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윤웅걸 "권력자 편하고 국민 불편한 검찰개혁은 개악"

김준희 2020. 7. 30. 05: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웅걸 전 전주지검장 "文정부 거꾸로 간다"
총장 수사지휘권 폐지 등 권고안 정면 비판
윤 "권력 수사 못하게 만들고 인사권 휘둘러"
"대통령 참모인 장관이 총장 역할 해서야.."
윤웅걸 전 전주지검장. [중앙포토]

"검찰 개혁은 보수정권이든 진보정권이든 막론하고 권력자에게는 불편하고, 국민에게는 편안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권력자는 편하고, 국민은 불편하게 만들었다."

제주지검장·전주지검장을 지낸 윤웅걸(54·사법연수원 21기) 법무법인 '평산' 대표변호사의 말이다.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개혁위)가 지난 27일 발표한 권고안을 두고서다. 권고안에 따르면 검찰총장은 행정·사무에 관한 일반적인 지휘권만 갖는 대신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가진 전국 6개 지역 고검장들에게 서면으로 수사지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권고안에는 검사 인사와 관련해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한 현행법을 개정해 검찰총장이 검찰인사위원회에 서면으로 의견을 내도록 전환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한마디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인사권을 제한하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물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참여연대 등 진보 시민단체들도 지난 28일 논평을 내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윤 전 검사장은 29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현 정부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전혀 못 하게 만들고, 검찰 인사권은 맘대로 휘두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무부) 장관이 (검찰) 총장 역할까지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장관은 대통령 참모다.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겠냐"고 했다.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7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제43차 위원회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7월 검찰을 떠난 윤 전 검사장은 윤석열(60·23기) 검찰총장의 연수원 두 기수 선배다. 그는 현직 시절 "포토라인 세우기와 피의사실 흘리기, 수갑 채우기 등 피의자를 압박하는 검찰 수사 관행을 깼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8년 11월과 지난해 6월 두 차례에 걸쳐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검찰개혁론'을 통해 "인권보장을 위한 검찰의 순기능은 사라지고 정치 예속화라는 검찰의 역기능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비판하기도 했다.

다음은 윤 전 검사장과의 일문일답.

-법무부 개혁위가 권고안을 내놨는데.
"그동안 검찰에 대한 비판을 돌아보면 '검사들이 힘 있는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하다'는 거였다. 그것에 비춰볼 때 검찰 개혁은 보수정권이든 진보정권이든 막론하고 권력자에게는 불편하고, 국민에게는 편안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권력자는 편하고 국민은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검찰 개혁'이라는 레테르(표지)를 붙이니 입이 열 개 있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권력자에게 불편하게'는 무슨 의미인가.
"권력자가 인사권을 쥐고 검찰권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못하게 하는 것이다. 검사가 (자기) 목숨을 걸 정도의 용기가 없더라도, 소박한 정의만 갖고도 권력에 대해 수사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에게 편안한 방향은 뭔가.
"수사라는 건 국민의 인권을 무조건 침해하는 행위다. (수사 주체가) 검사든 경찰이든 마찬가지다. 검사는 수사 행위를 직접 하는 것을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대신 그 수사권을 경찰에 주고 검사는 수사지휘를 통해 경찰 수사에 대해 사법적 통제를 하는 게 결국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길이다."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정부도 국민을 위해 검찰 개혁에 나섰는데.
"현 정부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전혀 못 하게 만들고, 검찰 인사권은 맘대로 휘두른다. 개혁의 방향이 (권력자에게) 너무 편리하다. 경찰엔 인권 침해를 할 수밖에 없는 수사를 통제받지 않게 수사권을 인정해 주면서 정작 검사가 사법적 통제를 할 수 있는 수사지휘권은 없애버렸다. 그게 국민을 위한 거냐. 권력에 맞선 검사들을 좌천시키거나 쫓아내 힘없는 검찰을 만듦으로써 권력에 예속되게 하는 건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고검장들이 수사지휘권을 갖는 건 어떤가.
"고검장들에게 실권을 주는 건 찬성이다. 하지만 (법무부) 장관이 (검찰) 총장을 건너뛰는 방식엔 반대다. 애초 내가 주장한 건 지검과 고검이 일단 (수사지휘에 대한) 의견 교환을 해서 합의가 안 되면 대검이 나서서 조율하는 방식이다. 지검과 고검이 합의가 돼도 대검과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럴 때 수사심의위원회 등을 통하면 조금이라도 합리적 의견에 도달하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법무부 장관이 고검장들에게 수사지휘를 할 수 있도록 했는데.
"장관이 검찰총장 역할까지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장관은 대통령 참모다.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겠나."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