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국일보

여당의 폭주·검찰의 난투.. 이게 정상적인 나라입니까

김혜영 입력 2020.07.30. 04:31 수정 2020.07.30.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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巨與 이틀째 입법 독주..  공수처 후속법도 통과
감사원장에 '소신' 이유로 대놓고 사퇴 공세
법무부, 수사심의위 뭉개고 檢 폭행 사태까지
29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고성을 주고 받고 있다. 연합뉴스

파행이 넘쳤다. 이견(異見)의 자리는 없었다. 오직 '속도'와 '독주'였다.

①국회에선 쟁점 법안들이 여당 단독으로 줄줄이 처리됐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 야당은 철저히 배제됐다. ②검찰이 수사 공정성을 기하겠다며 띄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기능은 혼선 속에 무력화됐다. 초유의 검찰 간부 육탄전까지 벌어졌다. ③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최재형 감사원장은 '탈원전 정책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여당 의원들에게 십자포화를 맞았다. ④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하기도 전인데 여당은 후속법을 상임위에서 야당 부재 속에 통과시켰다.

모두 29일 하루에 벌어진 일이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약속한 협치ㆍ포용ㆍ소통ㆍ정의ㆍ민주는 오간 데 없었다.


與 '입법 독주'에 국회는 만신창이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와 운영위에서 ‘임대차 3법’ 일부 법안과 ‘공수처 후속 3법’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28일엔 기획재정위, 국토교통위, 행정안전위 등에서 부동산 법안 11개를 강행 처리했다. 미래통합당이 29일 "의회 독재를 멈추라”고 외쳤지만 민주당은 듣지 않았다.

7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본회의(8월 4일)에서 '최대한의' 법안을 처리하는 것. 민주당의 목표는 그 뿐이다. 민주당은 국회 상임위의 법안 심사 절차를 사실상 '패싱' 중이다. 그래도 당당하다. “통합당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21대 국회는 이달 16일에서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발목 잡힐 시간'마저 충분히 없었다.

민주당이 '오직 속도'로 직진하는 동안, 대한민국 국회를 떠받쳐 온 '견제'와 '균형'은 증발했다. "대결과 적대의 정치를 청산하고 협치의 시대를 열겠다"(16일 국회 개원 연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도 허공으로 흩어졌다.


'독립성 약속' 무위가 된 수사심의위

정부는 검찰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시작한 검찰수사심의위도 무력화시켰다. 법무부와 검찰이 수사심의위를 자의적으로 재단하거나 이용하려는 전횡이 거듭 포착됐다. 수사심의위는 최근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기소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수사심의위 권고를 무시하고 이날 한 검사장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며 강제수사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수사팀장(부장검사)과 한 검사장이 충돌하며 사상 초유의 ‘검찰 간부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상황에 따라 수사심의위를 강조했다가, 상황이 바뀌면 의미를 애써 폄훼하기도 하는 이중적 태도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추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검언유착 사건은 수사심의위가 (다루는 게) 더 적합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가, 이달 27일 국회에서는 “검찰총장이 (위원을) 일방적으로 위촉하는 ‘깜깜이’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고 말을 바꾸었다.


여당 공세에 시달리는 감사원장

문 대통령이 발탁 임명한 최재형 원장을 민주당은 대놓고 흔들었다.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은 최 원장을 향해 ‘정부의 탈원전정책에 개인적으로 반기를 들었는지'를 연신 캐물었다. 감사원은 2018년 정부가 월성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로 한 결정이 타당했는지 조사 중이다. 여당의 공세는 '타당성 없음'의 결과가 나와선 안 된다는 위협으로 해석됐다.

최 원장을 향한 여당의 질타는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감사원장 직 사퇴를 요구한 것도 여당이었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국정 운영과 맞지 않으면 사퇴하고 나가서 정치를 하라”고 했다. 헌법으로 임기가 보장된 헌법기관 수장의 '소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거취 정리를 요구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공수처 출범도 전에 후속법 단독 처리

공수처는 출범하기도 전에 야당 부재 속에 후속법이 통과됐다. 이날 여당 단독으로 처리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운영규칙안’은 각 교섭단체의 추천위원 추천 시한을 못박고 있다. 여당의 독주 행보에 반발해 추천위원 명단을 내지 않은 통합당의 시도를 무력화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발목잡기 의도로 추천위원을 내지 않는 통합당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는 명분을 강조했다. 하지만 소위 심사를 건너뛰거나, 겸임 상임위원회인 운영위를 다른 상임위가 열린 도중 개의한 거친 운영은 '속도 만능주의'라는 비판을 받았다.

보다 못한 정의당도 쓴소리를 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운영위에서 "아무리 법안 취지에 공감해도 핀셋으로 골라 민주당 법안만 상정하는 원칙과 기준이 무엇이냐, 국회는 민주당이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법안만 통과시키는 곳이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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