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불평등, 과정은 불공정".. '촛불'로 번진 인국공 사태
비정규직 근로자 9785명 정규직 전환 방침 후 '공정성 논란' 계속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노조가 촛불집회를 열고 비정규직의 대거 직고용으로 촉발한 정규직 전환 문제를 성토한다. 인국공 노조는 29일 “내달 1일 오후 7시 서울 종각역 인근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정규직 전환 촉구 문화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인국공 직원들이 길거리 집회에 나오는 것은 인국공 창사(1999년) 이래 처음으로, 집회에는 2000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보인다.
장기호 노조위원장은 “이번 행사는 공사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준비됐다”며 “‘잃어버린 공정을 찾아서’라는 부제로 시민 누구나 참석하는 문화제 형식으로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사는 기회 불평등, 과정 불평등, 결과 역차별 3부로 구성되며 당일 본 행사 전부터 일반 시민들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게임존, 전시존, 서명존 행사장을 운영하는 등 축제 형식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장 위원장은 “공사가 단 3일 만의 검토로 합의안을 파기하고, 공항 노동자 모두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졸속 정규직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는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성 훼손을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집회에는 전국의 대학 총학생회, 청년·시민단체도 연대해 참여한다. 상당수 대학 총학생회를 비롯해 취업준비생, 청년과미래 등 단체가 참석해 함께 목소리를 낸다. 아울러 인천공항 소방대 등 정규직화 대상인 비정규직 직원들과 한국노총 인천지역본부 등 노동계에서도 연사로 참여해 졸속 정규직화를 비판한다. 먼저 정규직화 사태를 겪은 서울교통공사 등 공기업 관계자들도 참여해 일방적인 정규직화의 부작용을 알릴 예정이다.
앞서 인국공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일(2017년 5월12일)을 정규직 전환 기준일로 정해 이날 이전 입사한 비정규직 근로자 9785명을 연내 정규직 전환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취업준비생과 기존 직원 등이 ‘역차별’이라고 반발하는 등 논란이 거셌다.
과정과 결과의 불공정을 지적하는 반응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6일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이 공개한 ‘인국공 용역 및 파견계약 종료 현황’에 따르면 인국공 전체 전환 대상자 9785명의 약 27%에 해당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2640명은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문 대통령이 공사를 찾은 방문일이 기준이 되면서 정규직 전환의 ‘혜택’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인국공이 용역업체 소속돼 파견 형식으로 일하던 인천공항 소방대 211명을 직접 고용하는 채용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시험 공정성 시비가 불거졌다. 2017년 5월 이전 입사자(147명)는 절대평가 방식의 적격심사만 거치면 직고용되지만, 이후 채용된 소방대원 52명과 관리직 12명은 소방직 일반직원(소방직 다급) 공개경쟁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소방직 일반직원의 공개경쟁 절차 중 난도가 높은 체력검정에서 탈락한 기존 소방대원 일부에게 공사 측이 재시험 기회를 부여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공사는 기존 소방대원 7명 중 3명에게 재검정 기회를 주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노사전(노조· 회사·전문가) 합의에서 탈락자는 본인이 요청하는 경우 채용절차 심의위원회에서 소명 기회를 부여하도록 했다. 개별 이의신청을 받아 심의했고, ‘소방대 근무 중 업무상 부상 등으로 인한 체력검정 응시 불가’로 인정된 사람에게 재시험 기회를 줬다”고 설명했다. 이에 공개채용 탈락 응시자들은 기존 소방대원들에게만 재시험 기회를 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했다.
대규모 정규직화로 인건비 상승이 예상되는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17년 만에 적자까지 점쳐지면서 인국공 경영 악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공사는 올해 직원들의 휴직 등을 통해 인건비 등 비용 절감 방안을 검토 중이며 내년 일명 ‘공항세’로 불리는 국제선 공항이용료(PSC) 인상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유경준 미래통합당 의원이 29일 입수한 인국공 내부회의 자료에 따르면 인국공은 대규모 적자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선 공항이용료를 현재 1만7000원에서 3000원가량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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