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종부세가 7000만원으로"..등록 임대주택의 아우성

안장원 입력 2020. 7. 30. 05:04 수정 2020. 7. 30.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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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노트]
7·10대책 임대주택 등록제도 폐지
"신뢰보호 원칙 어긋나 위헌 소지"
등록 자동말소로 세제 혜택 사라져
종부세·양도세 중과로 세금 급등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에 반발하는 시민들이 지난 25일 저녁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부동산 규제정책 반대, 조세저항 촛불집회’에서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서민이 안심하고 사는 주거환경 조성을 위해 사회통합형 주택정책을 추진했다. 자발적 등록 임대주택 확대로 안정적 민간임대주택 공급이 이뤄졌다. 앞으로도 사회통합형 주택정책을 계속 추진해 자발적 임대 등록을 촉진하고 임대차 제도를 개선하겠다.”(2020년 2월 28일)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시행과 연계해 제도 간 정합성 및 임대인 간 의무 대비 혜택 형평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편으로 폐지하겠다.” (7월 10일)

4개월여 만에 임대주택 등록을 두고 180도 달라진 정부 입장이다. 위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2020년 업무보고다. 아래는 거대 여당을 탄생시킨 4·15총선과 집값 이상 급등을 거친 뒤 나온 지난 7·10 부동산 대책이다. 7·10 대책의 영향을 받는 주택임대사업자가 51만1000명(3월 기준)이다.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 4명 중 한명 꼴이다. 2018년 기준 다주택자가 219만명이다.


'날벼락' 임대주택사업자 51만명
정부가 2017년 말 발표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에서 취득부터 매도까지 모든 과정에서 세제(취득세·재산세·종부세·양도세) 혜택을 대폭 늘린 덕에 임대주택 등록이 급증했다.

그런데 이게 되레 집값 불안의 주요 불씨로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 기대와 반대로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려는 수요만 자극했다. 등록 임대주택은 거래할 수가 없어 매물 잠김을 오히려 심화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과도한 혜택으로 투기에 꽃길을 깔아줬다”고 비판했다.

주택임대사업자들은 정부 정책 돌변에 반발해 거리로 나섰고 헌법 소원도 준비하고 있다. 성창엽 임대인협의회 추진위원장은 “임대주택 등록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호 변호사는 “정부가 임대주택 등록을 장려했다가 집값이 폭등하자 주택임대사업자에 책임을 전가해 투기꾼이라는 프레임을 씌웠다”며 “헌법에서 보호하는 신뢰 보호 원칙을 저버린 셈”이라고 말했다.

주택임대사업자 반발에는 임대주택 등록 세제 혜택이 없어지는 데 그치지 않고 ‘세금 폭탄’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정부는 “임대주택 등록 말소 시점까지 기존 세제 혜택은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지금보다 앞으로 더 많이 받게 될 세제 혜택이 없어지는 데 임대주택사업자들의 불만이 크다.


등록은 4·8년, 혜택은 5·10년
현재 임대주택 등록은 임대의무 기간 기준으로 4년(단기), 8년(장기)이다. 정부는 임대 기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등록을 말소하기로 했다. 그런데 주요 세제 혜택은 임대 기간 5년, 10년 기준이다.

5년엔 임대주택사업자가 사는 거주주택 양도세 비과세가 있고, 임대 기간 10년이면 양도세 장기보유 특별공제가 70%다. 특별공제 70%는 양도차익의 70%를 깎아 세금을 계산한다는 말이다. 5억원에 매입한 주택을 10억원에 팔 경우 양도차익이 5억원이고, 장기보유특별공제 70% 적용을 받으면 1억5000만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낸다.

4년 등록 임대주택이 4년 뒤 말소되면 5년 임대로 받을 수 있는 거주주택 비과세가 없어질 판이다. 8년 등록 임대주택도 임대를 2년 더 연장해 70% 특별공제를 받으려던 기대가 물거품이 된다. 성 위원장은 “임대사업자가 등록 기준이 4년, 8년이어서 어쩔 수 없이 4년, 8년으로 등록했을 뿐 대부분 5년, 10대 임대를 바라고 연장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자료: 국토부

등록 기준과 세제 혜택 간 차이는 관련 법령 간 불일치 때문이다. 임대주택 등록 요건이 완화돼 임대의무 기간이 4년, 8년으로 줄었지만 세제 혜택은 그 이전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임대주택사업자들은 “정부가 법적 불일치를 방치해 임대주택 등록 제도를 꼬이게 했다”고 말한다.

임대주택 등록이 말소되면 바로 종부세 중과 대상이 된다. 정부가 지난 7·10 대책에서 내년부터 다주택자 종부세를 대폭 강화했다.
70대가 공시가격 16억원 아파트에 15년 이상 살면서 각각 8억, 7억원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경우 임대주택 등록이 유지되면 내년 종부세가 16억원 주택에만 나온다. 100만원 정도다. 공제 이전 종부세가 400만원에 가까운데 고령자·장기보유 특별공제(80%) 적용을 받아 세금이 확 줄어든다. 임대주택 등록이 말소되면 3주택으로 특별공제 없이 종부세가 7000여만원으로 70배다.

등록 말소 후엔 양도세 감면 혜택도 사라져 양도세가 급등한다. 임대주택 상태에서 팔면 일반세율을 적용받지만 등록 말소 후엔 다주택자 중과가 적용된다. 양도 차익이 6억원일 경우 일반과세면 42% 세율이 적용되는데, 3주택 이상일 경우 내년 6월 이후 30%포인트 가산된 72%가 적용된다. 결과적으로 세금이 1억원 넘게 차이 난다.

정부는 임대주택 등록제도 폐지에 따른 세부 적용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하지만 임대주택사업자들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가 최근 내년도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등록 임대주택 양도세 기준을 이전보다 까다롭게 했기 때문이다.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임대주택 등록 기간에만 적용하겠다고 했다. 이전에는 민원 질의응답 등에서 취득부터 모든 과정에 적용한다고 했다. 3억원에 취득해 6억원일 때 임대주택 등록을 하고 8억원에 팔 경우 이전엔 5억원(8억-3억원)에 특별공제를 적용했는데 이제는 2억원(8억-6억원)만이다.

성 위원장은 “정부가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두고도 말을 뒤집는 판에 갑작스러운 임대주택 등록 폐지로 인해 생기는 부작용에 대해 임대주택사업자를 얼마나 배려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 신뢰성 가늠자
전문가들은 임대주택 등록제도 폐지 ‘연착륙’을 주문한다. 임대주택 등록 폐지가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임대주택사업자가 급등하는 세금 충격 등을 덜 수 있게 감면, 유예, 경과규정 등을 두어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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