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 2층서 고무보트 탈출..1층선 50대 숨진채 발견

신진호 2020. 7. 3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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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5시쯤부터 아파트 침수 시작해
아파트 5개 동 중 2개 동 1층 절반쯤 잠겨
주민들 "대피하라는 안내방송 없어" 분통
주민 1명 숨지고 80여명은 대피소로 이동


30일 오전 10시30분 대전시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아파트 D동.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 있던 차량 30여 대가 3분의 2쯤 잠겼다. 1층 현관은 성인 가슴 높이까지 물이 잠겨 아파트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2020년 7월 30일 오전 대전 서구 정림동 아파트 침수 피해 현장 모습


마침 2~3층 계단 사이 창문을 통해 한 여성이 고개를 내밀고 “여기요. 나 좀 살려줘요”라고 손을 흔들었다. 이를 발견한 119구조대가 고무보트를 타고 아파트 현관 쪽으로 이동했다. 1층에 물이 가득 차 도저히 내려올 수 없자 구조대는 2층 계단 창문에 사다리를 놓고 진입로를 확보했다.

이렇게 구조된 정모(69)씨는 구조대원의 안내를 받아 인적사항을 확인한 뒤 총총걸음으로 임시대피소인 오량실내체육관으로 이동했다. 정씨는“집에 아직 환자(남편)가 남아 있다.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인데 어쩌면 좋으냐. 혼자 두고 나오는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날 오전 5시쯤 아파트가 침수되는 것을 알았고 한다. 빗소리가 심상치 않아 아파트 베란다에 나와보니 뒤편 산 쪽에서 거센 물줄기가 아파트로 내려와 지하층으로 쏟아져 들어가던 상황을 봤다. 하지만 아파트 전체가 잠길 정도로 심각할지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정씨는 “그때라도 112나 119에 신고했으면 남편과 같이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을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2020년 7월 30일 오전 대전 서구 정림동 아파트 침수 피해 현장 모습


오전 9시쯤 먼저 구조된 50대 여성은 “아파트나 동사무소에서 안내방송도 없었다. 자다가 날벼락을 맞았다”며 “아파트 1층에 사는 데 정강이 부분까지 침수돼 집으로 돌아가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50대 중반이 남성은 “비가 많이 내리는 것 같아 4시30분쯤 밖을 봤는데 물이 발목 정도 높이였다”며 “혹시나 해서 차를 이동시키려고 30분쯤 뒤에 다시 내려왔을 때는 이미 차가 절반 정도 잠겨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지금 소방본부에서 주민 여러분을 구조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 어느 곳에 주민이 남아 있는지 모르니 외부로 알려달라”는 안내방송을 여러 차례 내보냈다.

2020년 7월 30일 오전 대전 서구 정림동 아파트 침수 피해 현장 모습


침수 사고가 발생한 코스모스 아파트는 5개 동으로 이뤄졌다. 265세대에서 주민 1000여 명이 살고 있다. 5개 동 가운데 D동과 E동이 침수됐다. 주차장은 성인 허리쯤까지 물에 잠겼고 아파트 1층은 동 위치에 따라 30~50㎝쯤 침수된 것으로 소방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아파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 격리자가 1명 거주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방역 당국이 긴급 투입돼 현장을 소독하고 격리자를 이송했다. 현장에선 “출동한 모든 소방대원과 구조대원은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지시가 내려지기도 했다.

오전 11시 기준으로 아파트에선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주민 80여 명이 구조돼 인근 오량실내체육관으로 임시 대피했다. 대전소방본부는 중앙119구조대의 지원을 받아 구조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장에는 소방인력 160여 명과 장비 30여 대가 투입됐다.

2020년 7월 30일 오전 대전 서구 정림동 아파트 침수 피해 현장 모습


대전시와 소방당국은 구조되는 주민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1~2층에 사는 주민은 대부분 스스로 대피했지만 3~5층에 사는 주민은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구조를 기다리고 있어서다. 이 아파트에는 고령의 주민도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당국이 모든 집을 방문하며 확인하고 있다.

구조과정에서 아파트 1층 출입구 현관에서 5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숨진 채로 발견됐다. 60대 여성은 어지럼증을 호소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숨진 남성의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하기로 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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