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中에 입도 뻥끗 못하는데..큰소리 치는 호주 '비밀병기'

임주리 2020. 7. 2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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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하게 혼내주고 싶다. 더욱더 격렬하게. 하지만 …

호주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을 두고 중국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며 양국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셔터스톡


점점 더 극렬해지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싸움은 드디어 '총영사관 폐쇄'에까지 이르렀다. 그 끝은 어디일까.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중국이 싸워야 하는 대상은 미국뿐만 아니다. 서방 일부 국가들이 하나둘 미국 편에 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머뭇거리던 영국이 미국의 화웨이 '폭격'에 가담한 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또 있다. 바로 호주다. 호주는 코로나19팬데믹을 두고 미국 편을 들며 ‘중국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법, 호주는 중국에 눈엣가시다.

분노한 중국이 가만있었을 리 없다. 지난 5월부터 경제 보복을 무기 삼아 ‘호주 때리기’에 들어갔다. 일부 호주산 소고기 수입을 막고 보리에는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중국인의 호주 여행과 유학도 제재하기에 이르렀다. ‘괘씸죄’를 사도 단단히 산 것이다.

그런데 호주의 반응이 재미있다.

지난 5월 중국이 일부 호주산 소고기 수입을 금지하며 '경제 보복'을 시작했다. ⓒ셔터스톡


중국의 보복 세례 따위 상관없다는 듯 굴고 있어서다. 호주는 며칠 전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과 소셜미디어 '위챗' 등을 "매우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시 바로 조처하겠단 경고였다.

중국 정부는 분개했지만 호주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다. 지난 19일부턴 미국, 일본과 함께 남중국해에서 열리는 연합 훈련에도 참여 중이다.

중국의 경제 보복이 무서워 입도 뻥긋 못하는 나라들이 수두룩한 것과는 비교되는 행보다. 중국과 가깝지 않아서일 거라고? 그럴 리가. 중국은 이 나라 수출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는 최대 교역국이다.


호주에겐 ‘비장의 무기’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

세계적인 철광석 수출국 호주 서부 지역의 한 광산 모습. 중국의 호주 철광석 의존도는 매우 높다. ⓒ셔터스톡


사람이든 국가든 제 할 말 다 하고 살려면 필살기가 있어야 하는 법. 그렇다. 호주엔 그게 있다. 바로 ‘철광석’이다. 기술이 아닌 자원이니 좀 더 명확히 ‘비장의 무기’쯤으로 해두자.

그렇다면 철광석이 뭐냐.

‘철을 함유한 광석’을 뜻하는 철광석은 산업용 광석의 대표 선수다. 도로, 철도, 교량, 건물 등을 짓는 건설업은 물론 전자제품을 비롯한 여러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에도 필수적인 원자재다. 그래서 철광석 소비량은 때때로 신흥국 경제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불린다.

이 철광석이 바로 지금, 중국이 가장 애타게 찾는 ‘잇템’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왜냐고? 코로나19팬데믹 때문이다. 사회, 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던 중국이 다시 경제 부흥을 위해 몸을 풀고 있어서다. 인프라 건설 등 이런저런 일을 벌이려면 철광석 확보가 우선이다.

물론 중국에서도 철광석이 생산되지만, 수요를 따라잡기 힘들다. 전 세계 철광석의 약 70%를 중국이 소비할 정도로 그 수요가 높아서다. 다른 나라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는데, 전 세계에서 철광석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곳이 어디일까?

맞다. 바로 호주다.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철광석의 53.7%(2018년 기준)가 호주산이다. 독보적인 1위다. 2019년부터 2020년 현재까지 중국에서 수입한 철광석의 62%가 호주산이다.


호주가 꼴 보기 싫어 죽겠다면,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면 되지 않느냐고?

호주와 더불어 세계적인 철광석 수출국으로 꼽히는 브라질. 그러나 코로나19로 큰 위기를 겪고 있어 철광석 생산이 쉽지 않아졌다. [로이터=연합뉴스]


말처럼 쉽지 않다. 세계 2위 철광석 수출국인 브라질이 엄청난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역시 코로나19가 문제가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간) “확진자가 216만 명(세계 2위) 넘게 나온 브라질의 혼란은 상상 이상”이라며 이곳 철광석 광산 운영이 어려워졌다고 보도했다. 다른 주요 외신들의 분석도 비슷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중국은 호주 손을 쉽게 놓지 못할 것”(CNBC)이란 설명이 뒤따른다.

중국은 부지런히 호주를 대신할 철광석 생산국을 찾는 중이다. 아프리카의 철광석 관련 프로젝트에 수십억 달러 투자를 고려 중이란 보도(FT)도 나온다. 그러나 새로운 답을 찾기 전엔, 울며 겨자 먹기로 호주의 손을 잡아야 하는 처지다.

호주의 여유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당장 여러 위기에 대비할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비장의 무기, 필살기를 가진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귀한 시간이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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