 셈이지요.

미디어커머스 업계에서 외형 성장은 물론 '흑자'라는 내실까지 잡은 몇 안 되는 사례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했던 올해 1분기에도 에이피알은 상대적으로 순항했습니다. 올 1분기 매출액 494억원, 영업이익 60억원, 순이익 5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기조라면 올해 말 매출 2000억원 돌파도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등 증권가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입니다.

2014년 창업해 지금의 위상에 올린 이는 창업자 김병훈 대표입니다. 그는 대학생(연세대) 시절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앱) 창업을 해봤을 정도로 일찌감치 도전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한 마케팅에 눈을 뜨면서 SNS 마케팅 업체에서 일하다 '직접 내가 브랜드를 전개해보자'고 해서 창업자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사업 초기부터 단순히 인플루언서에 기댄 마케팅을 지양하고 원가율 높은 제품을 만들고 이들의 사용 후기를 소셜미디어로 공유해 입소문 내는 방식을 선택했는데, 이게 먹혔다고 하네요. 이런 노하우들은 이후 에이프릴스킨 외 '메디큐브' '포맨트' 등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글램디', 패션브랜드 '널디', 즉석사진 브랜드 '포토그레이오리진' 등 연쇄 시장 안착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외형 면에서 미디어커머스 업계 1위 기업으로 분류되는 에이피알. 김 대표에게 그간 성장 스토리를 들어봤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병훈 대표는 에이피알이 여러 브랜드를 히트시켰던 비결로 고객 후기에 집중했다고 설명한다

Q. 업계에서 보기 힘들게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상투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진짜 고객 사랑 덕분입니다. 5개 브랜드 모두 100억원 이상 매출을 내는 메가 브랜드로 키울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흑자는 창업 초기부터 사실 꾸준히 내왔습니다. 물론 한 번 적자가 나긴 했어요. 그런데 만약 저희가 이익률만을 위한 전략을 취했다면 더 높은 이익률을 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많은 시도를 했기에 코로나19 때도 든든히 버틸 수 있었고 지금의 브랜드 구도를 갖출 수 있었지요. 흑자에 우선순위를 두기보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에이피알이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데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창업 초기나 지금도 제일 신경 쓰는 건 고객의 후기 만족도입니다.

지난해 매출액 1590억원을 올린 에이피알은 브랜드별 매출구성이 분산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Q. 코로나19가 터졌는데 오히려 실적이 좋아진 것도 이런 비결인가요.

크게 염려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에이피알은 항상 위기와 기회 사이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비단 저희 회사뿐만 아니라 특수한 사업 분야를 제외하고서는 모든 기업은 같으리라 생각합니다. 시장이나 환경, 고객이 원하는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도 이에 맞게 변하고 맞춰 나가야 합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언택트 소비가 가속화되는 추이로 보입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사업모델로의 전환을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Q. 애초 화장품 업체로 알려졌는데 패션(널디) 등 다양한 히트 브랜드를 만들어내서 놀라웠습니다. 다업종 전략을 쓸 수 있는 이유는.

처음부터 다양한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확장하지는 않았습니다. '사람'이라는 가치에 맞춰서 생각을 하고, 우리가 무엇을 더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보니 다섯 개의 브랜드가 나오게 된 겁니다. 사람마다 필요로 하는 것이 다르고, 만족하는 것이 다르니까요. 저희가 집중한 건 고객 후기 하나하나를 열심히 봐서 이런 니즈를 뽑아낸 겁니다.

Q. 구체적으로 예를 든다면요.

'리얼 카렌둘라 필 오프 팩' 개발 과정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허브계의 왕이라고 불리는 카렌둘라꽃 원물을 주성분으로 한 제품입니다. 원료도 좋지만 종전 제품들의 고객 후기에서 고객의 결핍을 읽고 보완한 제품입니다. '종전 마스크팩은 시트를 얼굴에 얹어야 하는데 번거롭다' '팩을 위한 부속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저희는 이런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보완해서 얼굴 전체적으로 펴 발라 사용하는 것은 물론 유난히 번들거리는 T존 또는 각질까지 제거해주는 기능을 추가해 한 가지 제품이지만 여러 용도로 쓸 수 있도록 했지요. 그러자 소비자 만족도는 99.9% 정도 나왔고 100만개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난해 363억원의 매출을 올린 APR 산하 패션브랜드 '널디'

Q. 다른 업종에 도전하게 된 배경도 궁금해지네요.

화장품 후기를 보다 보면 그날그날 메이크업에 맞는 패션 코디가 없는지 궁금해는 고객들이 있어요. 이들의 니즈를 따라가다 보면 스트리트패션 브랜드가 앞으로 승산이 있겠다는 결론이 나죠. 초기 테스트를 해보고 말이 된다 싶으면 고객 공감형 디지털마케팅 방식을 시도해보죠. 그렇게 탄생한 게 '널디'였습니다. 화장품 고객 중 컨디션이 안 좋은 날, 피부결이 맘에 들지 않는 이유 관련 상담이 들어오는 걸 보고 건강기능식품을 만드는 식이죠. 이처럼 우리 고객 하나하나의 목소리에 주목하고, 후기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장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솔직히 비슷한 전략을 추구하는 동종업체에 비해 업종이 아주 다양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에이피알은 코스메틱과 패션 2가지를 메인 사업으로 하고 있으며, 그 결과 5개 브랜드를 모두 수백억 원대 브랜드로 성장시킬 수 있었고, 브랜드 질적인 측면도 계속 성장시킬 수 있었다고 봅니다.

Q. 시장에서는 미디어커머스 회사로 분류되는데, 합당한 분류라고 생각하는지.

미디어커머스는 마케팅이나 매체(SNS·미디어)에 우선순위를 둔 용어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고객, 사람 중심이기에 '커스터머 커머스'란 말로 바꿔 쓰고 또 지향하고 있습니다. 상품 기획에서부터 소비자 의견을 반영하고, 소비자 만족(CS)나 소비자 후기를 통해 만족하지 못한 부분을 보완하고 더 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Q. 회사 설립 후 급성장했지만 적자를 기록하는 등 여러 어려운 상황도 많았던 걸로 아는데 어떻게 극복했는지.

가장 어려웠고, 현재도 어렵다고 생각되는 때는 단순히 적자를 기록했을 때가 아닙니다. '저희가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는 회사가 될 수 있느냐'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을 때였어요. 소비자도 변하고, 시장도 계속해서 변하고 있어요. 지속적으로 트렌드를 선도하고, 성장하는 기업이 돼야 하는데 솔직히 시행착오도 많았어요. 그때마다 한 번 더 고객 관점에서 바라보고,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극복해 왔습니다.

Q. 최근 '젝시믹스'로 유명한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이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에이피알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요.

에이피알도 상장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내년 상반기 중 코스닥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어떤 회사로 기억되고 싶나.

고객의 삶을 개선하는 데 보탬이 되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에이피알의 사람 중심, 고객 우선주의는 계속될 겁니다. 사람을 위한 토털 솔루션 회사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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