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임명한 감사원장.."사퇴하라" 190분간 몰아세운 與

윤성민 2020. 7. 3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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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서 감사원장 집중 공격
최원장, 목소리톤 변화없이 대응
독립적 지위 가진 감사원 흔들며
태극기부대·안기부에 비유도
최재형 감사원장이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29일 거여(巨與)만의 국회 법제사법위는 사실상 최재형 감사원장 청문회였다. 이날 3시간10여 분간 최 원장에게 탄핵을 거론했고, 최 원장이 위헌적 발상을 하며 언론플레이를 하고 대통령의 국정 방향을 불편해 한다는 주장을 했다. 이 과정에서 사퇴하라는 고함도 있었다. 2017년 12월 인사청문회에서 “칭찬해 드릴 부분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백혜련)던 기류와 천양지차였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열린민주당 의원들은 수시로 목소리를 높였다. 최 원장은 답변 기회를 좀처럼 얻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 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의원들은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적절성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자신들에게 불리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실제로 그렇다고도 알려져 있다. 이들은 ▶최 원장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했고 ▶최 원장이 “(감사위원회 심의를) 회피하라”고 요구하더니 ▶종내엔 “사퇴하라”고 했다. 감사원을 “태극기 부대”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에 비유하기도 했다.

거여 의원들이 주로 거론한 건 최 원장이 지난 4월 월성 1호기 직권심리 과정에서 “대선에서 41%의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가 국민의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말하면서 국정과제의 정당성을 부정했다는 의혹을 두고서다. 최 원장은 “전체적인 맥락은 다르다”며 녹취록을 기반으로 앞뒤 대화를 소개했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월성 1호기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전 국민이 알고 있다.”

▶최 원장=“전 국민이 알고 있다고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백 전 장관=“(탈원전 정책이) 대선 공약에 포함돼 있었고 대선을 통해 국민적 합의로 다시 도출됐다.”

▶최 원장=“대선 공약에 포함돼 있었다고 국민적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느냐.”

▶백 전 장관=“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은 사항이다.”

▶최 원장=“문재인 대통령이 41% 지지를 받았다고 하는데,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았다고 할 수 있겠느냐.”

이를 두고 소병철 의원은 “(최 원장이) 정치인인지, 사적인 이해가 있는 것인지 의혹을 품게 된다”고 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최 원장의 동서들이 한 사람은 한국원자력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고, 또 한 분은 탈원전 정책을 적극적으로 비판한 언론사의 논설주간”이라며 감사위 제척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최 원장은 “(두 동서가)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 결정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답했다.

신동근 의원은 “(최 원장이) 원전 마피아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는 거 아니냐”며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불편하고 또 맞지 않으면 사퇴하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감사원법 제2조는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감사원의 직무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과 독립적으로 수행된다는 의미다. 소병철·김진애 의원 입에선 감사원장 “탄핵”까지 나왔다. 소 의원은 더 나아가 “감사원 간부들에게 심각하게 물어야 한다. ‘과연 내가 원장으로 감사원을 이끌 적격인지’”라고까지 말했다. 송기헌 의원은 “어떤 감사 결과가 나오든 공정성이 깨졌다”고 했다.

이들은 또 4개월째 공석인 감사위원 임명 건을 두고도 최 원장을 압박했다. 문 대통령이 ‘우리 차관’이라고 불렀던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의 기용을 최 원장이 거부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최 원장은 “중립성을 지킬 분으로 위원을 (대통령에게) 제청하기 위해 현재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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