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통화서 '외교관 성추행' 따진 뉴질랜드 총리..문 대통령 "확인 후 처리"
[경향신문]
외교부가 한국 외교관의 주뉴질랜드 대사관 현지 직원 성추행 의혹 사건을 두고 수습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상 간 통화에서 이 문제가 언급되고 외교 쟁점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면서다. 그간 뉴질랜드 사법당국에 대한 수사 협조는 “본인 의사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고 했던 것에서 기류가 달라진 것이다.
외교부는 29일 인사 담당 조직에 외교관 성추행 의혹 관련 전담 태스크포스를 설치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사진)의 통화에서 해당 사건이 언급된 데 따른 후속 조치 성격이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관계부처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이날 전했다.
앞서 지난 25일 뉴질랜드 방송 뉴스허브는 2017년 말 한국 외교관 A씨가 뉴질랜드 근무 시절 현지 직원을 세 차례 성추행한 혐의가 있지만 한국 정부의 비협조로 경찰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뉴질랜드 웰링턴지구 법원이 A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당사자가 이미 뉴질랜드를 떠난 상황이어서 수사에는 진척이 없다. 외교부는 2018년 정기감사에서 A씨의 부적절한 행위를 파악하고 자체 조사를 거쳐 감봉 1개월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정상 간 통화 도중 특정 개인에 관한 사안이 언급되고, 공식 브리핑 자료에도 남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외교부도 비상이 걸렸다. 뉴질랜드 경찰의 공관 직원이나 문서 관련 수사 요청에 협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동시에, 외교부가 ‘특권 면제’를 내세우고 있다는 뉴질랜드 언론 보도를 적극 반박하고 있다.
다만 외교부는 당시 A씨에 대한 징계 처분이 합당하다는 입장이어서, 새로운 의혹이 드러나지 않는 한 추가 징계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A씨는 이후 아시아 주요 공관의 총영사로 발령나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뉴질랜드 정부가 한국 정부에 수사 협조를 요청한 조치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뉴질랜드 법원이 발부한 ‘입국 시 체포영장’을 제3국에 거주하고 있는 A씨에게 강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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